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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Nov 02. 2023

훈계 속 공시생활 가운데 반성하게 되는 그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2부 일기장(2014) - 07 공시생 훈계


제2부 일기장(2014) - 07 공시생 훈계 (히 12:8)


아들이면 훈계를 받게 마련입니다. 만일 여러분에게 아무 훈계가 없다면, 여러분은 사생아이며 참아들이 아닙니다. (히브리서 12:8, 쉬운성경)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려고 집에서 나가다 앞집 분하고 마주쳤다. 서로 인사는 했지만 어색한 사이다보니 같이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에 어찌나 뻘쭘했던지! 그래서 도서관에서 또 마주친(?) 교회 조장 형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형도 옆집 이웃하고 현관에서 마주치면 서로 어색해서 각자 핸드폰만 만지작 거린다고 한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이웃집하고는 딱히 친하게 지내진 않는 듯하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이웃집하고 자주 왕래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는데. 그러고 보니 이웃집하면 생각나는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아마 내가 7살때 일로 기억하는데, 우리집은 앞집 이웃에 자주 놀러갈 정도로 꽤 친하게 지냈었다. 그렇게 평소처럼 나는 어머니를 따라 앞집에 놀러갔는데, 마침 마룻바닥에 굴러다니는 500원 하나를 발견했다. 순간 나는 그 500원 동전을 꼭 훔치고 싶다는 이상한 충동(?)을 느꼈고, 그렇게 어른들 눈치를 보던 나는 재빨리 손 안으로 동전을 꼭 쥐었다.


그러나 당시 어린 내가 손이 커봤자 얼마나 컸겠는가? 당연히 동전을 쥐고 있는 내 손은 누가 봐도 어색한 티가 났고, 어머니는 내 손에 있던 500원을 보시고는 내가 도둑질했다는 것을 알고 그 자리에서 바로 매를 들어 나를 엄청 혼내셨다.


하하. 뜬금없이 일기장에 적는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음… 생각해보니 당시 어머니께 혼난 이후로는 나는 남의 물건을 훔쳐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이것이 바로 교육의 힘인가? 그런데 만약 어머니가 그때 나를 혼내지 않으시고 오히려 앞집에서 500원 잘 벌어왔다고(?) 칭찬해주셨다면 아마 나는 지금쯤 국내에서 꽤 유명한 괴도 루팡이 되어있거나, 아니면 절도죄로 오랜 시간을 감옥에서 지내고 있을 거다.


자기 자식이 나쁜 길로 빠지길 원하는 부모가 과연 있을까? 그래서 어머니는 내가 도둑질과 같은 나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매를 들어 훈계하셨던 거고. 그렇기에 나는 부모의 훈계야말로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표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성경말씀도 훈계가 없으면 자식이 아니라 사생아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아들이면 훈계를 받게 마련입니다. 만일 여러분에게 아무 훈계가 없다면, 여러분은 사생아이며 참아들이 아닙니다. (히브리서 12장 8절, 쉬운성경)



히브리서 12장 8절을 읽을 때면 나는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힘겨운 수험생활이 어쩌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셔서 내린 ‘특단 훈계’가 아닐까한다. 특히 교만하고 오만하기만 한 내 성품이 겸손해질 수 있게끔 올바르게 고쳐주시려고 하시는 게 아닐까 한다.

 

사실 내가 얼마나 교만한 사람인지는 지난번 1차 필기전형 합격 후 내 모습을 보고 확실히 깨달았다. 정말이지 지금 생각하면 창피할 정도로 오만한 모습이었는데, 1차 필기시험 붙은 걸 가지고 마치 최종 합격인 마냥 으쓱대며 동네방네 소문내며 돌아다기도 했고, 나는 3개월 만에 필기시험 붙었는데 오랜 시간 공부해도 1차도 못 붙는 공시생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둥 온갖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내가 가장 교만했던 건 바로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순전히 내 노력으로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거다. 그 누구도 자신의 내일을 전혀 알 수 없듯이, 마찬가지로 수험생도 본인이 시험장에서 어떤 시험문제들을 만날지 전혀 알 수 없다. 어디 시험문제뿐이 겠는가? 내가 응시하는 지역에 하필 그해에 고득점자들이 몰릴 수도 있고, 면접시험에서는 이상한 면접관을 만나 억울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는 거고.

 

이렇듯 공무원 시험은 내 노력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하다. 그런 변수들만 생각해도 하나님의 도우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나는 지난 시험을 준비하며 하나님께 기도도 하지 않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지도 않았다. 그저 3개월 만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유로 자신만만해하느라 하나님께 간구할 생각조차하지 않은 거다.

 

그래서 이번 나의 최종 불합격은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훈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기에 반성 후 다시 임하는 공무원 수험생활 가운데 나는 겸손히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하나님의 불합격 훈육을 통해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다!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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