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 열망의 신호 하나, 진실성
기업 열망의 진정성, 그 신호(Signal)
Lloyd- Tru
조직 내 제시된 목적이 실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이 필요한데, 그것은 당연하게도 기업 경영자를 시작으로 그 목적, 목표 혹은 열망에 대한 일관성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합니다.
어떤 이는 우리가 제시한 바가 너무 ‘당연’하다 실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당연한 것이 현실에선 결코 당연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시작은 미약합니다. 아주 작게 출발해 성장하고 자리잡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또 상당부분은 우연히 시장에 자리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와중에 전심을 다해 ‘좋은 열망’을 찾고 이를 일관되게 추구하는 기업은 몇 개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우연성 짙은 성공에 취해 진실과 다른 이야기를 짓고, 거짓 열망을 설파하다가 위기를 맞고 언행불일치, 주객전도, 적반하장을 반복하다 시장에서 사라집니다.
애플의 미션은 경쟁사 벤치마크를 통해 사업이 승산이 있는지, 이윤이 날지 나지 않을지 치밀하게 계산해 제시된 ‘열망’이 아닙니다. 스티브 잡스는 정말 진심으로 애플이라는 회사가 ‘기술’과 ‘인문학’을 결합해 인류의 가슴을 울리고 진보하게끔 하는 제품을 만들기를 집요할 정도로 일관되게 원했습니다. 더욱이 그런 가슴 뛰는 제품을 영속적으로 만드는 회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다음은 스티브 잡스가 월터 아이작슨과의 전기 작업 도중 그 스스로 ‘무엇이 세상과 애플이라는 회사에 자신의 유산이 되기를 바라는지를 직접 쓴 글의 일부입니다.[1]
“내 열정의 대상은 사람들이 동기에 충만해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영속적인 회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 밖의 다른 것은 모두 2순위였다. 물론 이윤을 내는 것도 좋았다. 그래야 위대한 제품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윤이 아니라 제품이 최고의 동기부여였다. 스컬리는 이러한 우선순위를 뒤집어 돈 버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미세한 차이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어떤 사람들을 고용하는가, 누구를 승진시키는가, 미팅에서 무엇을 논의하는가 등등 모든 것을 결정한다.”
“폴라로이드의 에드윈 랜드는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그 교차점을 좋아한다. 거기에는 마법적인 무언가가 존재한다. 혁신을 꾀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따라서 그것이 내 경력의 주요한 차별성은 아니다. 애플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는 우리의 혁신에 깊은 인간애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제품을 생산하는 일에 극도의 열정을 부린다면 그러한 열정은 우리가 통합성을 추구하도록,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관리를 연결하도록 독려한다. 신천지를 개척하고 싶다면 직접 그것을 해야 한다..”
“어떤 기업을 시작했다가 매각이나 기업공개를 통해 현금이나 챙기려 애쓰면서 스스로를 ‘기업가’라고 부르는 이들을 나는 몹시 경멸한다. 그들은 사업에서 가장 힘든 일, 즉 진정한 기업을 세우는 데 필요한 일을 할 의향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일을 수행해야만 진정한 기여를 할 수 있고 이전 사람들이 남긴 유산에 또 다른 유산을 추가할 수 있는데 말이다. 한두 세대 후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표상하는 회사를 구축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기업의 리더로서 결함이 많았습니다. 직원들에게 요구가 많았고 때로는 신경질 적이었으며 감정기복도 매우 심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열망을 진실하게 전파하고, 조직화하는 것에는 그 어떤 회사보다도 위대한 성취를 이뤘고 애플과 스티브잡스를 비판하는 사람들 역시 적어도 이를 부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진정성은 ‘개인의 순수성’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잡스는 자신의 열망을 개인의 차원을 넘어 애플이라는 조직, 회사의 것이 되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하고 문화화 했습니다. 그리고 애플이 지속가능하고 영속적으로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기여하는 회사’가 되는 것을 지속 추구하는데 가장 적합한 역량을 가진 사람을 후계자의 ‘기준’으로 삼아 승계했습니다.
