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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Aug 14. 2018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나만의 착각

요즘은 노트북에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는 게 유행이다. 지저분한 게 싫어서 안 붙였는데 여기저기서 자꾸 스티커를 주기도 하고, 귀엽고 예쁜 스티커가 그냥 서랍에 남아 있는 게 아쉬워서 몇 개 붙여 보았다. 특히 한가운데 노트북 상표가 있는 부분에 우리 회사 로고 스티커가 딱 맞아서 붙였다. 회사를 사랑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해서 붙였는데 마치 우리 회사에서 노트북을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래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회사 밖의 공간에서 노트북을 사용할 때이다. 공공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회사 노트북을 사용할 때, 특히 공항 라운지에서 음식과 술을 먹으며 노트북을 사용할 때가 문제다. 사람들이 봤을 때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내 노트북으로 나의 신분을 밝히다니 내가 바보 같다.'

저 회사 다니는 사람은 음식도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먹네.
저 회사 직원은 좀 그렇네.
저 회사 다니는 사람은 저런 수준이네.


좀 조심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공공장소에서 여전히 회사 로고가 붙은 노트북을 사용한다. 하지만 기분은 여전히 찜찜하다. 내가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건 아닌지 좀 부끄럽다. '난 회사의 대표 직원이 아닌데...'


어느 날 동료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신이 버쩍 들었다. '난 얼마나 바보 같은가!'

여기저기서 나눠주기 때문에 우리 회사 스티커는 학생들도 많이 붙이고 다녀요. 노트북에 회사 로고 스티커가 붙어 있다고 해도 아무도 우리 회사 직원일 거라고 생각 안 할 거예요. 그리고 사람들이 스티커에 관심도 없어요.


그렇다. 그냥 회사 홍보 스티커일 뿐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듣기 전까지 나는 정말 심각했다. 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데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스티커뿐이 아니다. 나는 정말 너무나도 많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걱정하고, 신경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타인은 나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다. 그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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