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의 비즈니스를 한다. 하지만 월례회의는 함께한다.
시작은 딱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2020년 연말을 정리하며 한 해를 정리한 것을 계기로
제안을 했던 것 같다. "우리도 월례회의 라는 거 해보자!"
조직이라는 틀 속에 있을 때에는 형식적으로 느꼈었다.
회의장에 앉아서도 급한 일들 생각이 가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습관을 세우는 것이 곧
우리를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홀로 서기를 하고, 자신만의 리더가 되어버린 지금
돌아보면 그 규칙적인 약속에 익숙해진 것조차
꽤나 큰 자산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마음속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듯
우리는 이 시간과 공간을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매월 말 무조건 zoom으로 모인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한 달 살아낸 자신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 공유한다.
처음엔 자신의 한 달 중 어떤 이야기로 어떻게 시작할지
멋쩍고 어색해하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존재이며,
경청하는 사람이 존재할 때에 따스함을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매달 아주 작은 한걸음이라도
내 스스로 이룬 크고 작은 성취를 나누었다.
때로는 보이는 성취가 없고 멈춘듯한 상태이더라도
마음속의 고민과 그 고민 안에서의
작은 깨달음이라도 꺼내었다.
야생에서의 시간과 성과는 다르게 흐른다.
조직에 있을 때의 인프라들은 '0'으로 초기화되었다.
'정글의 법칙'에서는 집을 짓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그래서 사냥을 하고 밥을 지어먹는 데까지 한참이 걸린다.
우리가 경험상 '이 정도'라고 했던 예측은 항상 x2배로 길어진다.
그래서 가끔 멈추고 돌아보는 것은 진리다.
우리에게 성과는 어떤 느낌일까?
'느리게 흐르는 시간'과 '기다림'의 연속이다.
하지만 1달, 3개월 이후 성찰할 때의 발견은 놀랍다.
우리가 나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자유로움과 함께 맞바꾼 '무한대의 막막함',
수시로 우리를 치고 들어오는 '의구심'이란
불씨를 잠재운다.
즐겁고 의미 있어도 대화는 증발한다.
인간은 항상 재미와 함께 의미를 추구한다.
대화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엄청난 영감들이 오고 가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90% 정도는 기억에서 날아간다.
우리는 증발이 아닌 나아감과 성장을 더 원했다.
우선은 날짜는 무조건 정했다.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밤 9시.
사실 가장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일에는
딱히 그 어떠한 고민도, 걸림도 없다. 그저 정한 대로 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그저 하는 것이다.
방향성과 주제는 그래도 명확하다.
강요도 강제도 없다.
맥주 한잔 앞에 두고 술자리에 모인 듯
우리는 자유롭게 웃고 수다에 빠진다.
그럼에도 대화의 방향성과 주제는 명확하다.
일하며 놀며 놀며 일하는 중에
. 나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
. 나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 어떤 결과들이 일어났는지?
. 그 경험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웠고 느꼈었나?
이 글을 쓰면서 ‘그러고 보니 월말이 다되었네?’
또다시 달력을 체크하고 zoom을 예약한다.
카톡에 '이번 주 벌써 마지막 주네요'라고 리마인드 한 뒤
나의 비서 톡 캘린더에게 리마인드를 부탁해둔다.
2021년 10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