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과 곰탕의 차이점 파헤치기
羘
부모님과 점심을 먹는 도중 설전이 오갔다.
어제저녁 부모님은 마트에 찬거리를 사러 갔다가 오랜만에 소뼈를 보고는 곰탕을 끓이기 위해 비싼 돈을 주고 소뼈를 샀다. 곰탕을 끓이기 위해서는 사골을 푹 삶아야 하므로 아침부터 부지런히 찬물에 담가 남아 있는 핏물을 빼고 깊숙이 보관되어 있는 가장 큰 솥을 꺼냈다.
물을 가득 담고 핏물이 어느 정도 빠진 소뼈를 넣었더니 한솥이 가득 찼다.
이제 기다림의 시작이다. 며칠 동안은 가스불 앞에서 보초를 서야 한다.
오늘 점심은 바로 그 기다림의 첫날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곰탕을 끓인다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길거리에는 설렁탕이나 곰탕을 파는 음식점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차이가 뭐지? 얼핏 보기에는 비슷하다.
'이건 설렁탕일까, 곰탕일까?'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나는 우리 집의 척척박사님으로 통하는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지금 우리가 끓이고 있는 건 곰탕이야, 설렁탕이야?"
아빠는 곰탕이라고 했다. 그 말이 나오자마자 난 바로 2차 질문에 들어갔다.
"그럼 설렁탕이랑 곰탕이랑 다른 거야? 뭐가 다른 거야?"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것도 몰라? 설렁탕은 설렁~~ 설렁 끓이는 거고, 곰탕은 미련 곰탱이처럼 끓이는 거지!"
말하고 나서는 푸하하하 하고 잇몸을 보이며 웃었다.
"아니, 설렁탕은 위에 얇은 고기가 들어가고 곰탕은 안 들어가는 거 아냐?"
이번엔 엄마가 대답한다.
"아니 아니, 곰탕에도 얇은 고기 들어가는데? 나 저번에 먹어본 적 있어!"
"아... 그럼 도대체 뭐가 다른 거야... 안 되겠다. 한번 찾아봐야지."
방에서 핸드폰을 가져와 검색을 했다. 설렁탕을 치니 '설렁탕과 곰탕 차이점' 키워드도 같이 연관 검색어로 추천을 했다. (역시 나만 궁금한 건 아니었다.) 다들 의견이 분분한 듯 보여 초록창에 사전을 찾아보았다.
설렁-탕(설렁湯)
소의 머리, 내장, 뼈다귀, 발, 도가니 따위를 푹 삶아서 만든 국. 또는 그 국에 밥을 만 음식.
Q)'설렁탕'과 '설농탕' 중 올바른 표현은?
A) 설렁탕. 표준어 규정 제5항에 따라, 어원에서 멀어진 형태로 굳어진 경우에 해당하는 단어이다. 따라서 '설렁탕'이 올바른 표현이다.
곰-탕(곰湯)
1) 소의 뼈나 양(羘), 곱창, 양지머리 따위의 국거리를 넣고 진하게 푹 고아서 끓인 국.
2) 은어로, '성교'를 이르는 말
곰탕이 야릇한 은어로도 쓰인다니, 놀랄 노자이다. 2번 설명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그럼 곰은 뭐지?
곰
고기나 생선을 진한 국물이 나오도록 푹 삶은 국.
잘못된 표현_ 고음
오- 고음이 잘못된 표현이라니... 이것도 새롭군.
설렁탕
소의 머리, 내장, 뼈다귀, 다리 부분 따위를 국물이 뽀얗게 되도록 푹 고아서 만든 국. 여기에 밥을 말고 소금, 고춧가루, 파 따위를 넣어 먹는다.
참고 정보
문헌 자료에서 ‘설렁탕’이 소급하는 최초의 형태는 19세기에 나타나는 ‘셜넝탕’이다. ‘탕(湯)’을 의미하는 중세 몽골 어 ‘Sülen [슐런]’이 궁중에서 ‘수라(水剌)’로 차용된 반면 민간에서는 ‘셜렁’으로 차용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水剌’의 중국어 발음이 [슐라]인 것을 보면 이를 한자로 차용한 ‘수라(水剌)’의 타당성도 있고 이 단어의 본래 몽골 어 발음이 [슐런]이었던 것을 보면 민간에서 이 말을 ‘셜넝 [셜렁]’으로 받아들인 데에도 타당성이 있다 하겠다. ‘셜넝탕’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설렁탕’과 ‘설넝탕’으로 나타나다가 ‘설렁탕’으로 고정되었다. ‘설렁탕’의 어원을 ‘선농단(先農壇)’에서 찾는 견해도 있는데 이는 의미나 형태상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다.
