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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크사이드 Jan 17. 2024

Interview, 카페 '직지 마운티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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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동네에는 멋있는 공간들이 많잖아요. 본인들이 추구하는 것을 지키고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 있는 공간이 멋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 수많은 공간 중 본인에게 맞는 곳을 찾아 편안하게 방문하는 문화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예술가가 많은 지역에서 카페를 했을 때 틀어놓은 음악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이곳에서 전시를 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을 받았던 경우가 있었어요. 카페가 콘셉트에 갇혀 사진으로만 소비하는 고객과 커피 내리는 바리스타로 분리되는 획일화된 모습이 아닌 이런 자연스러운 문화를 안산에서 예술 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시나 공연을 할 경우에 자유롭게 변경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고 편안하고 실용적인 작업 공간을 생각하며 이곳을 만들었어요.


Interview with

직지 마운티니어링 김재우 대표


이 공간을 운영하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졸업해서 해외 음반사 일을 쭉 해왔어요. 아티스트로서 음악을 한건 아니고 음반이나 공연 기획 일이에요. 한남동에서 공연과 전시 위주의 카페인 ‘플리플리’를 12년도부터 아는 형님들과 함께 운영했어요.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음악으로 되게 유명했고 또 잘 됐었어요. 5년 정도 운영하고 개인적으로 카페를 하고 싶어 고민하고 있던 때였는데 마침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렉터로 제안을 받았어요. 큰 자리여서 처음엔 거절했는데 함께 문화공간을 만들어가던 아티스트이자 스태프인 친구들을 같이 채용하겠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일하게 됐죠. 그곳에서 했던 일은 DDP 두 건물의 책임자로 들어가서 크고 작은 전시들을 기획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안에 있는 카페의 컨설팅도 함께 했고요. 이후에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지면서 같이 일했던 스태프들은 그대로 그곳에 남거나 다른 좋은 곳으로 이직하고 저도 나와서 직장을 옮겼어요. 그리고 바로 전 직장이 카카오 기획 쪽이었는데 일이 잘 맞지 않아서 그만뒀고 직장은 더 이상 못 다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안산에 직지 마운티니어링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제가 현재 살고 있기도 하고 개인 작업실이 있는 한남동에 작게 식당과 카페를 하고 싶었어요. 개인작업실에서는 밀크티와 직접 만든 식품들 케이터링 사업을 하고 있었고 그곳을 카페로 변경하려고 했어요. 근데 허가 문제를 비롯해 여러 제약이 있어 다른 지역을 찾고 있었어요. 많은 지역들을 알아보기도 했는데 마침 모교인 서울예대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일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안산이라는 지역을 알아보게 됐어요. 지금 함께 운영하는 친구가 안산 토박이이기도 하고요. 한남동도 좋지만 그곳 대부분의 카페는 너무 획일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것을 탈피하고자 안산으로 온 것도 있어요. 다 똑같은 카페를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함께 운영하는 분들이 계신가요?

서포트를 해주는 친구 두 명이 있는데 각자 본업이 있는 친구들이라 카페는 거의 저만 출근하고 있어요. 친구들과는 직지 마운티니어링에 있는 가구를 함께 만들었어요.



직지 마운티니어링 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음악이에요. 매장에서 트는 음악들은 실제로 제가 일할 때 작업했던 음악들이라 평소에 쉽게 들을 수 없던 것들이에요. 제가 10년 넘게 공연이나 전시를 기획했던 것을 바탕으로 만든 공간이기 때문에 절대 가볍게 만든 곳이 아니에요. 직지 마운티니어링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커피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제가 만들어 놓은 장치 때문에 더 좋아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끔 난해한 음악을 틀기도 하는데 음악을 특이하게 트는 카페라고 생각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이곳을 “전시하는 카페예요” 혹은 “음악을 특이하게 트는 카페예요”라고 내세우는 게 순서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먼저 커피 맛과 최대한 좋은 서비스로 인정받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직지 마운티니어링을 알아가주시기를 바라고 있어요.



어떤 인테리어 콘셉트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나요?

