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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Dec 12. 2023

자책과 눈물이 많은 가운데 다시 나를 다독이는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4부 일기장(2016) - 01 공시생 자책 


제4부 일기장(2016) - 01 공시생 자책 (고전 10:31)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모든 일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고린도전서 10:31, 킹제임스 흠정역)



일기장이 보이지 않아서 설마 잃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도서관 캐비넷에서 발견했다. 요즘 도서관보다는 독서실에서 공부해서 도서관에 잘 오지 않다보니 도서관 개인 캐비넷을 열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오랜만에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왔다가 일기장을 발견했다.


잃어버린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래도 나름 2014년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2년 조금 넘게 꾸준히 쓴 일기장인데 잃어버렸으면 많이 아쉬울 뻔했다. 그나저나 처음 일기를 쓰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하던 시기였기에, 나는 학교만 졸업하면 공무원이든 뭐든 어디서 직장생활은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러나 세월이 흘러 어느덧 2016년이 되었고, 이제 내 나이 스물아홉.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취업도 못하고 이렇게 돈 한 푼 벌지도 못하고 어두컴컴한 독서실 책상에 앉아 수험서나 붙잡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정말.


사실 얼마 전 우연히 길에서 교회 청년부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를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가서 아는 체를 할까 했지만 그냥 못 본 체하며 발길을 돌렸다. 왜냐면 양복을 쫙 빼입은 직장인 친구의 퇴근하는 모습이 무언가 츄리닝 바지나 질질 끌고 다니며 독서실이나 다니는 내 모습과 비교가 된다는 생각에 주눅이 들어서다. 물론 굳이 친구와 나를 비교해서 스스로를 깎을 필요는 없는데…….


그러던 오늘 아침에 나는 아침밥을 먹으면서 무심코 어머니가 틀어놓으신 라디오 극동방송 채널을 듣던 중 마침 어느 목사님의 설교를 듣게 되었는데, 고린도전서 10장 31절을 본문으로 무엇을 하든지 모든 일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라는 제목의 설교였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모든 일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고린도전서 10:31, 킹제임스 흠정역)



그런데 무엇을 하든지 모든 일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는 말씀을 듣던 중에 문득 지난번 길에서 본 직장인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그 친구는 대기업에도 다니고 능력도 많아 분명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쓰임 받을 일이 많을 텐데, 반대로 나는 취업도 못하고 공무원 시험에도 계속 낙방만 하고 있으니 나 같은 사람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과연 무얼 할 수 있겠냐는 거였다.


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은 이런 내 초라한 모습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밥 먹다가 든 생각에 막 울고 있던 나는 가족들에게 우는 모습이 들킬까봐 씻으러가는 척하고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틀고는 계속 엉엉 울었다. 정말로 한때는 누구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일하고 싶었던 나였는데…….


그렇게 화장실에서 한참을 엉엉 울고 난 나는 그래도 무언가 좀 후련해졌는지(?) 정신을 차렸고, 태연하게 씻고 나온 것 처럼 아무렇지 않은듯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와 독서실로 향하다 오늘은 어두컴컴한 독서실 말고 그나마 조명이 밝은 도서관에서 공부하자는 생각에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사실 나는 알고 있다. 하나님께 영광을 위해 산다는 건 직장인이든 공시생이든 구분이 없다는 것을. 나 같은 공시생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함으로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여 맺은 공무원 합격이란 열매를 통해 공무원이 되어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니 공시생이니 뭐니 하나님을 위해 일하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오늘 오전에 있었던 눈물 사건(?)을 오랜만에 찾은 일기장에 새기며, 이제는 굳이 다른 사람과 내 자신을 비교하지 말며, 우울해하지도 말고, 얼마 남지 않은 시험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심해본다. 이번 시험에 꼭 합격하여 공무원 합격증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들림아, 다시 파이팅이다!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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