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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rld traveler Nina Jan 15. 2021

안동으로 떠난 타임 슬립(Time Slip)

[국내여행] 힐링과 역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면


바쁜 하루를 살다 보면 격렬히 쉬고 싶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과거로의 여행을 하다 보니 현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 타입 슬립(Time Slip)은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1994년 소설 이름이다.





가을마다 떠오를  아름다운 봉정사 영산암으로 향하는 길목


나만 알고 싶은 힐링 스폿, 봉정사


일상의 바쁨 속에서도 휴일이면 어디론가 조용한 곳으로 문득 떠나고 싶다

이것이 바로 내가 힐링을 위해 자연 속 산사를 찾는 이유다. 사찰로 향하는 길에는 울창한 소나무숲과 싱그러운 풀 내음이 나를 환영하는 듯 반긴다. 이렇게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오는 길을 따라 10 여분 걷다 보면 일주문을 지나 천년 고찰 봉정사를 만날 수 있다. 만세루 아래층에서 원목의 곡선을 살려 만든 문지방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대웅전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신라 시대부터 이어진 건축물의 웅장함은 사람의 주름과는 다르게 세월을 역행하는 듯 여전히 근사하다. 종무소 앞에 한 마리의 개가 한가롭게 낮잠을 자는 모습이 퍽 평화롭다. 단잠에 방해가 될까 해서 덩달아 내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진다. 대웅전의 좌측에는 고려 시대의 건물이지만 통일신라 시대의 건축 양식을 보유한 극락전이 있다. 보통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봉정사의 극락전이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다. 극락전 앞 삼층 석탑에는 저마다의 간절한 염원을 담은 돌탑이 정성스레 쌓여 있다. 석탑을 지나 동쪽으로 약 100여 미터 저벅저벅 걷다 보면 아름다운 마당을 보유한 영산암을 만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휴가 때 들러 국화차를 마셨다는 우화루의 고즈넉한 대청마루에 ‘툭’ 걸터앉으니 마음이 평안해지고 세상의 모든 근심이 풀린다. 역시 오길 잘했다. 이왕 사찰에 온 김에 법당에 들어가 향냄새를 맡으며 넌지시 눈을 감고 부처님께 속삭여 본다.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A.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222 T.054-853-4183     


피톤치드 가득한 솔향을 즐기며 봉정사로 향하는 길
10분 산책 끝에 만날 수 있는 알록달록한 일주문
파아란 하늘에 수놓아진 극락전의 화려한 단청
바래진 대웅전이 세월의 흐름을 알려준다
(좌)극락전에 모셔진 아미타불 / (우)작지만 오랜 세월을 이겨낸 극락전과 그 앞의 삼층석탑
화엄강당앞에서의 종무소 지킴이의 평화로운 낮잠(건들이지 말것!)
곡선의 매력을 살린 아름다운 문지방
차한잔 하고 가라고 환청이 들리는 듯한 우화루
아름다운 영산암을 나오는 길에 우연히 마주한 풍경




안동을 상징하는 하회탈 부네가 웃는다. 나도 덩달아 웃는다.


사극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안동 하회마을


‘안동’하면 하회마을이 떠오를 정도로 하회마을은 안동의 대표적인 장소이다. 현재 마을 내에는 총 100여 가구, 주민 250명 정도가 거주하는데, 그중 3분의 2는 풍산류씨다. 600여 년간 대대로 동성 마을 고유의 문화를 유지하며 기와집과 초가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잘 보존되었다. 도심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의점과 카페, 마트는 여기서 쉽게 찾을 수 없다. 도심의 편안함을 버리고 불편함 속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다음 방문엔 조선 시대 여인이 된 것처럼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고택을 체험해보고 싶어졌다. 


마을에 들어서니 역시나 낙동강 바람이 매섭게 불어온다. 마을 주변을 큰 S자 모양으로 휘감는 하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칼바람이 몸속으로 파고들어 절로 어깨가 움츠려진다. 우선 마을의 정중앙삼신당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가는 길목에 양옆이 다른 형식으로 쌓인 담의 모습이었다. 좌측에는 돌담이 우측에는 흙담이 놓여 있었다. 본래 하회마을은 모두 흙담으로 이루어졌었다고 한다. 


