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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Aug 12. 2018

근무시간에 가족을 생각하는
나만의 비법

비밀번호 돌려막기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다 보면 집안일은 금세 잊어버린다. 그런 나의 단기 기억상실로 지금까지 마음 편하게 직장생활을 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새벽에 사무실에 일찍 나와야 해서 딸을 깨우지 못하고 출근한 적이 있었는데, 딸이 지각을 해서 중간고사를 못 본 적도 있다. 정신없이 일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문제가 발생했거나, 늦어버린 적이 많았다. 어찌 보면 참 이기적인 엄마다.


그럼에도 내가 입가에 미소를 짓고 흐뭇해하는 순간이 근무 중에 몇 번은 있다. 그게 바로 회사 노트북 로그인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순간이다. 나의 비밀번호는 가족 이름으로 시작한다. 요즘은 조건이 까다로워서 영문, 특수문자, 숫자를 포함해야 하며 3개월에 한 번씩은 꼭 바꾸어야 한다. 3개월에 한 번씩 우리 가족 이름을 번갈아가면서 비밀번호에 포함한다. 남편을 3개월 동안 생각하고, 아들을 3개월 동안 생각하고, 그리고 딸을 3개월 동안 생각하면 다시 남편으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즉, 3개의 가족 이름이 포함된 비밀번호로 돌려막기를 한다.


아침에 노트북을 켜고 로그인하는 순간과 중간중간 락이 걸려 푸는 순간, 적어도 하루에 대여섯 번은 가족 중 한 명을 생각하게 된다. 로그인하게 되면 노트북이 이래저래 여러 프로그램을 구동시키느라 바빠 잠시 기다려야 한다. 그 순간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미친 듯이 업무에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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