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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크사이드 Jan 19. 2024

Interview, 카페 '고요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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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산장은 모든 사람이 와도 좋은 공간이에요. 여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사람이면 좋을 것 같아요.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혼자만의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고 조용히 책 읽을 공간도 필요하다면 잘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바에 앉아서 책을 읽으시다가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이야기가 끝나면 또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분위기인데 전 그런 게 좋아요.


Interview with

고요산장 김상운, 김다희 대표


고요산장은 어떤 공간인가요?

따뜻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서 만든 곳이에요. 운영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친목을 위한 공간으로요. ’제2의 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로 말 그대로 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든 곳이거든요. 고요산장은 21년 10월에 오픈하고 운영한지는 1년 정도 됐는데 제가 의도한 대로 사람들을 만나고 가깝게 지내게 된 것까지는 오픈하고 3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고요산장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큰 비하인드 스토리는 없어요. 원래는 이름을 먼저 짓고 브랜딩을 하는 순서로 많이 하지만 저는 이름에는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았어요. 제가 시끌벅적한 것보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고요라는 단어가 나온 거예요. 과거에 다녔던 회사가 빨리 움직여야 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매일 야근하며 하루를 전쟁같이 보냈거든요. 아침 일찍 나가 새벽에 퇴근하는 그런 것에 많이 지쳤었나 봐요. 이 공간만큼은 고요했으면 좋겠기에 고요라고 지었어요. 그리고 산장이라는 단어는 이 공간이 거의 다 지어질 때쯤에도 없었어요. 제가 어릴 때 나루토를 좋아했는데 산에서 수련하고 그런 게 재밌고 인상 깊었거든요. 사람들 간의 교류도 있으면서 공간과 어우러지는 이름이 있을까 하다가 산장이 떠올랐어요.



원래 어떤 일을 하셨나요?

원래는 대기업 회사원이었어요. 머스크라는 외국계 해운회사의 물류 쪽에서 일했었어요. 처음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카페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만 가지고 있었어요. 카페를 차리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고 안정적일 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동료들이 항상 이 일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냐고 물어봤었거든요. 저를 포함해서 각자 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내가 너 나이였으면 도전 해봤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금 하고 싶은 건 지금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신 적이 있나요?

커피에 대한 경험이라고 한다면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1년 동안 다녀왔었는데 프랜차이즈 카페 알바로 일한적이 있어요. 근데 그때 당시에는 커피를 잘 몰랐거든요. 머신도 잡지 말라며 혼난 적도 있고요.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는 것만 알고 학교나 학원에 가서 누구에게 배운 적은 없어요. 커피를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일할 때 몰래 이것저것 만들어보기도 하고 집에서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공부했어요. 또 카페를 직접 찾아가 사장님들한테 무작정 물어봤었어요. 최근에는 공간을 제공해 드리고 모셔와서 커피를 배우기도 하고요.



이곳에 고요산장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별하게 안산에 의미를 부여했다기보다는 제가 잘 아는 곳이기 때문이었어요. 해외에 1년간 인도로 봉사활동 다녀왔던 것 그리고 호주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던 것 말고는 평생을 안산에서 살았거든요. 다른 지역의 분위기를 잘 모르지만 안산에서는 고요산장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카페거리가 형성된 곳보다는 사람들이 오기 힘든 골목 주택가에 있는 화려하지 않은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활성화되지 않은 동네에서 내가 제일 먼저 하고 싶다 이런 생각도 있었고요. 이름이나 SNS 감성에 현혹되어서 오기보다는 여기가 어딘지 궁금해서 오는 곳이고 싶었어요.


작년에 목, 금, 토요일에만 운영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오픈 초에는 짧게 운영하지 않았어요. 조금 파격적이긴 하지만 커피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싶어서 당분간만 그렇게 운영했죠. 공부라고 한다면 모르는 게 있을 때 세미나를 다녀오거나 로스팅를 이것저것 해보는 거예요. 로스팅을 원래는 직접 하지 않았는데 커피를 계속 업으로 삼고 싶고 로스팅에 대한 갈망이 있어 하게 됐어요. 로스팅을 하기 위해 전문적인 기계를 사용하려면 공간이 필요했고 생각보다 더 어렵더라고요. 한두 시간 정도로는 힘들어서 운영시간을 조정했던 거예요.



드립커피만 하는 이유가 있나요?

에스프레소가 아닌 이유는 머신이 비싸서라는 단순한 이유였어요. 처음 이런 구조를 생각하지 않았을 때는 당연히 머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종종 핸드드립만 하는 카페에 갔었는데 이렇게도 카페를 운영할 수 있구나 하고 선입견을 깨준 장소였어요. 그리고 운영하다 보니 오히려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좋은 것 같아요.


디저트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직접 다 만들고 있어요. 사실 디저트를 잘 만들진 못해요. 완벽하진 않지만 매장과 가정집 사이의 캐주얼한 디저트를 내려고 하고 있어요. 완벽한 맛의 디저트도 좋지만 집에서 친구에게 내주는 듯한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그리고 원래는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인천에서 밤 조림을 우연히 먹어보고 맛있어서 고요산장에서 디저트로 하게 됐어요. 다른 곳에서 잘 안 하는 디저트를 하고 싶었어요. 근데 왜 안 하는지 알게 됐어요. 만드는데 거의 24시간 이상 걸려 힘들더라고요.



사장님만의 철칙이 뚜렷한 것 같아요.

