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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Oct 30. 2022

2.3 도시를 닮은 기업

영생을 향한 기업의 대담한 도전

Sting_Englishman In New York


 제프리 웨스트(Geoffrey West) 연구팀의 기업분석 데이터는 2009년까지로 끝이 납니다. 아마도 그 추세와 흐름을 드라마틱하게 거스를 수는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 시간 이후 약 10여년 동안 전세계에 불어 닥친 인공지능, 디지털 전환의 바람, 나아가 더욱 심화된 불확실성의 강화 앞에서 눈에 띄는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 변화(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성장 패턴의 변화도 감지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의 연구와 통찰을 의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담하게 ‘기업의 성장은 저(低)선형이다’라는 명제에 도전하는 주장과 조직도 생겨났습니다.


 실리콘 밸리 최고의 창업 사관학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싱귤래리티 대학 (Singularity University) 이 대표적 예입니다. 인공지능 과학자이자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이 머지않은 시일에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를 맞을 것이라 예측 주장했습니다. 그는 무어의 법칙(인텔의 고든 무어가 1965년에 주장한 법칙. $1000로 살 수 있는 반도체의 집적회로 성능은 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입니다. 좀 더 광범위하게 정의하면 컴퓨터의 성능은 일정 시기마다 배가하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법칙을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등과 같이 혁신의 주기가 점점 빨라지는 지수 법칙을 근거로 그 시점까지도 예측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2045년이라 합니다.


 싱귤래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은 이 레이 커즈와일과 그와 뜻을 같이하는 몇몇 인사가 인류가 당면한 크나큰 도전과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기하급수적 성장이 기대되는 미래기술들(exponential technologies)’을 적용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리더들을 교육하고, 영감을 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공동 창립한(Our mission is to educate, inspire and empower leaders to apply exponential technologies to address humanity's grand challenges) 학교다. 이들은 디지털, 인공지능, 웹 기술 등을 기반으로 등장한 기술 기업 중 기하급수적, 즉 초선형으로 지속 성장하는 조직(Exponetial Organization)이 존재하고 또 앞으로도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어느정도는 다분히 수사적이지만 적어도 이들이 제시한 사례의 기업들의 성장 과정이나 이들이 목표로 삼은 가치의 확산 속도를 보면 무시할 것은 또 아닙니다.


 

[그림] 구글(알파벳), 아마존 IPO 이후 주가 추이[i]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볼 때 두 회사모두 20여년 동안에 걸쳐 초선형적 성장세(Exponential Growth)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련의 기업 특성과 최근의 흐름을 바탕으로 이들 기업이 ‘초선형 성장’을 지속 가능하게 이룰 것인지 말 것인지를 예언하려는 것은 당연하게도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죽음’에 대담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기하급수적 조직(Exponential Organization), 혹은 지속 가능한 생존을 목표하고 추구하는 기업들이 어떤 자기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 속성과 패턴(프랙탈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을 들여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것이 사실입니다. 마치 죽지 않는’ 성공한 대도시를 상당부분 닮아 있거나 닮으려 하는 모습이 관찰되기 때문입니다.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에 따르면 승리한 도시는 다른 무엇보다도 다양한 인재, 사람에 투자해 그들을 유입시키며, 권위적인 계획과 인위적인 질서 보다 경험적인 상호작용, 그리고 그에 비롯한 질서를 추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계획하지 않는 것을 수용하고 적응합니다.


소위 ‘혁신’을 추구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며 꾀나 오랫동안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그 지위를 누리고 있는 기업들-위 그림에 제시된 구글, 아마존 같은-을 덧대어 비춰봅시다. 먼저 이들 기업은 인위적으로 (창업자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원초적인 중앙집권적 권력을 스스로 분산시키려 노력합니다. 조직을 조직 내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완결성 있는 소규모 조직으로 잘게 쪼개고 권력을 위임하려 합니다. 조직 내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확장하려고도 합니다. 때로는 조직 바깥에서 불특정 다수의 다양성을 지닌 인재의 참여를 유도해 창의성, 혁신을 꾀하기도 합니다.


