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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Oct 10. 2022

1.6.1 조직의 복잡성이 높아질 수록 단순한 원칙을.

복잡한 세상이 요구하는 삶과 경영의 태도

들국화(A Wild Camamile)_걱정말아요 그대(Don't Worry)


복잡한 세상을 관리하는 단순한 원칙


오늘날의 기업 경영은 수십년 전의 기업 경영 환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리타 G. 맥그래스_Rita Gunther McGrath 콜롬비아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사람들이 처리해야 하는 복잡성_Complexity의 수준이 과거의 기업 경영과 현재 기업 경영을 구분 짓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라 주장합니다.


 이처럼 현대 경영의 비즈니스 환경은 철저히 복잡계의 속성을 갖습니다. 기업은 직원과 제품의 집합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섭니다. 시장과 시장의 흐름 역시 기업,제품, 생산자, 소비자 등 시장의 구성요소의 단순 합이라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기업의 생산량, 혼잡, 창의성, 문화는 모두 구성원, 기반 시스템, 환경적 맥락 사이의 상호작용 속에 구현된 피드백의 비선형적인 특성에서 나옵니다. 사람이 모여 형성된 조직은 기본적으로 복잡계의 속성을 갖는데 변화한 비즈니스 환경은 이런 조직의 복잡성_complexity을 더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조직 복잡성이 높을수록 자연스럽게 관리상에서의 구조, 프로세스, 시스템 등도 복잡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테일러리즘이 대응했던 방식대로 우리가 개개인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순전히 하드스킬적인 방식으로 이를 생각한다면 타당한 예측이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기업이 09:00~18:00로 일원화해 관리하던 출퇴근 시간을 구성원 개개인의 선호를 어느정도 반영해 08:00~17:00, 09:00~18:00, 10:00~19:00 구간에서 근무시간을 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으로 정할 경우 기존의 관료주의적 관리 프로세스 상에서는 3배 이상의 관리 복잡성이 증가합니다. 관리 단위를 30분 단위로 세분화하면 6배, 해당 근무 형태를 조직 구성원별로 1개월에 한 번씩 변경 가능하도록 한다면 이는 순식간에 72배(연 기준)로 폭증합니다. 만약 개개인의 특수성을 좀 더 고려해 시간의 관리 구간을 분단위로 더욱 세분화하고 이 마저도 매일 변경가능하도록 한다면 근로시간관리 단 하나의 제도만으로 기존 대비 수 만배 복잡함을 품게 됩니다. 인간을 초월한 연산능력을 갖는 컴퓨터 기술,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이 문제를 어느정도 해소한다 해도 조직 내 다른 수많은 제도가 이런 맥락에서 상호작용한다고 가정하면, 이는 어떤 경우로도 단순히 기술/소프트웨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조직은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 할까요? 복잡계 연구는 계를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개별 구성 요소들로 고지식하게 분해하는 일을 경계하라고 주장합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인 정치학에서 얻을 수 있는 실마리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치열한 정치사과정에서 비롯된 똘레랑스_Tolerance 문화를 생각해봅시다. 똘레랑스는 기본적으로 ‘존중’과 ‘관용’에 대한 원칙입니다. 프랑스의 잔디밭에서 흔히 보이는 팻말의 문구, ‘Respectez, et faits respecter (상대방을)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게 하시오’는 똘레랑스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똘레랑스에는 또 하나의 사전적 뜻이 있습니다.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라는 의미입니다. 이로 인해 공동체적 합의를 벗어난 방종에 대해 -그것이 권력에 의한 것이든, 국민에 의한 것이든- 국가/시스템은 개입할 당위성을 얻습니다. 어쩌면 한 단어에 불과한, 추상적인 개념하나가 일반 기업과 비견할 수도 없는 높은 수준의 다양성을 질서 있게 통합_Integration해내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시사점은, 기업의 관점에서 다양성의 ‘비효율’, ‘형평성/차별’ 이슈를 어떻게 해소하며 나아가 들쭉날쭉한 조직 개개인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비선형적인 복잡성과 다이나믹스를 생산적인 에너지로 통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획기적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한 기업에 ‘똘레랑스’라는 프레임이 기업경영의 원칙으로 제대로 작동한다면 기업 구성원은 서로의 개개인성을 조직으로부터, 동료로부터 존중 받으면서도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심리적 안전감을 가지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균열을 조정해 대안을 만들 수 있고, 책임을 우선하는 특별한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압박 혹은 강요를 받지 않으며 개인의 선택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나 조절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높은 수준의 자유는 다시 구성원의 내적 동기를 자극해 지속 가능한 성과를 기대케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접근엔 과학적 근거도 있습니다. 생물학적 인사이트에 따르면 모든 유기체는 소수의 고유 분자 뿐 아니라 공통적인 생화학 프로세스를 통해서 만들어 집니다.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_Geoffrey West는 동물, 식물, 생태계, 도시, 기업은 서로 전혀 다르고 고도로 복잡하지만 그 밑바탕에 공통적인 개념 구조와 단순한 원리가 숨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단순하고 공통적인 구성요소가 모든 생명체의 기반, 다양성을 만듭니다. 기업 조직에서 이에 상응하는 것이 단순한 기본 원칙들입니다. 동시에 이런 단순한 공통 원칙을 중심으로 통제를 완화해 조직 구성 주체의 자율성을 강화하면 모듈식 구조가 강화되고 혁신의 출현을 촉진시킵니다. 작은 자율적 조직이 새로운 구성요소와 상호작용을 더 많이 일으킬수록 조직에 더 많은 선택 방안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원칙을 기반으로 각 구성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원칙과 자유 체제는 행동심리학적으로 인간의 내재적 동기를 자극해 근본적인 잠재력을 자극, 이끌어내는 효과를 갖기도 합니다. 테레사 아마빌_Teresa Amabile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가 ‘전진’할 때, 최고로 동기부여가 된다고 합니다. 아마빌 교수가 ‘전진의 원리_Progress Principle’라고 명명한 연구 결과는 3년 동안 238명의 전문직 직장인들의 일기를 분석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1만 2000일의 일기를 분석한 결과, 일상적이고 점진적이라도 업무에 전진이 있는 날을 ‘최고’라고 평가했고, 직원들의 감정이 크게 고양되어 동기부여로 이어졌습니다. 이 동기부여는 자신의 일을 더 파고들어 높은 성과까지 이어지게 합니다. 이러한 내재적 동기부여는 무엇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일까?  심리학자 리처드 라이언_Richard M. Ryan과 에드워크 데시_Edward L. Deci는 인간이 내재적 동기를 갖기 위해서는 자율성_Autonomy, 유능감_Competence, 관계성_Relatedness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며 이는 인간의 보편적이고 선천적이며 심리적인 욕구라고 주장했습니다.[i]


