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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Dec 08. 2023

친구가 주는 상처 가운데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3부 일기장(2015) - 09 친구A의 유혹


제3부 일기장(2015) - 09 친구A의 유혹 (고전 13:4)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 13:4, 킹제임스 흠정역)



“찾았다! 여기서 공부하고 있었구나!”


“어? 네가 여긴 어떻게 알고?”


집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불쑥 친구A가 찾아왔다. 친구A 말로는 그간 나를 만나고는 싶었으나 아무래도 내가 수험공부에 집중하고 있으니 연락하기 쉽지 않아서(나는 폰을 중지시켜놓은 상태다) 녀석은 다른 친구들에게 나에 대해 수소문을 했다고 한다. 근데 마침 어떤 친구로부터 내가 주로 동네 도서관에서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나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이곳으로 찾아왔다는 거다.


갑자기 등장한 친구A를 보고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혹시 녀석이 수험 공부하느라 고생하고 있는 나를 깜짝 응원해주려고 찾아왔나싶었다. 사실 요즘 거리가 온통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인데 홀로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고 있으니 무언가 외롭고 좀 그랬는데… 그래서 나를 찾아온 친구A가 내심 반가웠다.


역시 힘들 때는 친구밖에 없구나하고 나는 고마운 마음에 녀석에게 커피도 한 잔 사주며 도서관 휴게실로 이동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친구A는 나를 응원하러 온 게 아닌, 오히려 나를 방해하러(?) 온 것이었다. 녀석은 대뜸 내게 공무원 시험 준비는 이제 그만두고 자기랑 같이 동업을 하자고 제안하는 거였다.


“야, 공무원 시험 같은 거 준비해서 뭐해? 그런 건 꿈도 없는 애들이나 준비하는 거야. 그냥 나랑 동업하지 않을래?


“뭐? 갑자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실 내가 최근에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어서 그걸로 꽤 큰돈을 벌었어. 대단하지? 너도 함께하겠다면 내 기념으로 여행경비 한턱 쏠 테니까 나랑 어디 여행이나 다녀오자. 어때?”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나 지금 내년에 있을 공무원시험 준비하고 있는 거 뻔히 알잖아?”


알고 보니 친구A는 최근에 스포츠토토와 관련된 사업을 시작했는데(사람들에게 경기결과를 대신 예측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이라고 했다), 최근에 일이 잘 되어서 그런지 혼자서 일처리하는 게 조금 버겁기도 하고, 또 혼자서만 일하다 보니 외로운 것도 있고 해서(?) 같이 일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하다 문득 내가 떠올라서 나를 찾아온 거라고 했다.


몇 달 전 스포츠토토 때문에 간뜩이나 호되게 곤욕을 치렀던 나는 반성하고 회개하면서, 앞으로는 내 인생에 스포츠토토는 없다는 다짐으로 다시 수험공부에 최선을 다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스포츠토토로 사업을 하는 친구가 나를 괴롭힐 줄이야!


그리고 말이 사업이지 결국 도박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점쟁이짓 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참나. 꿈이 없는 애들이나 준비하는 게 공무원 시험이라고 떠들어대는 녀석치고는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진 않은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친구A는 예전에 내게 고지식한 사람이 공무원을 준비한다느니 뭐니 그런 헛소리도 지껄이지 않았던가? 


‘아, 친구A는 나를 응원하러 온 것이 아니라 본인이 최근에 큰돈을 만진 것을 자랑하고 싶었구나.’


그동안 내가 두 번의 공무원 시험에서 낙방하여 많이 힘들어했고, 또 내년 시험을 준비하느라 고생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친구A였다. 게다가 녀석은 내가 얼마나 간절히 내년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찾아와서 고작 한다는 이야기가 시험공부를 그만두고 여행이나 가자는 거라니?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지만 이건 도를 넘었다. 이젠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내가 화가 난 표정을 짓자 녀석은 무안했던지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사람을 이렇게 열받게 해놓고는 도망을 가다니?! 친구A 녀석 때문에 미치겠다 정말! 이런 기분으로는 더 이상 공부할 수 없을 거 같던 나는 결국 그냥 집으로 와버렸다.


집에 와서 나는 아까 도서관에서 마저 풀지 못한 영어 문제집을 좀 풀려고 가방을 뒤적거리다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던지 짜증이나 가방을 통째로 집어 던져버렸다. 젠장! 오늘 하루를 통으로 날린 기분이다.


어쩌다 친구A란 녀석은 이렇게 막무가내가 되어버린 걸까? 어렸을적 교회 중등부에서 만난 친구A는 그 누구보다 신앙심도 좋고 배려 많던 친구였는데! 성경 말씀도 열심히 읽던 녀석은 성경을 잘 모르던 내게 고린도전서 13장 4절 말씀을 알려주면서 좋은 말씀이라며 자기와 함께 암송하지 않겠냐며 물어보기도 하던 여러모로 귀감이 되던 참 좋은 친구였는데…….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 13:4, 킹제임스 흠정역)



나와 함께 암송했던 고린도전서 13장 4절 말씀에 분명 ‘사랑’이라는 건 자랑하는 게 아니라고 나와 있는데, 친구A는 이 말씀을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오늘 친구A가 내게 얼마나 자신을 자랑만 해댔는데 스스로는 전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걸까?


물론 내가 속이 좁은 사람이라 괜히 친구A에게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사실 친구 사이에 서로 자랑도 할 수 있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 어떻게 보면 별일도 아닌 건데 왜 이렇게 나는 쉽게 상처입고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일을 통해 배운 점이 있는데, 만약 나처럼 수험생활로 힘들어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찾아가 고린도전서 13장 4절 말씀에 나오는 사랑으로 진심 응원해주고 싶다. 절대로 친구A처럼 상처 주는 행동은 하지 않고 말이다.


친구A야! 어린 시절 순수하던 그때의 모습으로 넌 다시 돌아올 수는 없는 거니? 그 시절 너와 함께 교회 중등부에서 쌓은 좋은 추억들이 이젠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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