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평화누리공원에는 45년 만에 공개된 비밀의 장소가 있다. 바로 파주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다.
파주 DMZ 판문점‧JSA 여행학교의 마지막 탐방 장소로 이곳이 선정되었다. 생태 탐방은 1일 1회만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 엄수가 중요하다. 9.1km를 3시간 동안 걷는다는 건 높은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생수와 간식도 꼭 챙겨야 한다. 아무리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도 3시간을 걷는다는 것은 확실히 긴장되는 일이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내 탐방로 안내사무소 앞에서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마치고 탐방 조끼와 기념 배지를 수령한 후, 간단하게 준비 운동을 했다. 고등학교 체육 시간이라도 된 듯 다들 열심히 몸을 풀고 난 후, 민통선 출입 절차를 진행하고 드디어 담당 초소의 군인에 의해 철문이 열리며 탐방이 시작되었다. 임진강을 따라 한반도 분단의 뼈아픈 상처의 흔적인 철책선이 예술 작품과 어우러진 채로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탐방 전 박상현 해설사는 ‘탐방로 내에서는 군사 보안상 허가된 곳만 촬영할 수 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통일대교, 초평도, 임진나루를 지나 율곡습지공원까지 이어지는 9.1km코스(약 3시간 소요)의 길이다. 처음에는 철책이 설치되어 민간인을 통제하던 순찰로로 활용되었던 곳이나, 2016년부터 임진강을 따라 걷는 생태탐방로로 일반인에 개방되었다. 1971년 미군 제2사단이 서부전선을 한국군에 맡기면서 철책이 설치되고 민간인이 통제되었던 지역에 군 순찰로가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곳이라 한다. 철책이 끝없이 늘어선 내부로 들어서자 반세기 동안 군인들만 출입 가능했던 금지의 구역을, 지금 내가 걷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탐방로에 올라서니 철조망 너머로 겨울 철새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쇠기러기가 시야를 가로막는 철조망을 비웃는 듯 내 머리 위를 스쳐 북으로, 남으로 자유로이 비행했다. 귓가에 퍼지는 새의 울음소리는 심장을 뛰게 만들고, 제한 구역임을 알려주는 철조망은 더욱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쇠기러기의 비행을 감상하며 감탄을 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통일대교를 지나 작가들의 작품 전시 공간을 만날 수 있었다. DMZ와 평화에 관한 주제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민통선 철책에 예술 작품이 설치된 것이라고 한다.
민들레를 소재로 홀씨가 자유로이 날아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작품과 ‘나의 소원, 당신의 소원, 우리의 소원’이라고 적힌 작품, 물음표 하나로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작품 등 인상적인 작품이 많았다. 예술은 작은 소재 하나로도 인간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이런 작품을 철조망이 드리워진 DMZ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전시장을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니, 저 멀리 초평도가 보인다. 지난 탐방에 들렀던 덕진산성에서 보았던 초평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섬 내부에 접근할 수는 없었지만, 조금 더 근접한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올여름 심각한 장마로 인해 초평도를 포함한 이 지역도 많은 홍수 피해가 있었다. 쓰레기 더미와 나무 등지에 걸린 비닐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자연의 재해로 피해를 받는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다.
초평도를 지나 장산전망대를 향해 갈 때 드디어 첫 오르막이 시작된다. 멋진 전경을 오롯이 감상하기 위해서는, 힘들지만 오르막을 감내해야 한다. 여기저기에서 숨이 헉헉 들어차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혼자만 힘든 것은 아닌 듯해 동지애가 느껴졌다. 장산전망대에서 먹는 간식의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전망대에서 출발해 중간 지점인 임진나루에 도착하니 한쪽에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선박과 관광객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오리배가 쓸쓸히 정박해있었다. 임진나루는 서울에서 개성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중요한 나루였다. 병자호란 때는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이 강을 건너 함께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기도 한 비통한 장소이기도 하다. 임진나루에서 다시 한번 오르막을 오르면 마지막 코스인 율곡습지공원을 만난다. 내가 방문한 11월 둘째 주는 율곡습지공원 내부 공사로 습지공원 방향으로 가는 길이 통제되어 아쉬웠다.
길에 오르기 전까지는 3시간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는데 막상 걷다 보니 아무 생각도 없이 걷는 것이 오히려 힐링이 되었다. 역시 무엇이든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말이 떠오른 하루였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런 생태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연신 브라보를 외칠 것이 눈앞에 그려졌다. 이러한 좋은 여행 코스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워 주변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추천해야겠다. 멋진 코스로 뜻깊은 하루를 선사해준 중앙도서관과 파주 여행학교에 감사하며 마지막 탐방을 마무리했다.
[Travel Info]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코스: 임진각-통일대교-초평도-임진나루-율곡 습지 공원 (약 9.1km / 3시간 소요)
참가인원: 매일 150명 이내
참가 방법: 참가 7일 전 홈페이지 선착순 예약 접수
홈페이지: http://pajuecoroad.com/
집결 장소: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안내사무소 앞
집결 시간: 하절기(6~9월) 08:30, 그 외 오전 09:30
문의: 070-423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