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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코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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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Sep 02. 2018

나 상담받은 것 맞나요?

내가 코칭을 시작하게 된 이유

매니저와의 갈등으로 인해서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던 중 회사에서 제공하는 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의 카테고리에 경력개발 상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EAP는 회사에서의 고충이나 어려움을 제3 기관의 도움을 받아 해소하는 복리후생 프로그램으로 자녀상담, 부부갈등, 스트레스 관리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상담을 통해 '나의 고충을 해소하고 장기적인 경력개발을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지 조언을 받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해서 신청하였다.


회사와 제휴된 EAP 업체에서는 경력개발 상담 분야에 있어서는 한 분만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는 EAP 업체가 다양한 전문기관과 제휴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한 분은 헤드헌팅 회사 대표라는 점도 좀 특이했다. '아무래도 경력개발이다 보니 헤드헌터가 담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쩌면 좋은 곳에 추천해 주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약속한 시간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난 외국계 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를 했고, 외국인 매니저와의 갈등 및 미래 경력개발에 대한 상담을 하러 갔다. 하지만 그 상담가는 전문성이 없었고 그냥 동네 아줌마 같았다. 무엇보다 자격 있는 상담전문가도 아니었고, 외국계는 커녕 국내 직장 근무 경력도 없었다. 헤드헌터 사장이라지만 1인 기업가였고, 헤드헌팅 경험도 없었고, 헤드헌팅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헤드헌팅 대표라는 명함 하나로 이 EAP 업체와 제휴하여 경력개발 상담만 해온 것이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회사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공감조차 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예전에 상담했던 사람들의 경험에 기초하여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상담을 위해 준비하고, 참여하고, 이동한 시간이 아까웠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위안이 된 것은 내 이야기를 들어준 것, 그리고 그녀가 해 준 한마디다.

경력개발 상담을 오래 하다 보니 깨달은 건데 어린 시절에 안 풀린 사람은 나중에도 안 풀리고,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은 끝까지 평탄하더라.


나야 평판한 삶을 살아왔으니 끝까지 평탄하다니 기분은 좋았지만, 그럼 어린 시절 불행했던 사람은 평생 두 번째 기회도 없이 그렇게 불행하게 계속 살아야 한단 말인가? 너무 가혹했다. 그런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오면서 직장 내에서 이런 답답한 상황을 도대체 누구와 풀어야 할지 궁금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공감도 쉬울 것이고, 어쩌면 대안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나와 동일한 직무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내 지인들의 소개로 나에게 상담을 신청한다. 나는 기꺼이 만나서 내 경험과 함께, 어떻게 이 직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곤 했다.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을 다녔기에, 그런 결정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만나서 조언을 해준다. 논문도 써 보았기에, 논문 주제 선정이나 논문 쓰는 법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내가 아는 한 함께 고민을 해결해 나간다.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에도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었다. 한 때는 고민상담소를 온라인으로 개설해서 상담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상담가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 전문성이 요구되는 반면, 코칭은 비슷한 개념이면서도 빠른 시간 내에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직장과 업무라는 맥락에서는 상담보다는 코칭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더구나 코칭은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나와 더 잘 맞다. 그래서 나의 직무 분야, 경력 개발, 직장과 관련된 여러 분야(인간관계, 팀장과의 관계,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등)에 있어서 코칭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아직도 열심히 배워나가는 과정에 있지만, 나의 열악했던 경력개발 상담의 경험이 나를 코칭 전문가(코치)로 거듭나게 해 준 셈이다. 나의 전문성과 경험들이 쌓여서 하소연할 곳 없는 답답한 직장인에게 사이다 같이 시원한 코칭을 해줄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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