다양성, 분권과 관련한 일례로 구글을 한번 봅시다. 구글은 더 이상 구글이 아닙니다. 구글은 구글로 출발해 현재는 ‘알파벳’이라 하는 모회사를 통해 일종의 구글 연합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알파벳은 구글을 포함 구글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자회사와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구글과 연대하는 신사업 부문의 자회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각각은 때로 서로를 돕지만 동시에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그 연합의 수 역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즉 알파벳은 거시적인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되 동시에 각기 다른 첨단 조직이 연합해 협력하고 그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각 단위 기업의 운영 역시 ‘다양성’을 강조하며 그 다양성을 통해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려 합니다. 조직 내 직무상의 전문성, 인지적 다양성, 성별, 인종 부문의 인적 다양성을 강조합니다. 2017년부터는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최고 다양성 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 포지션을 신설,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림]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의 조직도 – 구글부문과 그 외 신사업 부문으로 나뉩니다. 공동의 비전을 공유하면서도 동시에 독립적인 운영을 하는 조직들이 연합하는 모양새입니다. ‘경계 없는 도시화’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요?


 일련의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일하고 성장하는 방식 역시 성공하는 도시의 두번째 특징, ‘권위적 질서 대신 경험적 질서’를 추구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들 기업이 오늘날 자신의 제품을 만들고 이를 발전시키는 방식은 ‘권위적 명령과 질서에 의해 계획된 정교한 설계도’를 그대로 구현하는 형태가 아닙니다. 이들은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을 때 그것을 시범 버전으로 만들어 소규모의 잠재적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의 효과성을 실험합니다. 그 실험과정에서 제품은 폐기되거나 정식 론칭 됩니다. 정식 론칭한 제품, 서비스 역시 그것이 끝이 아니라 끊임없는 고객 피드백과 새로운 추가실험의 반복을 통해 유기적으로 변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 기업은 동시에 ‘성공한 도시의 세번 째 특성: 계획하지 않은 것에 대한 계획’에 열려 있기도 합니다.


 이번엔 아마존을 들여다볼까요? 아마존이 처음부터 정교한 예측과 계획을 통해 오늘날의 거대한 전자 상거래 기업이 된 것이 아닙니다. 아마존의 처음은 소규모의 온라인 서점이었습니다. 그 안에서도 물리적 하드웨어인 전자책 킨들, 아마존의 강력한 인공지능 추천 서비스 역시 온라인 서점을 오픈할 당시부터 정밀하게 계획되어 나온 산물이 아님은 당연합니다. 그 모든 것은 고객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나온 경험적 질서의 산물에 다름 아닙니다. 아마존(Amazon)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Kindle)'의 개발책임자이자 아마존 최초의 기술전도사(technology evangelist)였던 제이슨 머코스키(Jason Merkoski)는 2014년 한 미디어의 인터뷰에서 ‘아마존은 기업의 책무-이익창출-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월가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월가가 아마존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존이 돈 벌 생각이 없다는 것도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위험을 감수하고 과감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월가는 아마존이 새로운 시도는 하지 말고 전자 상거래 분야에 집중하면서 다른 일반적인 회사처럼 매달 꾸준히 수익을 내기 원합니다. 그러나 아마존은 새로운 형태의 회사입니다. 우물 100개를 파면 50개는 실패하고 40개는 그저 그런 결과를 보여주고 나머지 10개가 향후 20년을 먹여 살릴 이익을 내는거죠.”


