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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ld traveler Nina Oct 10. 2020

여행 골라주는 여자

어느새, 나는 그들의 여행 컨설턴트가 되어 있었다

ⓒ pixabay



"요즘 업무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힘들어. 제대로 좀 쉬고 싶다."


"어머, 힘드셨겠네요. 그럼 밀린 업무 다 마무리되셨으면 그동안 쌓인 피로도 풀 겸 떠나시면 되죠!"


"아, 그런가? 니나 씨 어디 추천해 줄 만한 여행지 있어? 난 도통 봐도 모르겠어."


"여행 기간은 며칠 정도 생각하고 계세요? 여행 정보 알려주심 제가 좋은 곳 추천해드릴게요!"



내가 주변 지인들과 정말 많이도 나눠왔던 대화의 일부이다. 

그들은 여행사에 전문가에게 물어보지 않고 왜 전문가도 아닌 나에게 여행에 대해 물어볼까? 

그건 내가 없는 시간도 만들어서 어떻게 해서든 끊임없이 떠나는 걸 그들이 목도했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매년 2회 이상해외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그들의 눈에는 나는 틈만 나면 외국에 있는 사람이었으며, 여행을 이야기하는 눈과 입은 항상 웃고 있었다. 열정적으로 여행을 권하는 내 모습이  이윤을 남기려고 하는 여행사 직원을 넘어섰던 모양이다. 참고로 난 여행사에 근무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언젠가 근무해보고 싶기도 하다^^)


왜 나는 사람들에게 여행을 권하고 싶은 것일까?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특히, 여행을 한 번도 떠나본 적 없이 그저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며 누군가의 부모로, 남편으로, 아내로만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여행으로 조금이나마 삶의 즐거움을 일깨우고,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다. 


여행을 떠나게 되면 일상적인 공간을 벗어나 색다른 곳에서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자아를 꺼내 볼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이방인이 되기 때문이다. 


홀로 여행을 떠난 이는 비행기가 착륙하는 순간, 어떠한 조직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누군가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딸도, 아들도, 할아버지도 아닌 제3의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런 완벽한 시공간에서 이제껏 펼쳐보지 못했던 나의 숨겨진 자아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어찌 보면 여행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제껏 그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달려온 만큼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가끔은 쉬어가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등을 토닥거리는 힘이 되는 존재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지인들에게 여행을 골라주는 행복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 pixabay

p.s. 지금은 코로나로 사랑하는 여행을 갈 수 없지만, 언젠가 다시 떠나볼 그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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