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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Nov 17. 2023

결정하기 어려운 고심 가운데 기준이 되어주는 그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3부 일기장(2015) - 03 다시 불합격



제3부 일기장(2015) - 03 다시 불합격 (살전 2:4)


하나님께서 우리를 훈련시키시고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말씀을 전할 뿐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기쁘게 하기보다는 우리 마음을 살피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기 원합니다. (데살로니가전서 2:4, 쉬운성경)



오늘 부로 고시원 이용기간이 만료되어 방을 빼주어야만 했다. 그래서 어서 짐을 꾸려 나가야만 했지만 나는 도저히 기운이 나질 않아 그냥 멍하니 앉아서만 있었다. 기운이 나는 게 이상하겠지. 올해도 나는 공무원 시험에 낙방했으니까.


올해도 작년과 동일하게 2차 면접시험까지 치렀지만 결국 최종 불합격했다. 역시나 또 필기점수가 모자랐다. 작년 최종 문턱에서 떨어지면서 느꼈던 그 고통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아무튼 고시원 방을 빼야만 하는 상황이니 여차여차 짐을 싸서 나오긴 했다.


‘이렇게까지 고생해서 굳이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가 있을까?’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내내 머릿속에 이 질문이 맴돌았다. 솔직히 아버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되고자했던 공무원이었지, 애초에 내가 꿈꾸던 직업도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굳이 이렇게 괴로워하면서까지 공무원이 되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이야말로 다른 진로를 알아봐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던 중 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을 확인하니 친구B로부터 온 전화였다. 친구B는 군대에서 만난 둘 도 없는 친구인데, 비록 나보다는 선임이었지만 나이도 같았고, 군 교회에서 같이 예배드리면서 많이 친해져 전역하고도 계속 연락하며 지냈다. 아마도 친구B는 내 시험결과가 궁금해서 전화한 것 같다.



친구B: 들림아, 오늘 최종 결과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걱정되어서 전화했어.


김들림: 그게…… 나 이번에도 떨어졌어.


친구B: 아, 진짜? 에고. 뭐라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내년에도 공무원 시험 도전하게?


김들림: 모르겠어.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아버지 눈치는 보이는데 이 힘든 걸 어떻게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막막하고.


친구B: 그렇구나. 고민이 많겠네.


김들림: 말도 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네 생각은 어때? 내가 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맞을까?


친구B: 글쎄… 나야 뭐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기준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함이었으면 해. 데살로니가전서 2장 4절 말씀처럼 말이야.


김들림: 어? 하니님을 기쁘시게 하는 기준?



그렇게 친구B와 통화가 끝난 후 어느덧 버스는 집 근처 정류장까지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나는 환승할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 한번 성경을 펴 아까 친구가 알려준 성경 구절을 한번 찾아보았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훈련시키시고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말씀을 전할 뿐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기쁘게 하기보다는 우리 마음을 살피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기 원합니다.

(데살로니가전서 2:4, 쉬운성경)



데살로니가전서 2장 4절 말씀을 읽는데, ‘사람을 기쁘게 하기보다는’ 문구가 유독 내 마음을 찔렀다. 그래, 돌이켜보면 내가 지난 두 번의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가운데 정말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한 마음보다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자 했던 마음이 더 크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아버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준비한 공무원 시험이었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아버지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었고. 아버지뿐만이 아니다. 어머니에게도 기쁨을 드리는 아들이, 동생에게도 기쁨을 주는 형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솔직히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큰 기쁨을 주고 싶었다. 작년에 치른 공무원 시험에서 나는 3개월이란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1차 필기합격을 했었는데, 당시 주변 지인들로부터 내가 그 어려운 시험을 준비기간이 짧았음에도 1차를 붙었다고 아주 칭찬이 자자했다. 정말이지 나는 살면서 칭찬이란 걸 처음 들어봤기에 그런 칭찬이 내게는 너무나도 큰 기쁨이었기에 그래서 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하여 사람들의 칭찬을 더 받고 기쁨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데살로니가전서 2장 4절처럼 나는 사람의 기쁨이 아닌 하나님의 기쁨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었어야 했다. 데살로니가전후서를 기록한 사도 바울이 오직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기 위해 자신의 사역을 감당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한 기준으로 내년 공무원 시험을 다시도전을 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길을 모색할지 결정해야겠다.


그렇지만 설사 하나님의 기쁨을 위해 공무원 시험을 다시 도전한다고 해도 이젠 자신이 없다. 두 번의 불합격을 겪은 내가 과연 내년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두렵고 무서울 뿐이다. 


하나님,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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