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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Oct 23. 2023

전쟁 같은 수험생활 가운데 위로가 되는 그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2부 일기장(2014) - 01 전쟁터


제2부 일기장(2014) - 01 전쟁터 (삼상 17:47)


또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를 쓰셔서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에 모인 이 온 무리가 알게 하겠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 주님께서 너희를 모조리 우리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 

(사무엘상 17:47, 새번역)



드디어 졸업이다! 이번 겨울방학을 끝으로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다. 하하. 물론 졸업학점이 2학점 모자라 계절학기 수업 하나를 수강해야 하지만 뭐 잘 해결될 거다.


그나저나 대학교 졸업 후 나는 어쩌다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원래 졸업 후 계획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영어학원에서 학원 강사 일을 본격적으로 도전하고자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꽤나 재밌었고, 또 원장님도 내가 소질이 있다며 내게 강사 일을 제안해주셨기 때문이다. 


대학교 다니는 내내 진로를 못 찾다가 졸업을 앞두고서야 뒤늦게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은 거 같아 내심 안도하며 뿌듯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가족끼리 저녁식사를 하다 마침 너는 졸업 후 계획이 어떻게 되느냐고 아버지께서 물으시기에 기쁜 마음으로 나는 내 졸업 후 계획을 자신 있게 말씀드렸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겠다는 아들을 당연히 아버지는 응원해주실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버지는 내가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것을 반대하셨다. 왜 굳이 불안정한 직장을 찾아서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나를 나무라셨다. 그러고선 아버지는 내가 공무원과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 좋겠다며, 졸업 후에는 무조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고 하셨다. 심지어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 않기라도 한다면 집에서 당장 내쫓을 거라고 으름장까지 놓으셨다.


나름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진로를 아버지는 그저 무시하기만 하시니 나는 기분이 무척 상하였다. 그러나 늘 엄하셨던 아버지셨기에, 그런 아버지가 무서워 평생 나는 아버지에게 감히 대들거나 반기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나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결국 학원원장님께는 함께 일하지 못할 것 같다고 정중히 사과드리고 학원건물을 나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올해 공무원 시험 일정을 검색하는데, 아니?! 시험예정일이 3월 코앞이란다. 아버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3개월 준비해서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만 하시는 건지! 그리고 그렇게 내가 공무원 준비하기를 원하셨으면 좀 미리 이야기라도 해주시던가!!


아무튼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에서 공무원 시험에 대해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했다. 마침 유튜브에서 어느 방송사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노량진 공무원 수험생들을 다루는 영상을 찾아 한번 보게 되었다. 그렇게 시청한 약 한 시간 정도의 다큐멘터리가 끝나갈 무렵, 나는 마치 한 편의 전쟁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어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학원 강의실 맨 첫줄에 앉기 위해 새벽부터 학원 앞에서 줄을 선 수험생들. 학원 수업이 끝나면 바로 독서실로 직행하여 새벽까지 공부하는 수험생들. 그렇게 4시간 남짓 고시원에서 숙면 후 다시 학원 앞에서 줄서고 있는 수험생들. 이런 공시생들의 치열한 모습들을 보고서는 어떻게 이들이 노량진에 공부하러 갔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전쟁하러 갔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겠다!


다큐멘터리를 시청 후 나는 내가 엄청난 시험에 무모한 도전을 하려하는 게 아닌지 주눅이 좀 들었다. 우리 집이 노량진과는 거리가 있어 나는 집 근처 독서실을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것 같아 뭐 노량진 수험 전사들(?)을 직접 만날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이들을 상대로 합격 자리를 놓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은 맞지 않은가? 어휴~ 내가 저들을 정말 이길 수나 있을까?


그렇게 걱정이 앞서는 가운데 나는 문득 오늘 아침에 읽은 사무엘상 17장 47절 말씀이 생각났다.



또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를 쓰셔서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기에 모인 이 온 무리가 알게 하겠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 주님께서 너희를 모조리 우리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 (사무엘상 17:47, 새번역)



사무엘상 17장은 그 유명한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 장면이 나온다. 다윗은 거인 골리앗 앞에서 담대히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고, 하나님께서는 너희 블레셋을 우리 이스라엘에게 넘겨주실 것이라며 선포했다. 그리고 우리가 알다시피 다윗이 무릿매로 던진 돌을 맞은 골리앗이 죽으므로 이스라엘은 전쟁에서 승리하였다.


그래. 표면상으로는 어마어마하게 덩치가 큰 골리앗이 다윗을 이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다윗이 골리앗을 무찌르지 않았는가? 그러니 비록 3개월이란 짧은 준비기간만으로 시험을 보는 내가 불리해보일지 몰라도 막상 시험 결과는 내가 노량진 공시생들을 이길 수도 있는 거다. 그렇기에 다윗이 하나님의 이름을 선포하며 담대히 전쟁터로 전진한 것처럼, 나도 수험의 전쟁터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용기 있게 나아가도록 하자.


아아. 그리고 만약 내가 이번 시험에 합격하게 된다면 한번 합격수기도 작성해보고 싶다. 나처럼 준비기간이 부족한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승리할 수 있다는 그런 합격수기를 말이다.


좋았어. 김들림! 자신감을 가져보자!! 오늘은 ‘세상에 유혹 시험이’ 찬양을 들으면서 잠을 청해봐야겠다.


‘전쟁은 나에게 속한 것 아니니 주를 찬양, 손을 들고 찬양.’

'전쟁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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