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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Oct 29. 2022

3.4 열망하는 조직 이해하기

Chet Faker - Talk is Cheap


| 열망하는 조직을 이해하는 방법


 거의 모든 경영•경제 서적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경영•경제 서적은 자신의주장을 뒷받침하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대의 훌륭한 기업들의 사례를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자기 유사성을 갖습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업을 나열하고, 훌륭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를 추출해 작가 고유의 프레임을 투영해 분류하고 정리해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2016년 블룸버그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그리고 포천지에서 선정한 최고의 경제경영서로 꼽힌 한 책에는 기업의 목표와 관련한 법칙이 나옵니다. 작가는 시장에서 고속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을 분석해 그들의 공통점을 추출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원칙으로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목적 MTP, 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 을 꼽았습니다.[i]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크게 생각하는 것이 기본중의 기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기업들의 선언문은 모두 매우 큰 열망을 표현하고 있다. 그 중에 단 하나도 자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설명하는 선언문은 없다. 오히려 각 기업은 자사가 무엇을 성취하고자 ‘열망’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 열망은 좁은 범위도 아니고, 특정 기술에 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기업 내외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을 그리고 상상력과 포부를 사로잡으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거대한 변화를 불러오는 목적’, 즉 MTP다.”


 작가는 강력한 MTP는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거나 기존의 뛰어난 인재를 꼭 붙들어두는 데도 큰 도움이 되며, 고객이나 직원뿐 아니라 크게는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 전체(개발자, 스타트업, 해커, 비정부기구NGO, 정부, 공급자, 협력사 등)를 위해서도 효과적인 유인책이자 응집력의 원천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일련의 주장은 어떤 측면에서 우리가 이야기하는 바 – 열망을 자극해야 한다-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도시를 닮아가며 팽창하는 기업의 미션을 보노라면


구글: 세상의 정보를 조직화하여 모든 사람이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to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애플: 인류의 진보를 돕는 사람들(마음)을 위한 도구를 만들어 세상에 기여한다. (To make a contribution to the world by making tools for the mind that advance humankind)


아마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다.(To be Earth's most customer centric company.)


이와 같이 실제 기업이 가진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목적’, 일종의 MTP를 잘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은 실제로 강력한 목적을 바탕으로 기업 내부뿐 아니라 전세계 비즈니스 시장 전체 생태계에 마치 도시처험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지속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베스트 케이스를 추출하고 그 안에서 핵심 법칙을 정리해 제시하는 방식은 때때로 의도와 상반되는 방향으로 독자들을 이끄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이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의 책,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이를 테면 ‘MTP’가 중요하다는 내용은 기업과 기업 담당자, 그리고 이에 감명받은 다수의 경영 컨설턴트에게 ‘MTP 프로젝트’를 시작할 강력한 명분을 제공합니다.

 

 MTP에 감명받은 기업 경영자 A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A는 우리의 미션 스테이트먼트가 과연 구성원의 열망을 자극하는지 점검을 한 후, ‘아 우리가 이것을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목적의 형태로 바꾸는게 필요했구나’를 깨닫고 관련 부서를 소집해 TF를 만듭니다. TF는 컨설팅회사를 섭외합니다. 컨설팅 회사는 기업의 멋진 MTP Statement를 위해 각종 인터뷰와 설문, 문헌 분석, 밤샘 작업을 거쳐 회사 고유의 MTP를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잠깐. 그럼 이제 A의 회사는 이제 거대한 열망을 가진 회사가 되는 것일까요? 언급한 책이 원래 의도한 바는 ‘조직 안에 열망이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 이었을테지만 수용자는 ‘기업의 목표가 MTP인지 아닌지, MTP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골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글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경영•경제 서적이 가진 근본적 한계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강한 기업이 가진 부분적 특성을 이야기했다고 해서 그 특성을 따라하는 것이 강한 기업을 보장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입니다. 논리적으로 A이면 B이다가 B이면 A이다를 참으로 이끄는 것이 아닐 뿐더러(A이면 B이다와 B이면 A이다는 같지 않다) 복잡한 우리 현실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좋은 사례를 받아들일 때, 기업이 가진 특성 자체와 겉으로 드러난 방법론과 표현에 집중하거나 그것을 정답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기업이 그러한 특성을 결과적으로 가지게 된 (수면 아래의) 복합적인 맥락과 상호작용 자체로 우리의 초점을 돌려야 합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단순계 세계의 접근 방식으로 어떤 명쾌한 방정식을 도출하고 그 방정식의 해를 구한다음 그대로만 하면 방정식이 완성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계 세계입니다. 복잡계에서 특히 사회경제 조직에서 명쾌하게 답이 떨어지는 방정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특징 = 정답(해)’라는 단순계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특징을 둘러싼 주변의 요소, 그리고 상호작용, 맥락, 히스토리 등을 풍부하게 탐색하고자 하는 태도를 갖춰야 합니다. (참고 글: 우리가 사는 진짜 세상은 복잡하다-호모디그누스X초개인주의 중)