저의 철칙은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 기다리게 할지언정 자신 없는 커피를 내지 않는다예요. 커피 한 잔이 나왔을 때 그 커피 하나하나가 제 기준에서 만족했으면 좋겠어요. 원두도 농산품이다 보니까 콩이 일정하지 않아 커피 맛이 달라지기도 해요. 커피 맛에 만족하지 못하면 다시 내리기 때문에 몇 배의 시간이 걸려요. 이전에 계속해서 다시 커피를 내리다가 몇 팀이 밀려서 새로 온 손님을 돌려보낸 적도 있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리셨는데 제가 도저히 내드릴 수 없는 맛이어서 돌려보낸 적도 있고요. 맛없는 걸 내는 것보다 그게 더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서비스 면에서는 잘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리고 새로운 맛을 내는 커피보다는 맛있는 커피이고 싶어요. 전문가보다 대중들이 느꼈을 때 맛있다고 해주시는 게 더 행복한 것 같아요. 그래서 취향을 대중들에게 맞추고 싶었어요. 데일리 하게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떠올린다면 고소하고 초콜릿티한 이미지잖아요. 고요산장은 그런 맛을 내는 카페라고 할 수 있어요.



인테리어 콘셉트와 과정도 궁금합니다.

콘셉트는 제가 자주 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카페가 있는데 은평구에 YM COFFEE HOUSE(와이엠 커피 하우스)라는 곳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소통하고 싶은 갈망은 있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곳에서 방법을 찾았던 것 같아요. 바 형태로 된 공간이 일반적인 카페의 형태도 아니면서 소통을 하기에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고요산장’이라는 이름처럼 산장의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교류의 장소는 깔끔하다기보다는 세월이 묻어있는 듯한 안락한 느낌이었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인테리어를 셀프로 하고 싶어 독학으로 3D 프로그램을 배웠고 직접 공간구성을 해놨었어요. 근데 셀프로 했을 때 문제가 생기면 수리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아서 제가 구성했던 대로 해줄 업체를 어렵게 찾았고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들은 조금씩 리터치해 주셨어요. 추천해 주신 자재들이 있었지만 제가 을지로에 가서 바닥 타일은 골라왔고 철거나 페인트칠을 직접 하기도 했고요. 불안전한 느낌으로 보이고 싶었고 완전히 맡겨버리면 고요산장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매일 현장에 방문해 이런저런 요구를 드리면서 귀찮게 했었어요.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설거지하는 곳이 원래는 바 안에 있어야 하지만 밖에 있는 구조예요. 돈이 없기도 했지만 카페가 아닌 가정집으로 느껴졌으면 했어요. 친구 집에 놀러 온 것처럼요. 사실은 불편한 구조이기도 하지만 오픈 당시에 수익에 대한 목표가 아예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고요산장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진짜 교류가 일어나는 곳이에요. 전 손님들이 궁금하기도 하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단골손님들과 개인적으로 여행을 갈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도 정말 다양해요. 이게 진짜 되는구나 하고 신기했어요. 교류하고 친구가 되는 과정은 항상 행복했는데 특히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었을 때 제일 행복했어요. 전혀 홍보를 하지 않으니까 오픈하고 아무도 오질 않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가게 앞에 사는 손님들이 오셨거든요. 처음 손님이다 보니까 긴장도 되고 그랬는데 손님들은 재미있으셨나 봐요. 이후에 자주 와주셨고 처음 의도했던 대로 잘 돼서 좋았어요. 그리고 여자친구를 만났던 것도 특별했어요. 함께 운영하고 있는 여자친구도 처음엔 손님으로 와서 알게 됐거든요.



두 분이 만났고 함께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여자친구도 초창기 손님이었거든요. 카페 가는 걸 좋아해서 지도에 잔뜩 저장을 해두는데 이곳도 포함되어 있었나 봐요. 여기 밤 조림이 있으니 밤을 먹어볼까 하고 친구랑 함께 왔었대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찬가지로 친구가 된 거죠. 앞으로 친구들 많이 데리고 온다고 하면서 이후에도 자주 왔었어요. 처음에 함께 왔던 친구가 둘이 잘 맞을 거라는 기류를 느꼈나 봐요. 같이 연남동으로 놀러 가자고 해서 사적으로 보게 되고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하게 됐어요.

그때 한참 로스팅까지 하게 되면서 커피의 퀄리티에도 손상이 가는 정도로 여유가 없을 것 같다 싶던 때였거든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장님처럼 일해줄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잖아요. 마침 카페를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떠올랐고 조금씩 제안해 보고 은근슬쩍 관심 갖게 했어요. 주 4일 쉬는 기간을 가지는 동시에 핸드드립을 제대로 알려주면서 같이 운영하게 된 거죠. 올해부터는 여자친구가 본격적으로 바리스타 겸 2호 산장지기로서 고요산장에서 함께 하게 됐어요.



이 공간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더 장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결론은 수익창출이나 마찬가지예요. 빠르게 수익을 내려면 경영도 잘하고 맛있고 빠르면서 배달도 해야 하겠죠. 하지만 이런 방식보다는 그 길을 천천히 가고 싶어요. 두터운 팬층을 만들어나가면서 언제 무너질 것 같은 느낌 없이 탄탄하게 성장하고 싶어요. 커피가 맛있는 집, 디저트가 맛있는 집으로서의 팬층보다는 “여기는 여기야!”라고 좋아해 주는 느낌으로요. 제가 ‘제2의 나’라고 이야기했던 게 이곳이 유기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사람처럼 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잖아요. 보살핌도 받고 친구도 사귀고 고통과 성공도 겪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요.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 내가 원하는 고요산장의 출발점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글·사진|워크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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