자율성(Autonomy): 자율성은 개인들이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압박 혹은 강요받지 않으며 개인의 선택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나 조절을 할 수 있는 상태(환경)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개인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감정을 말합니다.[ii] 자기결정 이론에서는 자율성을 외부의 영향력에 의존하지 않는 개념인 독립성과는 다른 개념으로 보고 있습니다. 독립성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개인 대 개인 간의 문제이지만 자율성은 내적인 것이며 이는 해당 개인의 의지와 선택이 반영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율성의 반대 개념은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아니라 통제되거나 조종당한다고 느끼는 타율성입니다.


유능감(Competence): 환경에 대처할 힘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능력 있는 존재이기를 원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기를 원합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너무 어렵거나 쉬운 과제가 아닌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본인이 유능함을 지각하고 싶어 합니다. 이는 개인 혼자서 획득하기는 어려우며 사회적 환경과 서로 상호 작용할 기회가 주어질 때 충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능함을 표현하기위해서는 사회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타인 혹은 집단과의 상호 작용이 필요하며 긍정적인 피드백과 자율성에 대한 지지가 유능감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iii]


관계성(Relatedness): 타인과 안정적 교제나 관계에서의 조화를 이루는 것에서 느끼는 안정성을 의미합니다. 관계성 욕구는 타인에게 무언가를 얻거나 사회적인 지위 등을 획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그 관계에서 나타나는 안정성 그 자체를 지각하는 것입니다. 즉 주위 사람에 대한 의미 있고 안정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라 할 수 있습니다.[iv] 관계성은 유능감이나 자율성 요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타인에 의해 외재적으로 동기화된 행동은 개인이 흥미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적극성을 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동기부여를 하는 타인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경우에는 타인과의 관계의 안정성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으로 판단하여 적극적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구성원의 주체적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허락하는 문화(자율성), 능력 범위 안에서 도전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는 문화(유능감), 소통과 공감에 기반해 상호 피드백 함으로써 공동체, 사회적 자본을 지지하는 문화(관계성)는 곧 원칙과 자유 체제의 핵심 메커니즘과 맞닿아 있습니다.
          

 

     



references         


[i] Deci & Ryan, (1985) Intrinstic motivation and self determination in human behavior. New York:Plenum Pless; Deci & Ryan, 2008 Self-determination Theory, In L. Berk owits(ed,),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vol.6,NewYork:Academic Press

[ii] Deci & Ryan, (1985) Intrinstic motivation and self determination in human behavior. New York:Plenum Pless

[iii] Deci & Ryan, 2008 Self-determination Theory, In L. Berk owits(ed,),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vol.6,NewYork:Academic Press

[iv] Deci & Ryan, (1985b) Intrinstic motivation and self determination in human behavior. New York:Plenum P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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