 매우 작은 온라인상의 공유 숙박 플랫폼으로 시작해 어느덧 메리어트와 같은 대형 호텔 체인의 시가 총액을 훨씬 상회하는(2021년 3월 기준 약 1000억달러 대 470억 달러) 거대 숙박 플랫폼이 된 에어 비앤비 역시 권위적 질서 보다 경험적 질서를 철저히 추구하며 오늘의 위상에 이른 사례입니다. 에어 비앤비는 온라인 상의 플랫폼인 동시에 불특정 다수의 자발적인 공간을 일종의 호텔로 탈바꿈 시켜 거대한 연합체를 이루고 있으며 때문에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전통적인 호텔 산업과 비교해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회사가 되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자사의 플랫폼을 독보적인 서비스로 성장시킬 수 있던 배경 역시 ‘실험’이라는 방식에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에어비앤비는 고객과 꾸준히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반복해왔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에어비앤비는 앞서 언급했듯 ‘어떤 공간이건 예약할 수 있다.’는 공유 숙박 예약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창업자들이 처음 에어비앤비를 시작할 때에는 그들이 살던 아파트의 거실을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작은 규모의 숙박시설로 바꾸어 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창업자들은 그 경험 과정에서 호텔은 싫지만 호스텔이나 비좁은 방에서 고생하는 것은 피하고 싶어하는 여행객 유형이 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고 사업 모델을 변경했습니다. 이후 이용자의 피드백과 이용 패턴에 기반하여 이름을 (Airbnb) 로 줄였고, 또 고객의 피드백과 행동 데이터를 분석, 실험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아침 식사 제공과 네트워킹 파트를 사업에서 없앴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상 가능한 모든 종류의 숙박 시설(방에서부터 아파트, 기차, 보트, 성, 펜트하우스, 개인섬 등)을 빌리거나 예약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로 재정의했습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에어비앤비의 공식적인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에어비앤비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계기는 간단한 실험에서 비롯했습니다. 2009년 에어비앤비는 방을 등록하면 크레이그 리스트(Craigslist, www.craigslist.com)라는 사이트에도 동시에 등록이 되는 서비스를 실험했습니다. 크레이그리스트는 1995년에 설립된 미국의 전통적인 광고 웹사이트로 구인·구직, 단기 임대, 숙박, 개인 물품 판매 등 방대한 분야를 아우르는 사이트였습니다. 크레이그리스트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플랫폼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에어비앤비와 마찬가지로 숙박업에 대한 광고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레이그리스트의 고객들이 에어비앤비의 잠재적인 고객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에어비앤비가 고객에게 보낸 이메일: 에어비앤비에 숙박 관련 포스팅을 올리면 에어비앤비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에어비앤비로부터 위 이미지 같은 이메일을 받게 됩니다. 에어비앤비는 이메일에 “클릭 한 번으로” 크레이그리스트에 광고를 올리면 “매달 500불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이에 설득된 사용자들이 이메일 내의 링크를 클릭하면 에어비앤비가 만든 소프트웨어에 의해 에어비앤비에 올린 본인의 포스팅이 자동으로 크레이그리스트에 등록이 됩니다.