 이를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는 보통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조각을 보고 그 것이 곧 빙산의 전체인 마냥 그 조각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본뜨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추구해야 할 것은 그림 2와 같은 빙산의 전체를 파악하려 하는 것이다. 빙산의 전체를 파악하는 태도 역시 드러난 모습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잘게 쪼개어 다시 조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능한 그 조직이 가진 고유의 프랙탈을 종합적인 시각에서 발견하고 그 프랙탈이 조직이라는 빙산(전체)를 어떻게 이끌어 왔고 또 이끌고 있는지 일련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다양한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을 추적하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참고 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과학적 실마리, 프랙탈-호모디그누스 X 초개인주의 중) 


 

[그림] 빙산Iceberg의 비유


 ‘구글, 애플, 아마존도 MTP를 갖추고 있다.’는 특징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과 새롭게 제안하는 접근 태도       

 다시 ‘목표’, ‘열망’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 봅시다. 우리가 열망하는 조직을 찾아 통찰해야 하는 것은 그들의 드러난 표현이 아닙니다. 그들의 드러난 상징과 표현을 배우고 익히고 베껴 쓰면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환상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오히려 ‘어떤 무엇’이 결과적으로 조직의 ‘드러난 표현’을 만들고 실제 작동하게 했는가로 시선의 초점을 바꿔야 합니다.

 ‘드러난 표현’과 ‘어떤 무엇’ 모두 단순하다는 점에서 같지만 '드러난 표현'은 선형적인 행동이라면 우리가 찾는 '어떤 무엇'은 복잡계 세계에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반복적이고 일관된 패턴에 가깝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릅니다.

 전자(드러난 표현)는 선형적 세계에 갇혀 있어 『A는 B이다 ≠ B는 A이다』라는 논리 명제의 법칙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지만 후자(어떤 무엇)는 쌍방향의 피드백(되먹임)이 전제된 것이기에 ‘논리의 세계’에서 자유롭습니다. 즉 우리가 그 ‘어떤 무엇’에 집중한다 하더라도 전자와 같은 부작용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애플과 아마존은 지구상에서 여전히 가장 뜨거운 기업 중 하나입니다. 2020년 9월을 기준으로 두 회사는 나란히 나스닥 시가총액 1, 2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설립이후 여러 부침을 겪긴 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 장기간 고속성장을 멈추지 않고 있는, ‘도시’를 닮은 기업입니다.(물리학 데이터에 따르면 각 국가의 주요 도시는 생긴 이래도 국가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은 늘 기하급수적으로 성장, 살아남는 반면 기업은 대부분 궁극적으로 죽는다고 합니다. 도시가 기업과 달리 살아남고 또 팽창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몇가지가 있는데, '호모디그누스 X 초개인주의' 매거진에서 별도의 챕터로 연계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부분을 읽으시면 좀 더 흥미롭게 두 기업을 보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참고 - 도시는 살고 기업은 죽는다, 죽을 뻔한 도시를 통해 배우는 기업의 교훈, 도시를 닮으려는 기업)


