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다는 것, 복잡계 세계의 의미와 특징
복잡계는 그 특징이 구성 요소를 이해하는 것 만으로는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 시스템입니다. 그 변화가 초기 조건이나 작은 요동에 매우 민감하거나 독립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아주 많은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어 예측 불가능한 경로를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복잡계는 단순계와 달리 비선형적입니다(직선적이지 않은).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에 따른 비선형성은 혼돈Chaos을 일으켜 놀랍고 극단적일 수도 있는 창발적인 현상이 발생합니다.
최고의 동료가 모였다고 해서 언제 어떻게 최고의 성과를 내리라는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최고의 동료가 최악의 결과를 언제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복잡계는 매우 다양하고 수많은 구성요소들로 이루어져 상호작용합니다. 복잡한 것_complex과 혼잡하게 뒤엉켜 있는_complicated과차원이 다릅니다. 혼잡한 것은 오히려 단순계 관점의 결정론으로 분석해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면 더욱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것은 수많은 구성 요소 자체가 아니라 구성 요소 간의 관계, 쌍방향 상호작용-피드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선형적인 세계에서는 모든 것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요소 간의 상호작용 역시 고려대상이 아니라 정밀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복잡계의 비선형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며 예측 불가능합니다. 비선형적이라 하는 것은 입력과 출력의 관계가 비례하지 않는 것입니다. 복잡계에서는 초기 조건의 민감성으로 인해 처음의 극미한 차이가 나중에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얼마든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의 작은 날갯짓이 몇 일 후 뉴욕에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에 대한 상징적인 메시지를 우리는 기억할 것입니다.
복잡계의 특성이 그런 것-예측 불가능한-이라면, 그리고 조직과 개인의 삶 대부분이 (그간 우리는 몰랐거나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복잡계 세계 안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할까요? 미래는 더 이상 그 어떤 예측도 불가능한 것일까요? 단순계 아래에서 우리가 세웠던 정밀한 예측과 계획이 궁극적으로 무용지물이라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어찌해야 할까요?
우리는 먼저 복잡하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바로 이해해야 합니다. 복잡한_Complex 것은 혼잡한Complicated 것과는 다릅니다. 혼잡한 시스템은 겉으로 보기에는 달라 보이지만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는 점에서 예측 가능합니다. 예컨대 비행기 조종은 매우 혼잡하지만 동시에 예측 가능한 단계를 밟기 때문에 매우 안전합니다.
그런데 복잡계는 좀 다릅니다. 초기 조건이 동일하더라도 시스템 내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그 관계에 대한 모형을 만들면 혼잡한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상호 작용으로 단순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잡계는 모든 요소들이 동적으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단순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복잡계는 일단 수많은 개별 구성 요소나 행위자가 모이면, 대개 그 개별 구성 요소나 행위자의 특성에서는 전체의 특성이 드러나지 않고 그 특성으로부터 쉽게 예측할 수도 없는 집합적 특징이 드러나는 체계를 의미합니다. 예컨대 우리는 단지 세포 집합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존재이며 마찬가지로 우리의 세포는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분자의 집합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섭니다. 저명한 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Geoffrey West에 따르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약 100조 개의 세포 중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이라고 인정하거나 동일시할 특성을 지닌 것은 전혀 없습니다.’[i]
이처럼 복잡계는 열린 시스템입니다. 즉 시스템이 주변환경에 의해 유기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골치 아픈 점은 기존의 물리학 혹은 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이론들은 닫힌 시스템을 가정해야만 적용, 예측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물리학자 닐존슨Neil Johnson은 복잡계의 열린 속성이 가져다주는 대표적인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ii]
복잡계 시스템은 뻔하지 않을 뿐 아니라 종종 더 예측할 수 없는 방향과 방식으로 변합니다. 이는 피드백의 영향 하에서 상호작용하고 적응해 가는 행위자들의 생태계가 주도합니다.
과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복잡계는 평형과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으며, 충분히 오래 기다리기만 하면 대체로 그런 일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모든 시장은 언젠가는 폭락 사태를 겪기 마련이며 모든 교통 체계는 언젠가는 어떤 정체를 겪기 마련입니다. 또 이런 현상은 대부분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이 불가능하며 이런 예측 불가함은 놀라움의 한 단면이 됩니다. 복잡계는 각각 개체의 성질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는 예측할 수 없어서 놀라운 현상, 즉 창발 현상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가 물분자의 성질을 아무리 잘 이해한다고 해도 빙산이 만들어지고 이후 타이타닉과 부딪힐 것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조직의 개개인이 뛰어나다 해서 시장의 기회를 정확히 포착해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이라는 예측도 불가능합니다.
복잡계는 오롯이 스스로 복잡한 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중앙 통제를 한다고 해서 변화가 그 통제에 따라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지지 않고 그리 움직일 수 없습니다. 복잡계의 각 주체가 언제나 창발의 주인공 혹은 주요한 등장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석가모니는 ‘삶은 고통의 바다(苦海)’라고 했습니다. 삶이 고해인 까닭은 삶이 오롯이 고통만으로 채워져 있어서라기 보다는 우리 의지와는 관계없이 기쁨과 고통이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삶에서 문제는 때때로 해결되기 마련이지만 그렇다 해서 문제가 영원히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맞이하고 겪어야 합니다. 철학적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재미있게도 이는 우리가 복잡계를 파악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됩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복잡계에 비유해 표현하자면, ‘복잡계는 무질서의 바다’입니다. 그런데 복잡계가 무질서의 바다인 까닭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의 대부분이 오롯이 아무것도 예상, 관리할 수 없는 무질서만으로 채워져 있어서가 아니라 삶이 고해인 까닭과 마찬가지로 중앙 통제 밖에 영역에서 얼마든지 무질서와 질서를 반복하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예컨대 교통 체증은 도로망의 특정 시각과 장소에서 일어났다가 사라집니다. 보다 일반적으로 모든 복잡계는 질서와 무질서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우주는 전체적 관점에서 보면 무질서를 향해 나아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적당한 양의 에너지와 노력을 투입한다면, 확실히 특정 장소와 시간에 잠깐 동안 일단의 질서를 창조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국부적인 질서의 증가는 주변환경의 질서가 감소한 대가로 얻어진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Reference
[i] 제프리웨스트Geoffrey West저/이한음역, 스케일, 김영사, 2017
[ii]닐존슨Neil Johnson저/ 학국복잡계학회역, 복잡하지만단순하게, 바다출판사, 2020
Book: 상효이재, 초개인주의 Over-Individualism, 한스미디어, 2022
장재웅, 상효이재, [네이키드 애자일] , 미래의 창,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