갤러리 같기도 하고 카페 같기도 하고 가구 공방 같기도 한 의도된 인테리어예요. 한쪽에서는 회사원들이 와서 이야기하고 한쪽에서는 미팅이 이루어지고 또 다른 쪽에서는 작업을 하는 그런 복합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 지역에 사는 학생, 회사원 그리고 디자인이나 음악을 공부하는 아티스트들이 편하게 작업하러 오거나 놀러 오는 공간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했어요. 그래서 작업하기 편하도록 테이블을 크게 만들었기도 하고요. 이 소파도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된 공간이거든요. 처음 오면 공간이 낯설 수 있는데 잘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아요.



산, 등반과 관련된 사진이 많은데 어떤 사진인가요?

입구 쪽 벽에 붙어있는 사진은 캠핑 브랜드 헬리녹스 광고 캠페인으로 사용하려다 B컷으로 빠진 사진이에요. 카운터에 있는 이 사진은 덴마크에서 산을 찍는 아마추어 작가가 찍은 사진인데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붙인 사진은 아니에요. 공사 중일 때 앞에 주거공간과 너무 가까워서 임시로 가리려고 크게 뽑아 붙여놓은 건데 느낌이 좋아서 계속 붙여두고 있어요. 이 사진은 원본으로 봤을 때 모던한 북유럽 사진이거든요. 흑백으로 확대해서 뽑으니까 수묵화 같은 느낌이 들어서 동양화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직지 마운티니어링이라는 이름이 등반과 관련이 있나요?

네 맞아요. 원래는 기존의 밀크티 브랜드 이름으로 하려고 했지만 공간하고 어울리는 튀고 신선한 이름으로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자연, 산에서 모티브를 얻어 등반이라는 뜻을 가진 ‘마운티니어링’으로 짓게 됐어요. 그냥 마운티니어링이라고만 하면 등산과 관련된 공간같이 느껴져서 앞에 ‘직지’라는 단어를 추가하게 되었는데 다들 생각하시는 그 ‘직지심체요절’의 직지가 맞아요. 이 단어는 퇴사하기 전 마지막 프로젝트인 직지심체요절 관련 전시에서 얻게 된 이름이에요. 전시를 했던 박물관 입구에서 봤던 직지(JIKJI)라는 글자가 되게 와닿았고 단어 자체가 주는 느낌이 좋았어요. 한문으로 ‘곧을 직’, ‘가르킬 지’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도 좋고요. 그렇게 탄생한 직지 마운티니어링이라는 이름은 ‘한 방향으로 등반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공간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것이 있나요?

이 공간에 대해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것이 좀 힘들었어요. 이미 카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보니 새로운 공간에 대해 낯설어하고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요. 당연히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지만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아요. 특이하게 인테리어한 SNS용 카페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실 땐 상처가 돼요. 그래도 이곳과 결이 맞는 분들은 공간을 좋아해 주시겠지라는 생각으로 운영 중이에요.


직지 마운티니어링의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요?

올해 안에 외부 간판을 포함해 조금씩 정비를 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와서 볼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지금은 작게 간판이 있는데 원래는 아예 없었어요. 근데 편안하게 작업하고 놀 수 있는 공간을 찾으시는 분들은 카페를 검색해서 오시기보다는 지나가다가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간판을 만들었고 곧 제대로 만들어 보려고 해요. 그리고 내년에는 한남동에서 이어온 전시와 산업디자인 스토어를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에요. 내부 공간구성도 조금씩 변할 것 같아요. 앞으로 이곳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최종 목표가 있나요?

좋은 회사를 다닌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았거든요. 내가 만든 의도와 장치들이 숨겨진 공간에서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고 쉬어가고 즐기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는 것이 저의 행복이고 제가 하고자 하는 일들의 시작인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제가 좋아하는 커피와 음식을 예전부터 제 본업에 적용시키고 싶었던 것 같아요. 꿈꿨던 공간에서 좋은 커피를 제공하고 제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 음악과 전시. 이 세 가지를 접목시키는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글·사진|워크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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