 빈 방 주인들은 되도록 많은 사이트에 자신들의 빈 방을 홍보하여 빨리 임대가 되었으면 했는데 에어비앤비 한 곳에만 올리면 두 사이트에 모두 등록되었기 때문에 에어비앤비를 더 이용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고, 이 기능으로 많은 사용자와 임대자들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에어비앤비는 방 사진에 대한 실험도 진행합니다. ‘멋진 방 사진이 걸려있으면 예약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한 것입니다. 직접 $5,000 나 되는 고가의 카메라를 빌려서 뉴욕 지역에 등록된 숙소 사진을 촬영해 올렸습니다. 그 결과, 고품질의 사진이 등록된 뉴욕 지역의 숙소는 그렇지 않은 곳보다 3배 많은 예약율을 기록했고 한 달만에 뉴욕 지역의 에어비앤비 매출은 2배가 되었습니다. 다른 몇 군데 지역에서도 테스트를 거쳐 비슷한 결과를 얻은 에어비앤비 팀은 '에어비앤비 전문사진 촬영 프로그램' 을 2010년 공식적으로 런칭했습니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그들은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 제품/서비스 개선 안을 찾아 내기 위해 에어비앤비 플랫폼에서 2017년 한해 무려 2,500여건의 A/B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A/B 테스트: 무작위 비교시행*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이라고도 합니다. 실험하고자 하는 바(A)와 비교하고자 하는 바(B)를 가지고 이를 무작위 집단에 노출시킴으로써 그 유의미한 차이를 관찰,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A/B 테스트가 유의미한 실험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작위’성이 지켜지고 충분한 모수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A와 B의 시안의 고객 반응을 비교해보고 싶다면 두 시안이 잠개 고객에게는 ‘무작위적’으로 노출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충분히 많은 잠재 고객에게 노출되어야 합니다. A/B테스트는 사용자의 행동을 근거기반으로 추적하기 위해 최근 IT 기술기업에서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무작위 비교 실험을 통해 최대한 인과관계에 가까운 행동 근거를 끌어내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도시적 기업들은 이처럼 의식적으로 힘을 분산하고, 권위적 질서보다는 경험주도의 실험, 배움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며 세를 확장합니다. 도시가 성공하는 강력한 이유는 ‘인재’들이 끊임없이 진공청소기처럼 빨려 들어온다는 것인데 이들 기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도시적 기업이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예컨대 구글은 자신의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채용’이라 강조합니다. 좋은 사람을 채용해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조직의 목적과 목표에 자유롭게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즉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기업의 핵심이라 말합니다. 이는 단지 구글 뿐 아니라 사실상 도시화 패턴을 따르는 모든 기업이 강조 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성장하는 모양은 과거 전통적인 기업의 모습과는 조금 다릅니다. 전통적인 대기업들은 권위적 질서 아래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수직 계열화의 패턴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우리가 소개한 도시적 특성을 가진 기업들은 수직 보다는 수평적 계열화의 특성을 갖습니다. 계열 회사 역시 강한 종속 보다는 느슨한 연대의 의미가 더 짙습니다. 수직 계열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확장된 대기업은 재무적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진 구조이기 때문에 어느 한 코어가 무너졌을 때 전체가 무너지는 속성을 지닙니다. 규모의 경제라는 프랙탈을 갖는 조직은 제프리 웨스트의 분석처럼 어김없이 저선형 곡선을 그립니다. 규모의 경제로 달성할 수 있는 ‘효율성’이란 물리, 수학적 측면이든 현실 경제적 측면이든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수평, 수직 확장과 (문화적 측면에서) 자기 유사성 높은 기업간의 느슨한 연대가 적극적으로 뒤얽힌 도시적 기업들은 어느 조직, 기능이 죽는다 해서 전체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어느 한 조직이, 어느 한 제품이, 어느 한 비즈니스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감당하기 위한 체계 아래에서 실험을 하고, 실패를 하는 와중에 성공을 얻는 패턴을 지니기에 도시가 시간을 두고 살아나며 지속 확장을 거듭하는 패턴과 유사한 속성을 지닙니다.


 도시적 기업은 그 자체가 임계질량에 다다르더라도(초선형적 성장세를 멈추더라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 거대한 중앙 플랫폼 화되어 자기 유사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다양성을 가진 복수의 기업들과 연대(Alliance) 하는 형태로 일종의 ‘도시화’를 구현하려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다시한번 최근 두각을 나타내며 도시적 특성을 나타내는 기업과 주변 시장을 바라봅시다. 구글 진영, 아마존 진영, 애플 진영 등과 같이 중앙 플랫폼, 허브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수많은 기업이 모여들어 유기적인 네트워크 생태계를 형성하는 패턴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일련의 관점을 가지고 전통적 대기업의 표상이었던 국내 대기업 현대자동차, 삼성, LG 등의 움직임도 관찰해 보면 이들 역시 과거 규모의 경제를 위한 수직계열화에서 중앙 플랫폼 도시적 기업으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꾀하려 몸부림 치는 것을 비로소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 세계 해양 도시 무역 흐름(2004)[ii]:  전형적인 복잡계 사회 연결망(척도 없는 네트워크)으로 각국의 주요 항구 도시가 허브, 일종의 중앙 플랫폼이 되어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형태를 갖습니다. 그리고 항구 도시 중에서도 다시 대형 허브 역할을 하는 도시 몇 개를 중심으로 군집을 형성하는 양상이 보입니다.


