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에 곰팡이균이 산다
작년 여름, 운동을 하고 씻고 나왔는데 거울을 보니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끼 손톱만한 반점이 옅게 있었다. 별거 아니겠거니 하고 그렇게 몇달을 지났는데도 없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조금 더 진해지기도 하고 새끼 손톱만하던 크기가 엄지 손톱만큼 더 커졌다.
'이상하다. 여지껏 본 적이 없는 점인데... 얼굴에 기미처럼 생기는 건가?'라고 생각하다가
시간이 좀 흘러도 없어지지 않아서 아무래도 이상해서 나중에 피부과를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새해를 맞아 더이상 미루지 말고 병원에 가보자고 결심하고 근처에 있는 큰 병원을 찾았다.
피부과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는데 당일 접수 대기가 가능하다고 답을 들었기 때문에 피부과로 바로 향했다. 새해를 맞고 난 뒤라 그런지 평일 오전이었는데도 피부과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접수를 한 뒤에 기다리는 시간이 만년처럼 느껴졌다.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는 것이 아닌지, 큰 병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병원이란 참 이상한 존재이다. 없던 고민도 생기게 해주니 말이다. 처음 피부과를 방문한 것이다 보니 담당 교수를 바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예진을 한 후에 본 진료에 들어간다고 해서 예진을 봐주는 의사에게 과거와 현재 피부 증상을 이야기 하고 다시 나왔다. 다시 기다리다 보니 내 차례가 되었고 긴장된 마음으로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 갔다.
의사는 언제부터 이런 반점이 생겼는지, 크기는 어땠는지, 간지러움이나 아픈 증상은 없는지 차분히 물어보았다. 반점이 생긴지는 8개월 정도 되었고, 처음엔 새끼손톱만한 타원형의 반점이었는데 부위가 점점 커지고 처음엔 진해지다가 지금은 옅어졌다고 말했다.
내말을 찬찬히 듣던 의사는 아무래도 '어루러기'가 의심된다고 했다.
'어루러기..?? 어루러기가 뭐지..??'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었다.
내 얼굴이 의아함으로 가득차자 의사는 나에게 어루러기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었다.
어루러기는 '말라세지아'라는 곰팡이균의 감염에 의해 피부에 생기는 질환이라고 했다.
한번 들어서 알아 듣기가 어려워 의사에게도 서너번 되물었다.
"무슨 균이라고 하셨죠?"
"말라세지아균이요, 말라세지아 균!"
"아, 말라세지아균. 그렇군요."
의사는 말라세지아균인지를 오늘 지금 당장 몇분이면 확인할 수 있다고 하면서 확인해보겠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당연히 확실한 것이 좋기 때문에 확인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잠시 밖에서 대기하라고 해서 밖에서 대기하고 있자 간호사가 내이름을 호명했고, 나는 예진을 봐준 의사에게 다시 불려갔다. 의사는 갑자기 면도날을 꺼내들었고 소리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 흠칫 놀랐다.
'뭐야...이거 조직검사야? 뭐야? 내 살 도려내는 거였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는데...'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의사는 내 살을 면도날로 긁어냈다. 면도날로 긁어내는데 의외로 하나도 아프지는 않았다. 손톱이나 고양이 발톱으로 살을 긁는 것보다도 아프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거의 손톱을 다듬을 때 비죽한 부분을 파일로 긁어내 다듬는 수준이었다.
내 피부를 긁어내는데 걸리는 시간은 10초도 채 되지 않았다.
"이거 녹여서 결과 확인하려면 5~10분 정도 걸리니까 밖에서 대기하세요~"
표정 없는 얼굴로 예진을 봐준 의사가 이야기 했다. 병원 업무가 많은지 굉장히 피곤해보였다.
10분 내외의 대기시간 동안 무표정했던 의사와는 달리 내 얼굴은 수심으로 가득찼다.
이윽고 내 이름이 불렸고 다시 의사와 마주 하게 되었다. 의사는 확인해보니 아까 말한 내용처럼 말라세지아균으로 인한 어루러기가 맞다고 이야기하면서 '내 말이 맞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라는 느낌으로 의기 양양한 표정이 내 마음과 상반되었다.
"혹시...이게 심각한 병인가요?"
