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딸기를 엄청 좋아하지는 않는다. 딸기를 좋아하지만 누군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뭐야? 라고 물어본다면 주저 없이 딸기요! 라고 말할 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카페에 가서도 딸기라떼보다는 말차라떼를 주문하고, 딸기 케이크보다는 초코케이크를 더 좋아한다. 물론 딸기와 초코가 함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이런 내가 어쩌다가 딸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몇 달 전으로 돌아가 너굴맨이 내가 일하던 매장에 매니저로 일하던 시절, 너굴맨과 서클님은 내가 출근을 하면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매장을 비워둘 수는 없으니 내가 출근을 해야지 둘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둘은 12시에 나가서 1시쯤 돌아왔는데 돌아올 때는 항상 손에 음료가 세 잔 들려있었다. 하나는 너굴맨 꺼. 하나는 서클님꺼. 하나는 내꺼. 나는 음료 색만 봐도 무엇이 내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언제나 같은 음료를 사 왔기 때문이다. 그 음료는 메가커피에 파는 연핑크 색을 띠고 띄고 있는 딸기 쿠키 프라페. 언젠가 너굴맨에게 메가커피에서 딸기 쿠키 프라페가 제일 맛있어!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너굴맨이 그 말을 기억하고 항상 그 음료만 사온 탓에 나는 몇 달 동안 딸기 쿠키 프라페만 먹게 되었다. 이 딸기 쿠키 프라페에 대한 사랑은 너구리가 매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끝나지 않았다. 서클님이 혼자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서도 딸기 쿠키 프라페를 사 왔기 때문이다. 딸기 쿠키 프라페가 없는 날에는 딸기라떼, 혹은 딸기가 들어간 초콜릿 음료가 손에 들려있었다.
사실 나는 메가커피를 자주 가지도 않고, 만약에 가게 된다면 딸기 쿠키 프라페를 마신다는 뜻이었는데 '예진이는 딸기 쿠키 프라페를 좋아한다'에서 '예진이는 딸기가 들어간 음료를 좋아한다'가 되었다가 '예진이는 딸기를 좋아한다'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나의 생일에 서클님과 영비가 서프라이즈로 사 온 케이크는 딸기가 들어간 초코케이크였다. 케이크를 자르며 서클님이 한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너 딸기 좋아하니까 딸기 케이크 사려고 했는데 그냥 딸기 케이크가 없어서 초코딸기케이크로 샀어."
나는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세심하고 다정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그냥 딸기 케이크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라고. 그리고 그날 먹은 딸기 초코케이크는 내가 먹은 케이크 중 가장 맛있었다. 이날 이후로 나는 딸기를 좋아하기로 했다. 굳이 딸기를 좋아한다는 오해를 풀지 않기로 했다. 이제 와서 사실 그 정도로 딸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고, 무엇보다 이들의 배려와 다정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딸기 쿠키 프라페만 먹는다는 나의 말을 기억하고 매번 똑같은 음료를 사 온 너굴맨의 배려도, 너굴맨이 간 뒤에도 언제나 딸기가 들어간 음료를 사 온 서클님의 배려도, 음료를 넘어 케이크마저 딸기 케이크를 사 온 영비와 서클님의 마음도 모두 너무 소중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카페에 가면 종종 딸기라떼를 시킨다. 지금도 딸기라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딸기가 들어간 음료를 마실 때마다 이들의 마음이 생각난다. 내가 말하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예진이는 딸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이들이 떠올라서 피식 웃게 된다. 나 또한 누군가를 이렇게 오해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오해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건 나의 배려와 그 사람의 배려가 모여 하나의 다정한 오해를 만들어 낸 것일 테다. 살면서 이 정도의 오해만 받으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진이는 딸기를 좋아한다- 같은 오해들. 이런 오해라면 몇 번이고 더 받아도 괜찮을 것이다. 오히려 좋을 것이다. 그 오해가 딸기이든 포도이든 나는 기꺼이 딸기가 좋은 사람이 되었다가 포도가 좋은 사람이 되었다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