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서평
자기계발 강박증 환자인 나는 과거 자기계발서에 심취했다. 본격적으로 나만의 글을 쓰기 전까지 읽은 책의 대부분이 자기계발서다. (겉으로 보기에) 성실하고 철저하고 꾸준해 보이는 나의 모습은 자기계발서가 만든 결과다. 조금이라도 나약해지고 흐트러지려는 마음을 자기계발서로 다잡았으니, 자기계발서가 탄생시킨 사이보그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계발서의 자녀로서 성경처럼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있으니 바로 《군주론》이다. 읽고는 싶었지만 어려울 것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었다. 우연히 이탈리아어 완전 완역본 신간이 나와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잽싸게 손을 들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자마자 나의 경솔함을 후회했다. 도대체 이렇게 난해한 책을 왜 자기계발서의 원조라고 말하는지, 그 말을 한 사람에게 찾아가 따지고 싶었다. 정말로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한 게 맞는지 말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가져야 할 덕목, 역량, 마음가짐 등을 알려주고 예시로 이탈리아 지도자를 들었다. 이탈리아 역사를 몰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러셀의 《서양철학사》에 나왔던 교황과 지도자들 이름이 나오지만 두 번(서양철학사와 군주론) 봐도 어려웠다.
총 2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14장 정도 이후부터는 그나마 이해가 되었다. 물론 역사에 기초한 예시를 제외하고 말이다. 완독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상황을 잘 모르더라도 마키아벨리가 주장한 내용을 곱씹어보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될 듯하다. 하지만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군주가 권력을 얻고 유지하려면 때로는 권모술수를 써야 하며, 사악한 행위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른바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 때문에 이 책은 과거에 금서로 지정되었다. 그러면서도 많은 지도자가 뒤로는 몰래 이 책을 탐독했기에 더욱 유명해졌다.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라고 요약되는 표현은 책에서는 다르게 씌어있다.
"군주가 나라를 얻고 유지하면, 그의 수단은 언제나 명예롭다는 평가를 받고, 그는 모두에게 칭찬을 듣습니다. 왜냐하면 민중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일의 결과에 끌리기 때문입니다."
시대적 상황 때문이겠지만 이 책은 민중과 여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크다. 마키아벨리가 봤을 때 군주가 무지한 민중에게 지지를 받으려면 수단에 상관없이 결과를 중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리적이나 도덕적인 측면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그게 정치라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군주는 전쟁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머릿속에서 거두면 안되며 전시보다 평화로울 때 더 많이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훈련은 행동과 정신의 두 가지 측면을 의미한다.
당시는 전쟁이지만, 지금은 기회 혹은 위기라고나 할까? 평화로울 때 더 많이 훈련해야 한다는 내용은 여유가 있을 때, 특별한 문제가 없을 때 더 정진해야 한다고 다가온다. 그래서 자기계발서의 원조라고 말할지도.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기에 항상 준비해 둬야 할 테다. 행동과 정신은 심신의 단련이다. 정신의 단련으로 역사서를 읽으라고 주장했는데 역시 마음의 양식은 독서가 맞다.
리더십 차원에서 군주는 신중하게 관리를 선출하라고 권한다.
"군주가 관리를 정확하게 가늠할 방법이 있습니다. 관리가 당신보다 자신을 더 생각하고 무엇을 하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런 사람은 절대 훌륭한 관리가 될 수 없으며 당신도 그를 믿지 못할 것입니다. 한 사람의 나라를 관리하는 사람은 절대로 자신을 생각해서는 안 되고 언제나 군주를 생각해야 하며, 군주와 관련이 없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군주는 관리를 생각하고, 그를 존중하고, 부자로 만들어주고, 명예와 임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그에게 의무를 부여해야 합니다."
리더와 팔로워 간에 어떻게 신뢰가 형성되는지 각자의 역할을 설명했다. 리더는 팀원을 생각하고, 존중하며, 연봉을 올려주고, 명예와 임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팀원에게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읽었다. 또한 팀원 역시 개인적인 이익을 떠나 늘 리더를 생각하고 리더와 관련된 일에 관심을 가져 리더가 성공하게 도와야 할 것이다.
군주는 언제나 폭넓게 질문해야 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진실을 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질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사람의 조언을 들으려 노력해야지.
그러고 보니 자기계발서의 원조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다만 어려우니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읽어야 한다는 주의사항과 함께.
* 본 글은 현대지성클래식에서 책을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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