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400km 거리의 부산까지 떠난 사연.
그저 객기로 떠난 건 아니다.
코로나가 조금은 나아지던 시점, 상반기부터 나아질 것이라 믿고 미루고 미루고 또 미뤘던 출사였다.
우리도 이제 조심스럽게 가볼까 하는 속마음을 서로 나누던 7월의 여름밤 술자리에서 누군가 말했다.
"그럼 우리 그까짓 거 한번 갑시다, 출사!"
0.5초 동안 심장이 쫄깃했다.
한 명이 용기를 내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이 "옳소"를 외쳤다. 모두가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하고 속마음으로만 삼키고 있던 말이었다. 가기 싫은 사람은 없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 모든 일이 시작되는 듯하다. 그것이 우리 출사의 시작이었다.
이제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그럼 어디로 갈까?'였다. 그때 누군가가 이왕 가는 거 공모전에 도전해보자고 했다.
나는 속으로 '나 같은 초보가 공모전에 응모나 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건가?'라는 걱정부터 했다.
사실 모두 같은 생각이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시도나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첫 번째 핑곗거리가 완성되었다
부산 사진 공모전 참가
그러다가 코로나로 갑자기 마지막 수업이 3개월가량 중단되었던 트래비 아카데미 7기 수업 생각이 났다. 국외 취재가 2/3였던 트래비 여행 잡지의 콘텐츠가 국내 여행기로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던 시점이었다.
엄두도 못 냈던 여행잡지 지면을 트래비 아카데미 7기라는 이름을 빌어 차지해보고픈 욕심이 났다.
내 새끼에 대한 어미의 애정을 시험해 보겠다는 오기는 아니었지만 일말의 기대도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자, 이제 두 번째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
트래비 잡지_트래비 아카데미 7기 출사 여행기 투고
핑계도 생겼겠다, 이제 빠른 행동이 필수였다.
(왜 이럴 때는 느리던 사람도 번개같이 움직이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열정은 가끔 귀찮음을 뛰어넘는다.)
우리는 한 달 뒤인 8월 셋째 주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출사를 다녀오기 한주 전인 월요일 저녁, 2차 기획을 빙자한 술자리를 가졌다.(회.의.는 했다, 진짜다)
"우리 이왕 멀리 부산까지 가는 거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보는 것이 어떨까요?"
내가 펜을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랴, 술 마시랴, 계획 정리하랴 정신은 없었지만 즐거웠다.
중요한 건 ' 어디에 가서 무엇을 찍고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올 것인가?'였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아직 부산에 대한 지도가 그려지지 않아 서로의 머리를 맞대 보았지만 역시 단박에 경로를 정하기는 어려웠다. 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겠지만 몇 가지 큰 틀만 잡아보기로 했다.
첫째, 출사 장소 선택 : 금정구(함께), 영도&흰여울마을팀, 감천 문화 마을팀
끈끈한 단합으로 출사 인원이 무려 10명이나 되었던 우리는 한꺼번에 움직이게 되면
많은 장소를 헌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래저래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 A, B팀으로 움직이다가 저녁에 합류하는 것에 생각이 모였다. 어디를 갈지는 리스트를 뽑아보고 다수결 투표로 결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생각했다.
둘째, 구체적 여행 일정 짜기 : 꽉 찬 1박 2일을 어떻게 쓸 것인가?
2일을 온전히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해야 하던 가장 큰 이유는 KTX 예약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저렴한 열차표를 얻으려면 미리 4인석을 예매하는 것이 필수!)
첫날 이른 아침에 집합해서 둘째 날 저녁에 헤어지는 것으로 시간을 픽스하니 다음 할 일이 줄줄 이어졌다.
KTX 열차 티켓 예매, 숙소 결정, 여행루트 짜기. 출발 시간은 정해졌고, 숙소는 한 명이 도맡기로 했다.
만나서 이야기하니, 바로 결정이 가능해 일사천리로 대략적인 가닥이 잡혔다.
출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 심장의 열기가 몇 도는 올라간 듯, 다들 웃음이 만연했다. 얼큰한 술자리가 끝나고 취기가 오른 나는 옆자리에 누군가에게 중얼거렸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요즘 코로나로 친구도 잘 안 만나는데 아카데미 7기 멤버는 이런 시기에도 꼭 함께하고 싶은 나의 최애다.” 술김에 내뱉은 말은 아니었다. 그만큼 그들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다
생각해보면 시작하기도 전에 기획단계에서 우린 이미 행복했다.
출사가 '한번 가보고 싶다'정도 라면,
우리가 함께 하는 일은 핑계를 대서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트래비 아카데미 7기의 찬란한 출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