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요사이 IT회사들을 중심으로 가장 핫한 키워드라면 AI가 꼽힌다.
그러나 신규 BM창출로서의 역할을 빼면 글쎄.. 물론 진짜 BM으로서 효용이 있냐라고 하면 또 그건 아니올시다라고 하고 싶다.
이런 AI를 걷어내면 실무에서 제일 핫해진 용어는 CX가 아닐까 싶다.
나는 2020~2021년 쯤, CX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이 CX라는 개념이 여기저기를 뒤엎고 있다.
이는 채널톡의 성장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채널톡의 의도와 맞아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CS대신 CX라는 단어가 더욱 '있어보이는' 조직으로 보이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아니나다를까. 경험해본 대부분의 CX조직은 CS조직에서 간판만 바꿔 단 경우가 많다. 그럼 대체 왜 CX가 소위 말해 있어보이는 개념이 된걸까.
사실 CX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이어져왔다. 전세계에 세기말 감성이 먹구름처럼 덮이던 1998년, 조지프 파인 주니어와 제임스 길모어가 집필한 '체험의 경제학'에서 구체화되었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조지프 파인 주니어와 역시 저명한 컨설턴트인 길모어 아저씨(컨설팅을 공부하다보면 이 아저씨에게 내적 친밀감이 생긴다.)는 구매 전, 소비, 구매후 단계 등 모든 단계의 소비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여러 경험을 분류하였고 이를 재미(entertainment), 교육(education), 아름다움(esthetic), 현실 도피(escaspe)의 4가지 요소로 정리해 이 네가지 요소가 각자 역할을 다할때 만족스러운 체험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이같은 고객 체험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계속되어 번 슈미트는 체험마케팅이라는 책에서 감각 마케팅, 감성 마케팅, 인지 마케팅, 행동 마케팅, 관계 마케팅 등 다섯가지의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였다.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 위 책들로 고객 경험이라는 개념이 오래되었음을 짚은 것이지, 위의 책들이 CX의 시작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CX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고객의 경험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은 마케팅 요소가 없이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서비스 기능에 대해 고객이 불만을 느낄 때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단순히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앞으로도 잘 활용해달라고 읍소한다. 보통은 거기서 끝이고 요새는 나름대로 VOC를 정리하여 개발에 반영하거나 마케팅, 영업 전략에 반영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고객이 우리 서비스에서 무엇에서 불편을 느꼈는 지, 그것이 직원의 응대 등에 따른 사람의 문제인지 서비스 기능 자체에 대한 개발적 문제인지, 지금 진행하는 프로모션에 참여하지 못한 인간적 아쉬움인지를 모두 살펴야 한다. 아름다운 고객은 자신이 불만을 가진 것을 모두 말해주지만 대부분 그 단계까지 가기 전에 응대하는 고객센터에서는 예예, 죄송합니다. 라는 말로 고객의 입을 틀어막기 일쑤다.
CX는 단순한 고객 응대의 개념이 아니다. 고객의 Needs를 넘어선 Wants를 추출하는 스포이드의 역할을 해주며 스포이드로 뽑아올린 고객의 Wants를 마케팅 전략에 녹여낼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는 당연하게도 제품 개발과 세일즈에도 연계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CX조직은 누구보다 고객 심리에 대해 잘 알고있는 것은 물론, 고객의 눈으로 서비스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런데 고객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생각도 없이 고객을 가르치려 들면서 CX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조직이 많다. 그런 조직을 바라보는 고객들은 한국말로 씨X라고 욕을 뱉을지도 모른다.
CX의 중요함이 세상에 널리 알려짐은 매우 감사하고 흥분되는 일이다. 다만, CX라는 이름을 달 준비가 되어있지도 않으면서 CX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마치 콜센터 담당자들보다 자신들이 낫다는 우매한 으쓱거림은 그만하였으면 좋겠다.
다행히 링크드인에서 만나는 CX 리더분들은 부족한 나보다 훨씬 고객을 생각하시고 고객의 경험이 서비스에 어떻게 반영되시는 지를 누구보다 고민하고 공부하시는 분들이라 오늘도 많이 배우게 된다. 많은 가르침을 베풀어주시는 링크드인의 여러 CX리더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