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이 아빠 Jul 02. 2021

#4 콩이의 괴물 창조

뿔돌이괴물, 긴꼬리괴물, 왕발이 괴물

아빠! 내가 밤늦게 잠을 안 자면 뿔돌이 괴물이 나타나~~



우리 콩이는 친구들보다 못하는 것이 많다.

대부분 다 부족하다.

그런데 희한하게 아이라면 으레 보이는 안 좋은 점은 뒤지지 않는다.


콩이는 밤늦게 자려한다.

가만히 두면 밤 11시에도 잠자리를 찾지 않는다.


장난감 정리를 스스로 하지 않는다.

알파룸에 놀이방을 꾸며주었건만 장난감은 놀이방을 벗어나 거실까지 침범한다.

아빠랑 크게 한바탕 하고 나서야 겨우겨우 치워낸다.


그리고 콩이는 밥을 잘 먹으려 하지 않는다.

아주 배고플 때가 아니고선 숟가락질을 세네 번에서 멈추기 일쑤다.

밥그릇에 담아주는 밥의 양은 점점 줄어가는 대신 후식으로 먹는 과일 양이 야금야금 늘어난다.


엊그제는 콩이의 습관 개선을 위해

콩이와 나란히 앉아 스케치북에 몇 가지 괴물 캐릭터를 만들었다.

요맘때 아이들이 공룡에 흠뻑 빠져드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평소 그림 그리기에 별다른 흥미가 없던 녀석은 

웬일인지 아빠의 도움으로 괴물의 모습을 그린 다음 색칠하고 

괴물 제각각의 특징들까지 비뚤비뚤 글씨로 스스로 적었다. 

무려 3마리나...





#1 뿔돌이 괴물

머리에 길고 뭉툭한 커다란 뿔이 있다.

얼굴은 피자처럼 넙적하게 둥글고, 눈 코 입이 둥글둥글 다 크다.

몸은 곰돌이 인형처럼 동글동글 통통하고 큰데, 네 개의 팔다리는 크레파스처럼 짜리 몽땅하다.

뿔돌이는 내가 밤 10시가 넘도록 잠을 안 자면 어디선가 데굴데굴 나타난다.

크고 둥근 몸으로 여기저기 부딪히고 다니다가

잠 안 자는 녀석을 발견하면 커다란 뭉툭한 뿔을 앞세우고 내 엉덩이를 향해 돌진한다.

아빠를 따라 얼른 침대로 올라가 베개 베고 눈을 감고 있으면 뿔돌이는 물러간다.


#2 긴꼬리 괴물

두레뜰공원에 있는 까치처럼 얼굴이 작다.

몸통은 하마처럼 둥글면서 길쭉하고, 네 개의 다리는 몽톡하니 작다.

이 괴물 녀석은 악어처럼 긴 꼬리가 있고, 꼬리에는 커다란 세모 뿔들이 여섯 개나 달려있다.

긴꼬리 괴물은 내가 밥을 잘 안 먹고 투정 부릴 때 나타난다.

도마뱀처럼 엉금엉금 다가와 식판에 있는 밥과 반찬을 기다란 꼬리로 다 훔쳐먹고

아빠가 주는 맛있는 후식까지 뿔난 꼬리로 싹 쓸어먹는다.

숟가락을 들고 밥을 맛있게 꼭꼭 씹어 먹으면 이 녀석은 다가오지 못하고 뒷걸음쳐 돌아간다.


#3 왕발이 괴물

이 녀석은 두 발로 쿵쾅쿵쾅 걷는다.

몸통과 팔은 일반 아이들처럼 생겼는데 발이 엄청나게 크다.

발가락 한 개가 내 배드민턴 라켓만 하고 발바닥은 거의 내 키만 하다.

왕발이는 내가 장난감을 여기저기 어지러 놓고 안 치울 때 나타난다.

그 커다란 발로 거실에 있는 장난감들을 다 밟아서 으깨고 다닌다.

왕발이에게 밟힌 장난감은 다 부서져서 더 이상 가지고 놀 수 없다.

엄마 아빠 말씀 듣고 장난감을 제자리에 잘 치우면 왕발이는 나타나지 않는다.





밤이 늦었는데도 콩이가 더 놀겠다고 안방에서 뛰쳐나가려고 할 때

"조심해! 뿔돌이 괴물이 거실에 나타날 시간이야!" 하면

"잉잉ㅠㅠ 자야겠다." 한다.

귀엽다 우리 콩이.


콩이가 밥투정을 할 때

"너 그러면 긴꼬리 괴물이 나와서 밥 다 훔쳐먹고, 후식 수박까지 꼬리로 따 찍어먹어 버린다!!" 하면

"내가 먹을 거야~~!!" 한다.

욕심쟁이 우리 콩이.


거실에 장난감이 너무 어지러워져 있을 때

"얼른 안치우면 왕발이 괴물 나와서 니 블록이랑 풍선이랑 비행기 다 밟고 다니는 거 알아 몰라?" 하면

"잉잉 아빠가 치우는 거 도와주세요~!" 한다.

꾀가 늘었네 우리 콩이.





작가의 이전글 #3 콩이가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