곰탕
소의 고기와 뼈를 진하게 푹 고아서 끓인 국.
유의어_곰국
'그래서 곰탕과 설렁탕이 무슨 차이라는 거야?'라고 하는 사람을 위해 여러모로 정리해봤다.
첫째, 설렁탕과 곰탕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국물을 내는 재료의 차이다.
간단히 말하면, 설렁탕은 뼈 위주로, 곰탕은 고기 위주의 재료를 사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에는 비싼 고기를 재료로 삼는 곰탕을 양반 음식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뼈를 재료로 삼는 설렁탕은 서민음식으로 취급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설렁탕은 소의 머리, 내장, 뼈다귀, 발, 도가니 따위를 넣고, 곰탕은 소의 뼈나 양(羘), 곱창, 양지머리 따위를 넣는다. 원래 곰탕은 고기 위주로 끓이고, 설렁탕은 뼈를 중심으로 끓여낸 것이었는데 음식점마다 사용하는 재료나 조리법이 달라져 두 음식의 차이가 점차 모호해졌다.
둘째, 국물을 우려내는 시간의 차이다.
곰탕은 살코기 위주로 3~4시간 우려내고, 뼈 위주로 12시간 이상 푸욱 고아낸다.
셋째, 간을 맞출 때 사용하는 재료의 차이이다.
설렁탕은 간을 맞출 때 주로 소금을 사용하고, 곰탕은 간을 맞출 때 간장을 사용한다.
넷째, 국물의 외관이다.
곰탕은 고기로 우려낸 맑은 국물을 띄고, 설렁탕은 뼈를 우려낸 뽀얀 국물을 가지고 있다.
설렁탕은 뼈 위주로 끓이기 때문에 골수가 녹아들어 국물이 뽀얗고, 곰탕은 고기위주로 내장이 들어가서 좀 더 기름진 것이 특징이다.
플러스, 부재료가 다르다.
설렁탕에는 부재료로 주로 소면이 들어가고, 곰탕은 당면을 넣는다고 한다. 곰탕의 고명으로는 파와 계란 노른자 지단을 올리고, 설렁탕은 주로 파를 올린다.
곰국(곰탕)은 '곰'에서 '고'는 기름, '음'은 마시다에서 비롯되었으며, '기름 국을 마신다'는 의미의 고음 국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곰탕과 설렁탕은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면역력을 향상해주고,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곰탕과 설렁탕에는 비타민 B12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피를 만드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빈혈을 예방하고 안색과 머릿결을 좋게 해 주는데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보양식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먹으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골절환자나 관절염 환자의 경우, 곰탕과 설렁탕의 주재료인 소고기에 풍부한 인이 오히려 칼슘 흡수를 방해해 회복을 더디게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적당량만 먹어야 한다는 사실.
곰탕으로 유명한 곳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나주 하얀 집 곰탕이 가장 유명하다. 나주에는 100년이 넘은 곰탕집이 있다고 한다. 이 곰탕집이 전국구로 유명해지면서 '나주=곰탕'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8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명동의 하동관도 유명한데, 하루에 정해진 양(700~800그릇)만 판매하기 때문에 저녁 전(4시)에 문을 닫는다고 하니 점심시간에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명동 본점, 여의도역점, 국회의사당역점, 코엑스몰 지하 1층에서 맛볼 수 있다.
어머니를 이어 2대째 자매들이 영업하는 45년 된 파주옥이라는 곰탕집도 있다. 뚝배기에 담아 나와서 따끈하게 먹을 수 있다. (수요 미식회 참조)
1. 깍국 : 깍두기 국물을 곰탕 국물에 첨가하기.
2. 통닭 : 날달걀을 넣어 함께 먹기
3. 20공, 25공 : 고기 맛을 더 느끼고 싶은 사람을 위해 고기가 추가된 곰탕 곱빼기 버전
(하동관 : 20,000원, 25,000원이라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4. 소주나 맥주와 함께...(애주가만 해당)
5.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설렁탕이든 곰탕이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게 먹으면 된다. 추운 겨울에 따끈한 곰탕이나 설렁탕 한 그릇이면 추위든 뭐든 다 날아갈 것만 같다. 점심시간에 근처에서 한 그릇 뚝딱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나저나 오늘 아침 시작한 곰탕, 아니 설렁탕이 어서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내일이면 먹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