"아니에요. 심각한 병 아니고, 처방해드리는 연고 바르시면 2주 정도면 나으실 거에요."
"아, 그런가요? 휴~ 다행이네요."
내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천국과 지옥을 오르락 내리락했다. 처방해준 연고만 바르면 낫는다고 하니 마음의 안심이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쓸어내렸다.
병원에서 나온 뒤 처방해준 연고를 받기 위해 약국으로 향했다. 하루에 2번씩 바르면 된다고 친절하게 약사가 설명해주었다. 약국의 많은 손님들을 등지고 이번엔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휴대폰으로 병명을 검색하려다 또 까먹어서 몸에 갈색 반점을 검색해 보았더니 역시 나처럼 검색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어루러기', '말라세지아'라는 키워드를 검색하고 빛의 속도로 기사와 블로그 글 등 비슷한 사례에 관한 많은 글들을 훑어 내려갔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혹시 나와 비슷한 증상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내용을 공유한다.
# 목에 이상한 반점이 생겨서 피부과에 갔는데 어루러기라고 해요. 어루러기가 무슨 병인가요?
1. 어루러기는 어떻게 보이며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어루러기는 작고 각질이 동반된 흰색이나 분홍색 또는 검은색의 반점으로 나타나며 팔의 상부, 가슴, 등에서 잘 나타나고 목이나 얼굴에 생기기도 합니다. 피부색이 흰 경우 검은 색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피부색이 검은 경우 흰색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어루러기가 있는 부분은 선탠시에도 검어지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 더 두드러져 보이기도 하며 목이나 얼굴에 있는 경우 미용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2. 어루러기의 증상은 무엇인가?
어루러기는 자각증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치료받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많으나 가끔 소양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땀을 흘리거나 여름, 운동 후 등의 경우 심해질 수 있습니다.
3. 어떤 사람이 어루러기에 잘 걸리나?
어루러기는 대부분 청소년기나 젊은 성인에서 호발합니다. 노년층이나 어린이에게서는 드물지만 열대 지방에서는 어느 연령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피부색이 검은 사람과 흰 사람 사이에 발생율은 차이가 없으며 지성 피부를 가진 사람이 피부가 건성인 사람보다 더 잘 생깁니다. 어루러기의 원인이 되는 진균은 정상적으로 누구나의 피부에 상재하고 있으며 세수나 샤워 등에 의해 피부 각질과 함께 정상적으로 탈락됩니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철과 같은 경우는 이러한 진균의 성장이 촉진되므로 어루러기가 잘 생길 수 있습니다. 열대 지방에서는 일년 내내 고온다습한 기후가 유지되므로 이러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어루러기가 계속될 수 있으나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 지방에서는 여름에 심해지고 봄, 가을에는 완화되는 경과를 보입니다.
4. 어루러기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흰색 또는 검은 색 반점은 다른 피부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지만 어루러기는 피부과 의사들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진단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각질을 긁어서 현미경하에서 보면 진균의 집락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이환 부위에 특별한 빛을 비춰 황녹색의 형광을 보이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5. 어루러기는 어떻게 치료하는가?
어루러기의 치료에는 국소제제와 내복약이 이용됩니다. 국소제제로는 샴푸, 크림, 로션 등이 이용되며 하루 1~2회 정도 바르시면 됩니다. 소양증 등의 증상은 쉽게 경감되나 이환 부위의 피부색 변화는 진균이 사라진 후 수개월 정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수 종류의 항진균제가 내복약으로 이용되며 부작용이나 다른 약과의 상호 작용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피부과 의사와 상의하여 복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루러기는 치료된 후에도 재발이 잦은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국소제제를 한 달에 1~2회 정도는 사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서울아산병원 건강칼럼
# 어루러기와 유사한 다른 피부 질환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 의정부을지대병원 피부과 박경찬 교수, 대한피부과학회
출처 : 헬스경향(http://www.k-health.com)
어루러기는 특히 땀을 자주 흘리는 사람이 겪기 쉽다고 한다.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 새해 부터 운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몸이 간지러운 증상이 발생하고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렵던 부위에 갈색 얼룩이 생겼다면 이상이 생긴 것이다. 어루러기는 큰 병은 아니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어루러기가 몸 전체를 덮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혹시라도 위와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다면 꼭 피부과에 들러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