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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준 Dec 19. 2024

예? 컨설팅이요?

2024.05

작년 전 회사에서 퇴사한 뒤, 이름만 컨설턴트로 일년 여를 보냈다.
컨설팅을 수십 곳 이상 하긴 하였지만 대부분 돈을 받지 않거나 일회성으로 끝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말과 생각이 그만한 가치를 담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고
내가 상상하기에 나의 짧은 경력과 얕은 식견이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거라 여겼다.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책임에 대한 부담때문에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한 큰 노력도 기울인 적이 없었다.

늘 떠들고 다니듯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나그네요, 현실 뒤에 숨은 책상물림 샌님이요, 사람 만나기 좋아하는 한량이다.

그런데 오늘 다른 목적으로 마주한 모 SaaS 스타트업의 대표님이
컨설팅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한 달에 한 번, 반나절 정도의 짧은 시간의 컨설팅이었다.

늘 그렇듯 세일즈와 마케팅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서비스에 어떻게 녹여낼 지, 현실적인 조직관리와 경영 전략에 대해 조언하는 컨설팅이다.

누군가는 적은 금액이라고, 누군가는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할만한 액수지만
액수와 관계없이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했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그런데 구두계약을 하고나니 내 생각이 달라졌다.

받은만큼, 아니 믿어준만큼의 가치를 어떻게든 보여주어야지.
내가 짜낼 수 있는 전략과 현실적으로 수용가능한 전술을 짜내어 제공하고
내 일처럼 함께 고민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그제서야 일년 간 내가 여행을 다닌 것이 아니라 표류한 것임을 알았다.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선 가치를 제공받아야 한다.

세상 이치가 그렇게 간단한데 돈도 받지 않고 컨설팅을 했으니 
스스로의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당연한 가치에 위선자처럼 웃음짓지말고
솔직담백하게 내가 가진 걸 나눠야겠다.

오늘부로 아슬아슬했던 개점휴업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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