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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Nov 03. 2023

육체의 약함 가운데 자신의 강함이라 고백하는 그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2부 일기장(2014) - 08 과민성장염


제2부 일기장(2014) - 08  과민성장염 (고후 12:7-9)


그리고 내가 받은 계시가 너무나 크고 놀라운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내가 너무 교만해질까 봐 내 몸에 가시 같은 병을 주셨습니다. 이것은 내가 교만하지 않도록 나를 괴롭히는 사탄의 사자입니다.


나는 이 고통이 내게서 떠나게 해달라고 세 번이나 주님께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내 은혜가 너에게 충분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해진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약한 것을 더욱 기쁜 마음으로 자랑하여 그리스도의 능력이 나에게 머물러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린도후서 12:7-9, 현대인의 성경)



아마 대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이상하게 변을 봤음에도 배가 계속 아파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거렸다. 그런 증세는 몇 달 동안 지속되었고, 어느 날은 일을 본 후 변기를 보는데 변기 안으로 피가 흥건했다. 뭐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장에서 출혈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었고, 아무래도 자주 화장실을 가다보니 항문 주위 살들이 약해지다 터지게 되면서 출혈이 있던 거였다.


그런데 당시 나는 내가 혈변을 눈 줄로 착각해서 혹시 내가 죽을 병에 걸린 건 아닌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검진결과 대장에는 이상이 없었다. 장은 아주 깨끗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심 이렇게 배가 아파 고생하고 있는데도 장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니 그것도 좀 이상하긴 했다.


아무튼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며 알게 된 것이 있었으니, 내가 그간 과민성장염을 앓고 있었다는 거였다.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대체로 과민성장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 증상이 화장실을 자주 드나들거나, 묽은 변이나 설사를 본다는데 그게 딱 내가 앓고 있던 증상이라 내게 과민성장염이 의심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과민성장염에 걸린 이유는 내 식습관이 잘못되어서 그렇다고 하셨다. 평소 인스턴트 음식을 너무 자주 먹다보니 좋지 않은 음식으로 장내 좋은 균들이 다 죽게 되었고, 그래서 나쁜 균들만 남게 되어 장에서 문제가 일어난 거라고 했다. 그렇다보니 지금 상황에선 지속적으로 유산균을 복용하여 좋은 균을 장내로 꾸준히 투입시키는 것만이 과민성장염 증상을 완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하셨다.


의사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나는 잘못된 식습관을 고쳐보고, 유산균도 복용하며 과민성장염을 고쳐보려 노력했다. 그렇게 예전보다는 화장실에 드나드는 횟수가 줄어드는 듯했다. 그러나 효과는 미비했고 여전히 나는 화장실을 자주 드나들었다. 오히려 배에 가스가 차는 증상이 더해졌다. 정말 상상 이상으로 배에 가스가 찼고, 가스가 찬 속은 늘 부대끼며 괴로웠다.


문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면서 나의 과민성장염 증상이 더 악화되었다는 거다. 아무래도 하루의 대부분을 공부하느라 앉아서만 생활해서 그런가 보다. 특히 배에 가스가 차는 증상은 더욱 악화되었다. 가스가 차니 속이 거북해져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고, 결국 가스 배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가느라 공부 흐름이 자주 끊겼다. 그리고 가스가 찰 때면 유독 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는데, 조용한 도서관 열람실 같은 곳에서 배에 가스 차는 소리가 나기라도 하면 정말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


분명 그 어느 때보다 과민성장염이 나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하나님께 이 병이 제발 낫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과민성장염 증상은 여전했다. 오늘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 화장실만 최소 여덟 번은 다녀온 것 같다. 정말 너무나도 괴로운 상황이다. 왜 하나님은 내게 이런 질병을 허락하신 걸까? 나는 고린도후서 12장을 읽으며 하나님의 뜻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내가 받은 계시가 너무나 크고 놀라운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은 내가 너무 교만해질까 봐 내 몸에 가시 같은 병을 주셨습니다. 이것은 내가 교만하지 않도록 나를 괴롭히는 사탄의 사자입니다. 나는 이 고통이 내게서 떠나게 해달라고 세 번이나 주님께 기도하였습니다. (고린도후서 12:7-8, 현대인의 성경)



사도 바울도 자신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세 번 간청하였다. 당시 사도 바울이 앓던 병이 무엇이었지는 지금도 신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있지만, 아무튼 얼마나 자신을 괴롭히는 병이었던지 그는 ‘육체 안에 가시’, ‘사탄의 사자’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바울로부터 그 가시를 걷어가지 않으셨다. 오히려 하나님은 바울에게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 말씀하셨다. 참 이상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도 바울의 간청이었다. 신약 성경의 대부분을 그가 기록했다고 무방할 정도로 초대교회 당시 그의 헌신은 엄청났다. 그런 바울의 간청을 무려 세 번이나 들어주시지 않으시다니 솔직히 나는 이해가 되지 않다.


그렇게 사도 바울은 여전히 자신의 몸을 괴롭히는 가시를 빼내지 못했다. 분명 괴로운 상황이었을 거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사도 바울의 반응이 놀랍다. 그는 고린도후서 12장 9절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내 은혜가 너에게 충분하다. 내 능력은 약한 데서 완전해진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약한 것을 더욱 기쁜 마음으로 자랑하여 그리스도의 능력이 나에게 머물러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린도후서 12:9, 현대인의 성경)



사도 바울은 자신의 기도가 응답되지 않았음에도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나아갔다. 심지어 자신을 괴롭히던 가시를 자랑하기까지 하였다. 바울은 자신을 괴롭히는 육체의 가시가 결국 그리스도의 능력이 자신에게 머물게끔 하는 통로로 이해했고, 그렇기에 그는 이런 자신의 약함이 오히려 자신의 강함이라는 놀라운 고백을 남겼다(고린도후서 10장 10절).


사도 바울의 이런 믿음의 반응은 정말이지 내게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나에게도 나를 괴롭히는 이 과민성장염이란 육체의 가시가 결국에는 예수님의 능력이 내 수험생활 가운데 머물게 하는 놀라운 통로가 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나의 육체의 가시를 통해 겸손히 예수님을 더 의지하며 그렇게 나의 약함이 나의 강함이라고 고백하고 싶다.


음… 그래도 좀 웬만하면 병이 나았으면 좋겠지만ㅠㅠ!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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