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영준 Dec 19. 2024

人人人人人

2024.06

어릴 적 택견을 잠시 배운 적이 있었다.
정통 택견은 아니었고 이른바 '수밝기' 등으로 불리는 다소 사이비? 스러운 무술의 한 종류였고 당시 유파 스스로 동익택견으로 이름 붙였다.

어찌 되었건 당시 관장님이 늘 강조하며 도장 벽에 붙여놓은 말이 있었다.

人人人人人

처음엔 저게 뭔가 싶었다.
나중에 관장님께 물어보니 '인간이 인간이면 모두 인간이냐, 인간다워야 인간이지.' 의 준말이라고 한다. 人의 숫자에 차이는 있지만 영화 조폭마누라에서도 나오고 혹자는 맹자가 시작이라고 하니 유서가 깊은 말임은 분명해보인다.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사람이 아니다.
사람다워야만이 사람이다. 

결국 본질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란 말과 같다.
사람은 사람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건 금붕어도, 거북이도, 사슴도 같다.
물도 흐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태양도 빛을 잃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밤에는 태양을 찾는 이가 없다.

요 근래 스스로 가장 강조하는 단어가 본질인 것 같다.
세일즈의 본질은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고
마케팅의 본질은 팔지 않아도 제품이 팔리게 하는 것이다.
기획의 본질은 일의 미래를 꾀하고 계획하는 것이고
고객 경험의 본질은 우리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 좋은 경험을 주는 것이다.

본질이 충만하다면 흐드러진 업계 용어는 조금 몰라도 된다. 아니 본질만 있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콜드콜과 리드를 몰라도 제품을 팔 수 있고
ROAS나 CPA, CAC를 몰라도 고객에게 우리 제품을 새겨넣을 수 있다.

물론 알고 이해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고 성과 또한 서운치않게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랑우탄이 화장을 짙게 한다고 해서 김태희가 되지는 않는다.
본질없이 말만 요사스럽게 놀려대서는 어떤 것에도 닿을 수가 없다.

쪽팔리기 싫다고 용어 정리집 뽑아다가 달달달 외우지 말고
그 시간에 피터 드러커를 공부하자. 일과 마주했을 때 도와주는 건 용어 정리된 블로그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한 나의 본질이다.

링크드인, 쓰레드, 유튜브 등에 널려있는 경험의 편린을 모아다 마치 자신이 이루어낸 것처럼 헛소리도 하지 말고 그 시간에 고객이 뭘 필요로 하는 지 시장 속으로 먼저 걸어들어가보자. 고객이 원하는 건 그럴싸한 개소리가 아니라 자신이 느낀 생각을 진정성있게 들어줄 친구다.

제발 본질에 다가서서 세상과 마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물론 나부터 본질에 다가서기 위해 더 부단히 노력해야하겠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