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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Nov 06. 2023

주위의 온갖 비난 가운데 내 자신을 보호하는 그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2부 일기장(2014) - 09 친구A


제2부 일기장(2014) - 09 친구A (엡 6:16)


모든 것 위에 믿음의 방패를 취하여 그것으로 너희가 능히 그 사악한 자의 모든 불화살을 끄며 

(에베소서 6:16, 킹제임스흠정역)



오랜만에 일기장을 폈다. 간만에 열이 받은 상황인지라 일기장에 그 녀석에 대해 욕 좀 남겨보려 한다. 그 녀석이 누구냐면 내가 공무원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친구A.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이,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거라고 친구A에게 처음 이야기 했을 때 녀석은 나를 응원하기는커녕 꿈도 없는 사람들이나 되려는 게 공무원이라고 내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래, 친한 친구 사이에 무슨 말을 못하랴. 게다가 녀석이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런데 이 녀석이 오늘은 좀 내뱉지 말았어야하는 말을 내뱉은 게 아닌가한다. 아무리 내가 한심해 보이더라도 굳이 내 부모님까지 비난하는 말을 꺼낼 필요까진 없었다는 거다.


“솔직히 네 아버지 한 고지식하잖아. 그래서 아버지 따라 너도 좀 고지식한 거고. 원래 고지식한 사람들이 공무원 준비하더라.”


오랜만에 만난 친구A는 느닷없이 내 아버지가 고지식하고 너도 고지식하니 그래서 네가 공무원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해대는 거였다. 참나~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녀석은 내가 아버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걸 마치 부자간 고지식의 대물림인 것 마냥 비꼬는 소리를 해댄 거다. 아무리 친한 친구 녀석이라지만 이번에는 좀 선을 넘었다.


아~ 지금 생각해도 정말 화가 난다. 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친구A가 내 아버지 이야기를 꺼낼 입장이 아니었던 게 친구A의 아버지도 한 고지식하신 분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나도 그때 친구A의 아버지를 들먹이며 녀석에게 반박 좀 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녀석에게 똑같이 맞받아친다고 해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냥 서로 싸움만 키울 뿐이겠다. 그래서 나는 그냥 녀석의 말을 무시한 채 집으로 왔다. 아무튼 지금 녀석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지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 그래서 일기장이라도 펴 끄적거리고 있는 것이고. 아아. 마침 생각나는 성경말씀 하나가 있는데 일기장에 필사 좀 하면서 화를 좀 누그러뜨려야겠다.



모든 것 위에 믿음의 방패를 취하여 그것으로 너희가 능히 그 사악한 자의 모든 불화살을 끄며

(에베소서 6:16, 킹제임스 흠정역)



오늘은 친구A가 내게 쏜 불화살을 방심하다 맞았지만 다음에는 어림도 없다. 다음번에도 녀석이 내게 불화살을 쏜다면 나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방패를 들어 막아버릴 거다. 내게는 하나님께서 이런 원수의 조롱(?) 가운데 나를 반드시 구출해주실 것을 믿는 믿음의 방패가 있으니까! 


그러고 보니 예전 어느 목사님께서 민수기 21장에 등장하는 불뱀에 대해 설교하신 적이 있는데, 여기서 불뱀(fiery serpents)은 불이 붙은 뱀이 아닌 독뱀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래서 에베소서 6장의 불화살(the firey darts)도 단순 불화살로 볼 게 아니라 독화살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는 뭔가 좀 무서웠다. 불이 붙으면 그냥 끄면 되는데 독이 침투하면 답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잖아도 녀석의 불화살을 맞고는 내 머릿속에 지금 녀석의 독설이 침투하여 쉽사리 잊히지 않아 공부하는 데 얼마나 방해가 되던지! 독화살은 수험생에게 치명적이란 걸 이 기회에 배웠다 정말. 이제 앞으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누구로부터 어떤 독화실도 맞지 않도록, 독 한 방울조차 내 몸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조심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믿음의 방패를 높이 들어 나를 보호해야겠고!


에고. 공부해야 하는데 일기가 길었다. 아무튼 난 친구A가 앞으로 뭐라고 하던 신경쓰지 않고 하나님께서 주실 합격증을 바라보며, 믿음의 방패를 들고 열심히 수험의 길을 전진하겠다. 오늘의 일기 끝!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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