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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준 Dec 16. 2024

공 잘찬다고 감독을 잘하나

2024.05

공 잘차고 스타라고 해서 감독을 잘하진 못해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막연히 떠올려보는 생각이 있다.
역대 레전드들이 모두 모여 한 팀으로 게임을 하면 어떨까.

감독은 펠레가, 코치는 마라도나가 골키퍼는 칸 아니 야신에 메시와 호날두도 끼고 베컴과 지단, 말디니도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이 팀이 잘 될까..??

저렇게 팀을 짜봐야 자기 잘났다고 팀웍도 잘 안맞겠지만 다 떠나서 감독이라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마라도나나 선동열 등 현역시절 레전드로 불렸음에도 감독으로선 영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우스갯소리로 레전드였던 선수들은 모든 선수가 자신만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여 제대로 된 코칭을 못한다고 비웃기도 한다. 왕년에 나는 이만큼 했는데 너흰 왜 못하냐. 내 전략은 빈틈이 없었는데 너희가 빈틈이다. 뭐 이런 느낌으로.

그런데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일반 조직도 똑같다.

일 잘한다고 팀장앉히고 임원 앉혀놨더니
오히려 번아웃만 빨리오고 들이는 시간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실무에선 날아다니던 친구가 직급만 달았다하면 어버버 거리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니 발탁한 대표 입장에선 죽을 맛이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팀장을 만들 준비를 제대로 시키지 못했던 것이 크고 팀자이 해야 할 일을 대표도 모르기 때문이다. 

보통 일을 잘하는 사람이 팀장이 되면 일을 따오고 수행하는 것도 큰 과업중 하나지만 직원을 관리하고 조직을 든든하게 구성하는 것이 가장 큰 과업이다.
그러나 팀장 교육을 대기업처럼 제대로 받지 못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에서는 팀장이 해야하는 일을 대표도 잘 모른다. 그러니 실무 시절처럼 일에 집중하고 자신의 생활까지 갉아먹는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고 밖에 많이 나간다고 일을 잘하는게 아니다, 팀장은 팀원을 성장시키고 이들이 회사에 로열티를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대표들은 팀장이 된 일잘러 직원에게 더 큰 책임과 무게만을 강조하곤 한다. 그렇다고 대표가 팀장에게 전권을 위임하라는 말이 아니다. 대표는 팀장이 해야 할 임무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가령 영업팀이라면 영업 목표가 100억이라고 했을 때, 이 100억을 팀장 주도하에 '언제까지' 따오게 하는 걸 지시할 게 아니라 영업팀이 '어떻게' 100억을 벌어올 지를 고민하고 영업팀 내에서 업무를 스스로 분장할 수 있게끔 지원해야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장은 그런 고민보다는 목표 달성을 어떻게 해야 조직의 신뢰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더욱 고민하다. 그러다보니 팀장 혼자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능력이 좋으니 자신을 갈아넣어서라도 목표를 달성한다. 성장해야할 직원들은 늘 제자리고 대표의 요구 목표는 점차 높아진다. 결국 병나는 건 중간의 팀장이다.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자. 대표가 목표를 설정했을 때, 실무의 직원이 현실상 그것이 어려움을 토로할 때 팀장은 대표가 정한 목표만큼은 아니라도 왜 이런 목표가 나왔는지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 왜 대표가 이만큼을 제시하였는 지를 팀원들과 함께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대표에게 실제 영업 현장에서의 고충(개발 진척도, 시장 경기 둔화, 강력한 경쟁사 등)을 이해시키며 현실가능한 목표 수준으로의 조정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정반합에서 '합'을 담당해야하는 것이다. 팀장이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모든 직원의 것을 수행할 수 없다. 좀 못미더워도 맡겨보고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도와야 한다. 팀장은 엄마가 아니다. 하지만 엄마보다 더 자애로워야 하고 엄마보다 더 매서워야 하며 엄마보다 더 이해심이 많아야 한다.

리더의 시작이라고 흔히 말하는 팀장도 단연 쉬운 자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있는 수 만, 수 십만의 팀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들이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이며 조직이 그들을 리더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더로서 조금만 더 고민해보자. 당신은 터미네이터도 아니고 제갈량도 아니다. 그냥 일반 인간일 뿐인데 왜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하는가. 또 문제없이 일을 마쳤다고 짐을 더 올려주지도 말자. 할 일 없으면 알아서 만들어서 일 만들줄도 알아야 리더 아니겠는가. 

그래, 내려놓을 줄 알아야 리더다. 
진짜 큰 조직을 만들고 싶거든 그만 좀들 괴롭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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