[그림] 구글의 인수합병 및 투자 기업 네트워크(2012년 기준)[iii]: 이들은 수백개의 기업을 흡수하며 거대한 중앙 플랫폼(일종의 도시) 역할을 합니다. 흡수된 기업은 때로는 완전 흡수되기도 하지만 독립적으로 움직여 또다른 허브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복잡계 사회 연결망(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형태를 띕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도시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도시는 권력의 분산, 도시에 사는 수많은 개인의 욕망이 자연스럽게 발산되는 구조라면 기업은 그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자연스러운 것은 권력의 집중이요, 욕망은 정리되어 발현되어야 기업으로서의 제 기능을 한다. 때문에 권력의 분산은 욕망의 분출은 다분히 언제까지나 인위적으로 관리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기업은 도시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 앞에서 여전히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도시와 달리 궁극적으로 소수 인간(경영자)의 세계관이 깊게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 권력의 집중, 분산 자체가 그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 그가 곧 ‘신’이 아닌 이상 단일 기업으로서의 수명은 끝내 도시보다 짧을 수 있다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추론입니다. 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미국 ‘싱귤래리티 대학’과 창립자의 주장처럼 반대의 의견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진짜 초점은 ‘기업은 도시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정답 맞추기가 아닙니다. 확실한 것은 기업은 그들이 의식했든 하지 않았든 도시를 닮아가려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생존과 성장을 위해 몸부림치면서 복잡계로서의 도시, 그리고 도시 생태계의 본질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그림] 연속적인 초선형 성장 궤적을 보여주는 그래프, 동시에 도시적 기업이 지향하는 성장 궤적: 유한 시간 특이점(수직 점선)에 다다르기 전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각 성장궤도는 특이점에 다다랐다가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도시는, 그리고 도시적 기업은 혁신의 시간을 다시 맞춤으로써 전체 주기를 새롭게 개시하는 형태로 초선형 성장을 유지하려 합니다.

** 초선형 성장과 유한시간 특이점, 그리고 붕괴


 

저선형 성장과 초선형 선장이 다른 점이 있습니다. 초선형적 스케일에서 성장은 수직 점선으로 나타낸 유한 시간(t0)에 무한해집니다. 유한시간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시점에 불가피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아마도 문제가 생길 것임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쉽게 말하면 유한 시간 특이점은 초선형 성장을 하는 인구든, GDP든, 특허 건수든 해당 대상을 통제하는 성장 방정식의 수학적 해가 어떤 유한한 시간에 무한히 커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그림 참조) 그런데 현실에서 그런 일은 지속 불가능합니다. 무제한적으로 계속 증가해야 하는데 현실 세계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공급은 끝내 유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론은 이를 그냥 내버려두면 결국 이 특이점에서 상전이가 일어나면서 침체와 붕괴로 이어진다고 예측됩니다.



Reference

[i] Google 검색 제공

[ii] European Commission/Seventh Framework Programme,

『Globalization, regionalization, urbanization: an analysis of the worldwide maritime network』, 2004

[iii]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mergers_and_acquisitions_by_Alphabet

 , 최신 업데이트 현황 및 관련 기업의 대쉬보드를 보고 싶다면 https://my.infocaptor.com/dash/mt.php?pa=google_acquisitions_560b29a00783e 참조


배경이미지: Arthur Leipzig, "Chalk games," Brooklyn, 1950. Arthur Leipzig, www.arthurleipzig.com


Book: 상효이재, 초개인주의 Over-Individualism, 한스미디어, 2022

장재웅, 상효이재, [네이키드 애자일] , 미래의 창,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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