스티브잡스가 영면에 들어간 직후 2011년 10월 미국 《포브스》는 “스티브 잡스가 떠나도 애플은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만큼 우세한 지배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라 말했습니다. 《허핑턴포스트Huffinton Post》는 그보다 좀 더 일찍 ‘왜 애플은 비운에 처할 운명인가?’라는 사설에서 ‘잡스가 사망하면 애플이 그 여파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이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애플에 회의적인 시선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오히려 그 이후 전례 없는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팀 쿡의 CEO 취임 이후 애플의 주가는 세계최초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달성했고 21년 현재는 시가 총액 2조달러에 육박합니다. 전세계 단일 기업 중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으며 아이폰, 애플워치, PC, 그리고 음악, 애플리케이션, 디지털 구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비즈니스는 초선형 선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잠시 가벼운 얘기를 하자면 애플과 아마존은 투자의 전설 ‘워렌 버핏’을 매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워렌버핏은 상대적으로 IT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성향으로 유명한데 2016년, 드디어 애플을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켰습니다. 심지어 21년 현재 애플은 워렌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습니다. 버크셔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는 이듬해에는 아마존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켰는데, 2017년 주주총회에서 워렌버핏이 직접한 발언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마존에 좀 더 일찍 투자하지 않은 것은 어리석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역시 ‘순수한 열망’을 일관되게 품었고 그 진정성을 전력을 다해 뿌리 깊게 조직화했다는 점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궤를 같이 합니다. 베조스의 열망은 ‘고객customer centric 과 장기적 사고long-term thinking로 압축됩니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장기적 시각을 바탕으로 단기적 이윤이나 단발성 전략에 매몰되지 않고 시장을 장악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고객을 자신의 세계관 중심에 두고 끊임 없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발명invent하는 회사를 만들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매년 주주서한을 직접 쓰며 자신의 경영철학을 밝히는 제프 베조스가 1997년 자신의 첫 주주서한 첫 표제에 굵은 글씨로 강조한 말입니다.[2]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단기적 이윤이나 월스트리트의 반응에 좌우되지 않고 항상 장기적인 시장 주도자의 시각에서 투자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제프 베조스는 이러한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몰입하는 과정에서 ‘발명’이 일어난다고 봤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발명하고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발명에는 장기 지향적 시각이 필수적입니다. 발명의 과정에는 많은 실패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한 1997년 첫 주주서한에 ‘고객에 대한 집착’을 강조한 이후 매년 빠뜨리지 않고 고객 중심 철학을 강조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객이 통찰력 있고 현명하다는 것을 자명한 이치로 받아들입니다. (…) 저는 매일 아침 두려움 속에서 눈을 뜨라고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킵니다. 경쟁이 아닌 고객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말입니다.”
고객에 대한 그의 집착을 잘 드러내는 사례 중 하나는 제품에 대한 부정적 리뷰를 볼 수 있게 한 정책입니다. 그는 아마존은 물건을 팔아야만 돈을 벌 수 있는데 부정 리뷰가 사업에 지장을 준다는 사실을 아는지를 불평하는 투자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편지를 읽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돈을 버는 때는 물건을 팔 때가 아닙니다. 고객들이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을 도울 때죠.”
제프 베조스가 남긴 일련의 메시지는 그 메시지 자체가 아니라 그가 실제 그리 (때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거나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행동하는 과정과 상황 맥락에서 비롯된, 그 스스로 그 열망이 진짜라는 것을 일관되게 반복적으로 증명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Reference
[1] 월터아이작슨(안진환 옮김), 스티브 잡스(Steve Jobs), 민음사, 2015.10
[2] 1997년 공개된 아마존 주주서한 / 제프베이조스(이영래 옮김), 발명과 방황 Invent & Wander, 위즈덤하우스, 2021.2에 수록된 원문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