하회마을의 모든 집은 630년 된 삼신당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강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느티나무 앞에는 깨알 같은 글씨로 저마다의 소원이 담긴 새하얀 소원지가 바람에 흩날렸다. 하회마을을 대표하는 대종택인 양진당에서는 귀빈이 방문할 때만 가장 값비싼 반찬인 간고등어 한 토막을 내왔다고 한다. 이때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한 음식을 준비하는 부엌의 손놀림이 가장 바빴는데, 손님의 귀중을 따지기 위해 부엌 옆 여닫이문을 수없이 열었다고 한다. 과거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모습이 상상하니 내 입가에도 절로 웃음이 번졌다. 


하회마을에서는 매년 정월대보름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달집태우기, 삼신당 동제, 길놀이, 지신밟기, 탈춤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A.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186 T.054-852-3588     


삼신당을 향하는 길. 좌측은 돌담, 우측은 흙담(흙담이 원조다)
새하양 소원지가 가득한 삼신당
하회마을을 대표하는 대종택인 양진당. 나도 귀빈이 되어 여기서 간고등어 먹어보고 싶다.
충효당의 아름다운 나무의 색감. 자연의 색은 따라할 수가 없다.
전서체로 쓰인 충효당 / '효'자를 자세히 보면 사람형상이 부모를 지게로 업고있다.
굿탈놀이가 행해지는 행사장에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항상 바쁘다
한국을 나타내는 앙증맞은 소품이  세워진 하회마을 초입




임청각 앞을 가로지르는 철로와 사당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임청각 전경


철길로도 막을 수 없던 그들의 독립 의지임청각


아름다운 이름의 임청각은 ‘동쪽 언덕에 올라 길게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라는 도연명의 귀거래사 시구에서 유래했다. 이곳은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무장 독립투쟁의 토대를 마련한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이다. 임청각은 조선 시대 왕이 아닌 사람이 지을 수 있는 최대 규모인 99칸의 대표적인 양반가 주택으로, 민간 가옥 중 가장 크고 오래됐다. 철길 아래 어두운 지하 보도를 통과하면서 ‘양반가 집안에서 왜 이런 곳에 집을 지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일제강점기 일제가 독립에 대한 가문의 맥을 끊기 위해 임청각을 가로질러 철로를 놓았던 것이었다. 이로 인해 99칸 건물 중 낙동강 앞쪽 건물이 철거되어 현재는 60여 칸만 남아 있다. 그들은 일제의 가혹한 탄압에 굴하지 않고 이곳에서 무려 11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시켰다. 아픈 역사와는 달리 빛바랜 나무 기둥과 서까래에서는 평온함이 느껴졌다. 군자정 내부에는 퇴계 이황 선생의 친필 현판과 함께 석주 선생 일가의 독립운동 가계도, 각종 훈장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정부에서 그들의 헌신을 인정하고 이제 임청각을 가로질렀던 철길을 옮기고 원형을 복원하려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기뻤다. 정부의 복원과 함께 그들의 넋도 위로를 받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A.경상북도 안동시 임청각길 63(법흥동) T.054-859-0025


군자정 내부의 퇴계 이황 선생의 친필 현판
각종 훈장으로 가득한 군자정 내부
임청각 내부의 작은 전시관
군자정의 아름다운 자태
임청각을 향하려면 어두운 지하보도를 지나야 한다. 슬픈 역사의 반복
임청각 입구쪽에서 바라보는 전경


[Travel Info+] 

역사를 통해 나의 인생을 돌아보다백두대간 인문 캠프

대한민국 대표 역사 선생님인 최태성 강사가 2020년 11월 7일 경북 의성 산운 생태공원에서 인문 캠프 참여자와 군민을 대상으로 ‘단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이번에 참가한 캠프는 의성과 안동을 배경으로 과거 의성 김씨의 역사적 인물 소개와 함께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청중과 함께 고민했다. 경상북도에서는 명사들의 지역 연고나 저서의 배경이 된 장소에서 강연 및 인문학 토크, 낭독회, 작은 음악회, 작가 동행 1박 2일 투어 등 다양한 인문 캠프 프로그램을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2020년에는 10월 군위 화본역에서 김홍신 소설가, 상주 경천 섬에서는 서경덕 교수가 인문 캠프를 진행했으며 2021년에도 인문 캠프는 계속될 예정이라고 한다.

참가 문의_㈜쑥쑥 T.02-2633-7131 행사문의_경상북도 문화관광공사 054-740-7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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