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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ld traveler Nina Oct 14. 2020

나의 사랑만은 특별하니까

[도서후기] 태도에 관하여(임경선)

내가 사랑하는 집에서 보는 일몰


연애에는 고통과 슬픔이 동반함을 주변에서 많이 목격해서 익히 잘 알고 있다.
단 이것이 ‘나의’ 문제가 되면 달라진다. ‘나의’ 사랑만은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 ‘나의’ 사랑만은 항상 특별하니까. 55p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보는’ 일인데
언제부턴가 썸머는 ‘나 피곤해, 나 졸려, 나 바빠’ 라며 ‘보지 않으려고’ 한다.

서로를 좋아한다는 증거는 사실 무척 간단하다.
모든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간절히 보고 또 보려고 노력하는 것인데
누군가 한쪽은 그 노력을 언젠가부터 하질 않게 된다. 56p



이 세상에는 숨길 수 없는 것이 있다. 재채기와 사랑.

세상사는 복잡하지만 사랑의 증거는 사실 무척 간단하다. 관심이 있으면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내가 본 것은 그녀의 책인데, 실제로 보게 된 것은 나의 과거였다.

책을 통해 사랑했던 지난 과거로 회귀했다.


과거로 회귀하는 동안 내 가슴은 진실과 만나게 되어 아려왔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얼굴을 '보는'일인데 '보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에 과거의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결국 나도 누군가의 썸머였던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 들이기 부담스러워 하는 또 한명의 썸머.

모든 장애물을 헤치고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나는 사랑이 식은 쪽이었다.

솔직하지 못했던 나의 과거와 조우하며 미래의 사랑에는 좀 더 솔직해 져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별은 신체 증상에서 시작된다 처음 이별을 직감하면 마음이 타들어가고,
헤어지자는 말이 상대의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가슴이 찢어진다.

혼자 이별의 무게를 떠안아야 할 때 심장에 뚫린 구멍들로 상처는 시큰시큰 아리고
마지막으로 진짜 관계가 끝났음을 받아들일 때의 먹먹한 느낌은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이별을 지체시키는 것은 덜 사랑한 자의 희망고문 때문이기도 하다.
각자가 마음이 정리되는 타이밍이 다르다 보니, 더 사랑한 사람이 마음 정리를 할 수 있도록
덜 사랑한 사람이 도와줘야 하는데, 대신 그들은 선의나 예의를 빌미 삼아 의도치 않은 희망고문을 한다. 56,57p


구지 말을 하지 않아도 통보받는 자는 상대방의 행동으로 이별을 직감한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별을 이야기하려고 고민하던 순간들에 그들은 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적막을 견딜 수 없어 했고, 패배감을 경험하고 싶지 않아 지나친 말과 행동을 지속했다.


처음 그에게 이별을 이야기했을 때,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그의 표정을 보고 순간 나의 마음도 찢어졌다. 사랑이 식었다고 과거의 사랑했던 순간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너무한 걸까?'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식어버린 마음이 다시 불타오를 리 만무했다. 괴로웠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 말한 만큼 난 침묵을 지켰고, 그는 나를 여러 가지 이유로 설득했다.

그에게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다려 주기로 했다.

나의 마음이 바뀔까 두려웠다. 마음이 왔다갔다하는 변덕스러운 시간이 이어졌고, 우리는 결국 헤어졌다.

그는 알았다. 내가 평소에 빈말로라도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한번 내뱉은 말은 되돌리지 않는 신중한 성격을 가진 나였다. '

그만큼 많은 고민을 했고, 그가 알아채지 못했을 뿐.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사랑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식기도 하는-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남자가 여자가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에는 그 누구의 잘잘못도 없다. 59p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식기도 하는 마음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에는 누구도 잘잘못은 없지만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상대의 마음도 헤아리려고 노력하는 정성은 필요하다. 그건 사랑했던 과거에 대한 예의다.






서명: 태도에 관하여

저자: 임경선

12년간의 직장생활을 거쳐 11년째 전업 작가.

일과 사랑, 인간관계와 삶의 태도에 대해 쓰는 것을 좋아한다. 산문 <나라는 여자>, <엄마와 연애할 때>, 소설집 <어떤 날 그녀들이>,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쓴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일하는 여성에게 들려주는 <월요일의 그녀에게>를 비롯해서 다수의 책을 냈다. 최근작으로는 장편소설 <기억해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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