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좋은 점과 지금의 좋은 점
총 다섯 식구가 살던 우리 집은 3층 높이의 다세대 주택로 20평 남짓이었다.
맨 꼭대기인 3층에 위치한 우리 집은 기름보일러를 사용해 지금 같은 한겨울에 특히나 추웠다.
내가 쓰던 방은 작은 방으로 4,5평쯤 되었고 언니들과 함께 쓰는 공동의 방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새하얀 옷장에 붉은색 포인트 장식이 콕콕 박혀 있었다.
우리 집에는 침대가 없었다. 그때 우리 집만 침대가 없었는지, 다른 집도 없었는지 잘은 모르겠다.
그래서 침대가 없던 우리는 주로 바닥에서 생활했고, 매일 밤 이불을 깔고 아침이면 갰다.
방 안에는 딱 하나 책상이 있었는 데 주로 고학년인 큰 언니가 공부하기 위한 곳이었다.
벽에는 시계와 함께 수제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울타리처럼 얼기설기 엮인 나무거울이 걸려 있었고,
나가기 전에는 항상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확인했다. 집을 이사할 때 낡은 그 거울을 버리고 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가지고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여자만 셋이었던 사이좋았던 세 자매는 그 방에서 밤마다 누워서 조잘조잘 이야기 꽃을 피웠고,
유년 시절의 모든 역사가 그곳에서 이루어졌다. 우리는 그때 풍족하지 않았지만 참 행복했었다.
예전의 기억들은 뭔가 안 좋은 기억보다는 좋았던 기억들로 주로 물들게 되는 것 같다.
현재는 30평이 훌쩍 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 호수 전망에 저녁마다 집안에서 노을을 볼 수 있는 멋진 곳에서 살고 있다. 내가 쓰고 있는 방은 서재인데, 책 냄새와 함께 책들 사이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점도 뭔가 더 자유로워진 기분이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