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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Nov 13. 2023

포기하고 싶은 가운데 포기하지 않도록 힘주는 그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3부 일기장(2015) - 02 고시원 고난


제3부 일기장(2015) - 02 고시원 고난(히 2:9)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잠시 동안 예수님은 천사들보다 낮아지셨지만, 고난당하고 죽으심으로 영광과 존귀의 관을 쓰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으신 것입니다. (히브리서 2:9, 쉬운성경)



어느덧 시험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아 그 어느 때보다 수험공부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시기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로 공부에 박차는커녕 제대로 집중도 못했다. 왜냐면 내가 집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집안사정으로 갑작스레 외할머니께서 우리 집에서 지내시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집이 좁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내 방을 할머니께 내어드리면서 나는 집을 나가야만 했다.


근데 아무리 집안이 시끄럽다고 그렇지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수험생보고 집을 나가라니? 정말 황당해서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당장 집을 나가라는데 뭐 어쩌겠는가. 그렇게 나는 당장 지낼 곳을 알아보던 중, 마침 서울로 상경한 친구 하나가 직장을 다니느라 회사 근처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일단 그곳에서 지내며 시험공부를 하기로 했다.


솔직히 집에서 쫓겨난 게 억울하긴 했지만…… 그래도 공부하려고 고시원에 일부러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니까, 나도 집에서 공부하는 것 보다 고시원에서 공부하는 게 훨씬 집중이 잘 될 수도 있을 거라며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고시원 생활이 시작됐고 어느덧 2주 정도 시간이 지났다. 자, 그래서 고시원에 들어가니 공부에 집중이 잘 되고 있냐고? No! 지금 나는 완전 공부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왜냐면 고시원 생활이 정말 최악이기 때문이다! 정말 최악!!


아니, 어떻게 이런 최악인 곳에서 공부를 한다는 말이지? 나는 공부하러 고시원에 들어간다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얼마나 최악인지 정말 지금 일기를 쓰고 있는 이 순간도 화가 나서 미치겠다. 그럼 도대체 뭐가 그렇게 최악인지 한번 적어보겠다.


일단 내가 묵고 있는 고시원 방은 나 같은 성인 남자 하나도 생활하기에 너무나 좁았다. 이렇게나 좁은데 심지어 화장실까지 있다. 물론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겠다면 좁은 거야 적응하면 되지만, 문제는 화장실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다. 생각해 봐라, 간뜩이나 좁은 방에 배수구에서 올라온 냄새까지 진동하는데 어찌 내가 최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


것뿐만이 아니다. 방음도 안 된다. 방음이 얼마나 안 되냐면 양옆으로 사는 사람들의 생활소음이 다 들린다. 지난번에는 어디서 북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서 이건 뭔 소리인가 했더니 바로 옆방에 사는 분의 방귀 뀌는 소리였다. 살면서 시도 때도 없이 비트를 타는(?) 방귀소리를 듣는 건 진짜 처음이었다. 그리고 다른 옆방에선 코를 얼마나 고는지 정말 그 코고는 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자다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너무나도 괴로운 고시원에서의 생활이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나는 같은 고시원에 사는 친구에게라도 좀 하소연하고 싶었다. 그런데 야근이 잦던 친구는 매일 밤늦게 귀가해서 도저히 만날 수도 없었다. 친구가 지내고 있는 고시원이라고 해서 왔더니만 친구는 전혀 만나지도 못하다니!


오늘도 자다가 옆방 코고는 소리에 결국 깨버렸다! 으악~ 정말 짜증과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짜증이 나니 잠도 다시 들지 못하겠다. 중요한 시험을 얼마 앞두고 도대체 내가 이런 일을 왜 겪어야지? 상황이 이렇게 날 도와주지 않는데 그냥 시험을 때려치고만 싶을 뿐이다.


진짜로 공무원 시험 그냥 확 때려칠까? 시험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짐이나 싸고 수험생활을 청산하고만 싶은 심정이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정말……. 답답한 나머지 나는 성경책을 한번 폈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성경책을 폈지만 나는 성경을 어디서부터 읽어야 하고, 또 어디를 읽고 위로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 이런… 평소에 성경공부 좀 할 걸 그랬나? 그렇게 나는 멍하니 그저 성경책을 이곳저곳 넘겨보는데 문득 히브리서 2장 9절 말씀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잠시 동안 예수님은 천사들보다 낮아지셨지만, 고난당하고 죽으심으로 영광과 존귀의 관을 쓰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으신 것입니다. (히브리서 2:9, 쉬운성경)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을 바라봅니다'라…… 우연히 찾은 히브리서 2장 9절 말씀을 읽는데 무언가 숙연해진다. 그래, 내가 아무리 힘든 상황에 있을지언정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 나를 구원하기 위해 친히 고난당하신 예수님을 바라본다면 지금 상황은 사실 고난도 아니겠지.


집에서 쫓겨난 것도 서럽고, 고시원 생활은 더더욱 서럽고. 서러움에 복받쳐 당장 수험공부를 때려치고는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내 죄를 대속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그 못 자국 난 손을 바라본다면 분명 난 이렇게 수험공부를 포기해서는 안 되겠지. 나를 위해 끝까지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바라보는데 그만두기는커녕 오히려 더 열심히 수험공부에 임해야겠지.


좋아, 예수님께서 나를 구원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신 것처럼 나도 예수님을 바라보며 끝까지 수험공부를 포기하지 말자! 그리고 잊지말아야 할 것이 내게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수험생활 중 어려움을 겪고 있는 크리스천 공시생들을 위해 합격수기를 남기고 싶은 그런 꿈이 있지 않은가?


특별히 자신의 수험생활 가운데 도대체 성경 어디를 읽어야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크리스천 공시생들에게 히브리서 2장 9절의 말씀과 함께 멋진 합격수기를 남기고 싶기도 하고. 그러니 들림아, 시끄러우면 귀마개로 귀를 막고, 냄새가 나면 빨래집개로 코를 막아서라도(?) 끝까지 예수님을 바라보며 시험 당일까지 전진하는 거다!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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