 이 두기업은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가졌으면서도 동시에 끊임없이 파괴력 있는 전혀 새로운 도전을 꾀했고 다시 그 새로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를 반복하며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결과적으로 나타난 기업의 이미지나 비즈니스 모델, 방향에 대해서는 또 상당히 다른 – 별 개의 도시 –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목표와 열망을 이야기함에 있어 이 두 기업이 가진 맥락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가 조직 내 ‘열망’을 어떻게 흐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함에 있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애플은 강력한 소프트웨어 역량에 하드웨어 기술을 더해 퍼스널 컴퓨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면서 그 시장을 혁신했습니다. 인터넷의 개발 및 확산과 맞물려 애플은 아이튠즈 뮤직스토어 등의 웹 서비스로 다시한번 시장을 혁신했고 또다시 돌연 휴대폰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에 진출해 그 시장 마저도 혁신으로 물들였습니다. 한 번도 휴대폰을 만들어본 적도 없는 기업이 스마트폰과 스마트 폰에 내재된 소프트웨어(앱 어플리케이션) 생태계까지 단숨에 창조, 제시하며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애플을 표준삼아 뒤쫓게 했습니다. 애플은 그간에 쌓은 컴퓨터, 인터넷, 모바일 시장의 강력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콘텐츠-서비스-하드웨어 융합 마켓을 노리는 한편 또다시 산업의 경계를 뛰어넘어 자율형 전기자동차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인터넷 도입 초기 작은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습니다. 곧 이 온라인 서점은 무서운 속도로 출판 역사를 두번이나 뒤바꿔 놓았습니다. 첫째는 책 진열에 한계가 있는 물리적 공간에서 전시장을 가상공간으로 옮기면서 롱테일 비즈니스 혁신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둘째는 다시 물리적인 책이라고 하는 것을 전자출판화해 리더기에 담아 볼 수 있게하면서 컨텐츠 제작의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아마존은 그 기세를 몰아 세상 모든 것을 파는 종합 인터넷 상점이 되면서 온라인 전자 상거래, 유통 시장의 혁신을 다시한번 꾀했습니다. 그러던 중 다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라는 (겉으로 보기엔 전문성이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그러나 사실 기존 서비스와 강력한 시너지를 형성한) 생소한 시장을 개척하고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일련의 서비스 혁신 과정에서 아마존은 AI 기술 및 서비스와 관련한 혁신도 동시에 이루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B2B온라인 서비스의 지배자가 되었지만 그들은 온라인 세계 안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온오프라인 상거래로 그 영토를 확장하는 한편, 로봇 관련 기술 투자를 통해 아마존이 영위하는 제품, 서비스에 하드웨어의 혁신도 함께 이루려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한번 애플과 아마존의 사명을 읽어 봅시다.    


-        애플: 인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만들어 제공함으로써 세상에 기여한다. (To make a contribution to the world by making tools for the mind that advance humankind)


-        아마존: 우리의 목표는 고객이 사고 싶어 하는 물건을 어떤 것이든 온라인으로 찾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다. (‘To be Earth’s most customer-centric company where people can find and discover anything they want to buy online.')


우리가 새삼 깨닫고, 놀라야 하는 지점은 애플과 아마존이 거대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혹은 거대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일련의 일들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아닙니다. 우리가 초점을 맞춰 깊게 인식해봐야 할 사실은 그들이 목적한 바 거의 그대로 현실 세계를 ‘정말 그렇게’ 바꿔왔고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애플의 미션은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노출된 미션도 아니고 ‘1980년’에 스티브 잡스의 발언을 토대로 기술된, 40여년 전의 미션입니다.) 세상에 그럴듯한 목적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하는 회사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목적, 그리고 그에 비롯한 열망을 ‘조직화’해 실제 이를 구현하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거의 그러한 수 만큼 대다수 기업은 시장에서 빠르게 사라집니다.


 분산된 권력, 무작위적 욕망 혹은 열망이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가져오는 도시와 달리 기업의 한계이자 고유한 특성은 집중된 권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권력이 분산이라는 형태를 취하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이를 기업 경영자가 결단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은 구조적으로 기업 리더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즉 기업 리더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이를 어떻게 공동의 열망으로 조직하는 가가 어쩔 수 없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영자, 경영진이 가진 열망을 바탕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원과 상호작용해 조직화되고 문화화 됩니다. 일련의 사실에서 우리가 도출한 필수적인 ‘패턴’, ‘신호’는 ‘진정성authenticity’입니다.

 그런데 조직에서 진정성이라 하는 것은 경영자, 혹은 경영진 자신이 아닌 그 밖에서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관점에서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내가 아무리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방이 그로부터 사랑받는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결국 상대방은 내 사랑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내적 진정성과 함께 그것에 공감할 수 있는 적정한 신호(signal)로서의 진정성이 무엇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이에 대해서는 오노라 오닐의 '신뢰에 대한 오해들' 영상을 한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우리가 이에 대해 도출한 
신호는 ‘진실성Truth과 '패러독스 균형', 그리고 '목적-성장 경험'입니다.



References


[i] 살림 이스마일(Salim Ismail), 마이클 말론Michael S. Malone, 유리 반 헤이스트Yuri Van Geest (이지연 역), 기하급수 시대가 온다 Exponential Organizations: Why New Organizations Are Ten Times Better, Faster, and Cheaper Than Yours (and What to Do about It), 청림출판, 2016

*오노라 오닐, 신뢰에 대한 오해들, ted


Book: 상효이재, 초개인주의 Over-Individualism, 한스미디어, 2022

장재웅, 상효이재, [네이키드 애자일] , 미래의 창,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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