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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Oct 26. 2023

괴롭고 슬픈 수험생활 가운데 위로를 주는 그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2부 일기장(2014) - 04 기상


제2부 일기장(2014) - 04 기상 (애 3:33)


그분께서는 고의로 사람들의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슬프게 하지 아니하시는도다.

(예레미야애가 3:33, 킹제임스 흠정역)



“들림아, 이제 제발 좀 일어나라. 도대체 며칠째 이러고 있는 거니?”


“제발 저 좀 내버려두세요.”


방에 들어오신 어머니는 며칠째 계속 누워만 있는 아들을 보며 한숨만 쉬셨다. 아들이 다시 기운을 차리길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은 이해가 갔지만 죄송하게도 나는 일어날 힘이 전혀 나질 않았다.


이게 말로만 듣던 무기력증인가? 살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어두컴컴한 방에서 누워서만 지낸 적이 없는데…… 무기력증이 얼마나 심했던지 나는 밥조차 거를 정도로 진짜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만 지냈다. 그래. 나는 결국 공무원 시험에 최종 불합격했고, 그 이후 이런 상태로 지내고만 있다.


‘그렇게 합격시켜달라고 기도했는데 결국 최종 불합격이라니…… 하나님은 나를 싫어하시는 게 아닐까?’


물론 고작 3개월이란 짧은 시간을 준비하고 본 첫 공무원 시험이었기에 첫술부터 배부를 수 없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최종 문턱까지 간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합격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정말이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 1차 합격 후, 나는 2차 전형이 면접으로 진행된다는 걸 듣고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왜냐면 학원 강사를 진로로 생각할 정도로 나는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면접과 같은 타입의 시험은 늘 선호했고.


그렇기에 내가 자신있어하는 면접시험이 공무원이 되는 최종관문이라고 하니 정말 하나님께서 나를 합격하게끔 도와주시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런 내 기대와는 다르게 최종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면접시험은 나름 괜찮게 봤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상심과 부정적인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한숨만 푹 쉬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구한테 문자라도 왔나싶어 폰을 확인하니 그냥 성경어플에서 보낸 성경말씀 알림문자였는데, 굳이 읽고 싶진 않았지만 어쩌다 무심코 확인버튼을 누른 바람에 나는 알림문자로 온 성경말씀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분께서는 고의로 사람들의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슬프게 하지 아니하시는도다.

(예레미야애가 3:33, 킹제임스 흠정역)



무심코 읽은 성경말씀에 어느새 내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예레미야애가 3장 33절은 분명 내가 대학교를 다니며 힘들어 할 때 마다 자주 읽고, 또 위로 받았던 그 성경말씀인데!


대학교를 다니던 중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로 한번 가르치는 일을 해보고 싶어 여러 학원 문을 두들기고 다녔었는데, 내가 지잡대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행히 어느 학원 원장님이 기회를 주셔서 그나마 강사 일을 할 순 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내 학벌 때문에 주눅이 들 때마다 읽었던 말씀이 예레미야애가 3장 33절이었다.


나는 이 말씀을 붙들고는 하나님께서 내게 지잡대란 학벌을 주신 이유가 단순히 나를 고의로 슬프게 하려고 하시는 게 아닌, 분명 나를 위한 다른 뜻이 있다고 굳게 믿으며 그렇게 대학교 생활을 버텼다. 그랬던 내가 공무원 시험에 최종 불합격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무기력증에 빠져 괴로워만 하고 있을 줄이야!


‘분명 하나님께서 나를 향한 뜻이 있어 허락하신 불합격일 텐데 그저 나는 눈앞의 불합격에 슬퍼만하고 있었구나…….’

 

그러고 보면 사실 나는 공무원 최종합격보단 3개월 준비만의 단기합격이란 욕심에 내 마음이 쏠려있었다. 단기합격만 이뤄낸다면 분명 주위에서 나를 인정해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동안 이름 없는 대학교를 다닌다고 나를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도 싶었다. 그런 내 욕심을 이루기 위해 나는 단기합격만이 나를 위한 하나님의 뜻이라고만 우겨댔다. 내 멋대로 하나님의 뜻을 판단했다. 그런데 불합격함으로 내 단기합격 욕심을 이루지 못해 나는 좌절했던 거고.

 

솔직히 나도 내가 최종합격하기에는 1차 필기점수가 조금 부족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내 실력이 부족했던 건데 나는 내 실력을 탓하지 않고 무작정 하나님이 나를 미워하신다고 우기면서 어두컴컴한 방에서 며칠을 누워서만 지냈으니…… 이런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하나님께 너무 죄송하다.

 

‘하나님 죄송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게 늘 사랑만 주셨지 고의로 슬픔을 주신 적은 없으십니다. 그럼에도 제가 공무원 시험에 불합격했단 이유로 하나님을 제 멋대로 오해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나는 하나님께 회개기도 후 어두컴컴한 방문을 열고 나와 거실에 계신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어머니, 저 일어났어요. 배고파요. 밥 주세요.”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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