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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Oct 27. 2023

주눅 든 수험생활 가운데 용기와 담대함을 주는 그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2부 일기장(2014) - 05 자기자랑


제2부 일기장(2014) - 05 자기자랑 (갈 6:14)


그런데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는,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죽었고, 세상 쪽에서 보면 내가 죽었습니다. (갈라디아서 6:14, 새번역)



그간 방에만 틀에 박혀있다가 오늘 오랜만에 교회 청년부 예배에 참석했다. 아직도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충격이 가시질 않아 솔직히 누구와 이야기 나눌 그럴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 낙심한 채로만 지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청년부 예배가 끝나고 청년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이 속한 각 조별로 흩어졌는데,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나는 그동안 내 조가 바뀐 지도 모르고 이전에 속했던 조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지나가던 1조 조장 형이 발견하고는 내가 1조로 바뀌었다며 나를 조원들이 모여있는 방으로 데리고 갔다.


조가 바뀌었다는 소식에 나는 바뀐 조에 모르는 사람들만 있을까봐 걱정하며 갔는데, 다행히 1조에는 예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형, 누나들이 있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형, 누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처음 뵙는 분과 눈이 마주쳤다.


마침 조장 형이 내게 와서는 최근에 우리 교회에 출석하는 자매님이라고 소개해주면서, 이름은 나자랑이고 나이는 나랑 동갑이니 둘이 친하게 지내라며 서로를 인사시켰다.


“안녕? 내 이름은 나자랑이야. 동갑이라고 하니까 말 놓을게.”


“어? 어… 그, 그래. 난 김들림이라고 해.”


초면에 이 당돌함은 뭐지? 아무튼 조모임은 시작되었고 조원들은 돌아가며 각자의 근황을 나누었다. 어느덧 내 차례가 되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조원들은 내게 왜 이렇게 얼굴 보기 힘드냐고, 그동안 뭐하며 지냈나며 온갖 질문을 쏟아냈다. 갑자기 나를 향한 질문 공세에 머쓱해진 나는 최근에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 재도전하기로 했고, 그래서 내년까지는 공부하느라 바쁠 것 같지만 그래도 청년부 조 모임은 자주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내 근황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 하는데, 갑자기 나자랑이 불쑥 끼어들더니 느닷없이 본인이야기를 시작했다.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저 이번에 회사에서 신동뮤지션 신보 마케팅 일을 맡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어제 하루 종일 신동뮤지션하고 같이 있었어요. 대박이죠?”


“와~ 진짜요? 그 유명한 신동뮤지션이요??”


“…….”


나자랑은 유명 연예기획사에서 일하고 있는지 최근 신동뮤지션과 있었던 일을 자랑하듯 한참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언제까지 나자랑은 계속 자기자랑을 할 생각이지? 나도 마저 조원들과 서로 근황도 좀 나누고, 기도제목도 같이 나누고 싶은데…….’


직장에서 있던 일을 신나게 자랑하며 늘어놓는 나자랑의 표정을 보는데 정말 즐거워보였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한동안 집밖에 나가지 않고 낙심해하던 내 표정과는 정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무언가 나자랑의 모습과 내 모습이 비교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순간 기분이 무척 우울해졌다. 결국 나는 눈치를 보다 조용히 빠져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에이씨. 이번 공무원 시험에 합격만 했어도 나도 나자랑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직장생활에 있던 일을 실컷 자랑하며 늘어놓았을 텐데!’


나랑 나이도 같은데 나와 달리 유명 연예인하고 일하는 좋은 직장에 다니는 나자랑이 부러웠던 걸까? 그렇게 창가를 바라보는데 버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무언가 초라하게만 보여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냥 교회에 예배만 드리고 갈 것을 괜히 청년부 조모임까지 출석한 건 아닌지 후회가 밀려왔다. 


흐르는 눈물을 멈추려고 잠시 눈을 감고 있는데 문득 오늘 예배시간에 목사님께서 설교하신 갈라디아서 6장 14절 말씀이 생각났다.



그런데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밖에는,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죽었고, 세상 쪽에서 보면 내가 죽었습니다. (갈라디아서 6:14, 새번역)


 

그러고 보니 오늘 목사님께서 설교시간에 사도 바울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본문 말씀이었던 갈라디아서를 쓴 사도 바울은 무려 20,000km에 이르는 선교여행을 다녔는데, 그는 여행 중 만난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로부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맞고, 또 고문까지 당해 결국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다리는 망가졌고, 코는 부러져 휘어버렸다고 한다.

 

그렇기에 분명 그의 외관은 초라함 그 자체였을 거다. 그런데 사도 바울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창피해하지도 않았다. 왜냐면 그는 자기 자신을 자랑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관심은 오직 예수님을 자랑하는 것이었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친히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그리스도의 그 사랑만을 자랑하고만 싶었다. 

 

바울은 자신의 모습과 상황이 어떻든 간 상관없이 늘 예수님만을 자랑하였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고 또 담대했다. 그런 사도 바울을 생각하니 나는 단지 공무원 시험에 불합격했다는 이유로 내 자신은 내세울 게 하나도 없다는 둥 뭐 계속 주눅 들며 고개 숙이려고만 하는 이런 내 모습이 무언가 부끄러웠다. 나자랑이 늘어놓는 자기자랑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나도 사도 바울처럼 예수님을 자랑하면 그만인데 말이다.

 

그래! 나도 바울처럼 내가 믿는 예수님만 자랑하면 그만이지 않나? 그러니 이제 앞으로는 공무원 시험에 떨어졌다는 이유니 뭐니 좀 남들 앞에서 그만 기죽어있자. 특히 지금 내가 취업준비생이란 이유로 직장에 다니는 이들 앞에서 괜히 주눅 들지도 말고!!

 

그리고 두고 봐라. 언젠가 나를 이 힘겨운 공무원 수험생활 가운데 구출해주실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와 사랑을 자랑할 날이 분명 올 거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각오해라 나자랑!!)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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