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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Dec 14. 2023

알 수 없는 시련 가운데 자신을 정비하는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4부 일기장(2016) - 03 공시생 아버지


제4부 일기장(2016) - 03 공시생 아버지 (사 55:9)


하늘들이 땅보다 높음같이 내 길들은 너희 길들보다 높으며 내 생각들은 너희 생각들보다 높으니라.

(이사야 55:9, 킹제임스 흠정역)



어라? 예정된 날짜는 분명 1주일 뒤로 알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오늘 공무원 1차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면, 요즘 툭하면 내 방에 들어오셔서 컴퓨터로 합격자명단이 나왔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가시던 아버지는 오늘도 퇴근하시자마자 내 방에 들어오셔서 공무원채용 사이트를 확인하시다 갑자기 공개된 합격자 명단을 발견하면서 알게 됐다.


사실 가채점을 통해 내 점수가 1차 필기전형에도 합격하기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던 나였기에, 다가오는 합격자 발표를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만 싶던 심정이었다. 그러니 느닷업이 발표된 1차 합격자 명단이 올라온 것을 보고는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정말이지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아버지 앞에서 합격자 명단 파일을 열어봤다. 


역시나… 지난 공무원 학원 사이트에서 예측한 그 불안한 결과가 맞았던가. 아무리 찾아도 1차 합격자 명단에는 내 이름이 없었다. 아버지께 내 이름이 합격자 명단에 없다고 말씀드리니, 아버지는 믿지 못한다는 표정을 지으시면서, 네가 지난 두 번의 시험에서 적어도 필기전형 1차 합격은 늘 했었는데, 당연히 이번에도 1차 정도는 붙지 않겠냐며 다시 잘 찾아보라고 하셨다.


그러나 정말로 내 이름은 합격자 명단에 없었다. 그렇게 내가 1차 필기전형에도 합격하지 못했다는 걸 다시 확인하신 아버지는 몹시 실망하셨던지 깊은 한숨을 내쉬시더니, 자신의 뒷머리를 한참을 쥐어 잡으시며 아무 말 없이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셨다. 나는 이렇게나 괴로워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얼마 전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이제 곧 정년을 앞두고 계신 아버지는 이번에 내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것 같으니 앞으로는 노후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한시름 놓겠다고 하셨단다. 그런데 죄송하게도 내가 이번 공무원 시험에 불합격한 것이다. 아들이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실망감과 노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많이 괴로우신 표정으로 아버지는 내 방을 나가셨다.


아버지께 너무 죄송한 나머지 나는 아버지가 내 방을 나가신 뒤에도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면목이 없다는 게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걸까? 아무래도 더 이상 집에 있기가 불편했던 나는 조용히 집을 나왔고, 어디를 가야할지 몰라 고민하다 당장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도서관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도서관으로 향했다.


‘하나님, 저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건가요?’


지난 두 번의 시험 최종문턱을 넘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었던 나는 그래도 다음 공무원 시험은 분명 하나님께서 합격시켜주실 거라고 믿었다. 그 믿음으로 버티며 도전했던 나의 세 번째 공무원 시험이었는데… 그런데 이번에는 1차 필기합격조차 허락하지 않으시다니! 하나님께서는 왜 이렇게 감당하기 힘든 시련을 내게 주시는지 전혀 모르겠다.



하늘들이 땅보다 높음같이 내 길들은 너희 길들보다 높으며 내 생각들은 너희 생각들보다 높으니라.

(이사야 55:9, 킹제임스 흠정역)



도서관 벤치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래, 지금 이 시련이 이해가 되지 않다고 해서 내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감히 내가 하나님과 변론이라도 하겠는가?어쩔 수 없다. 나는 이 시련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을 이해할 순 없지만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리고 스스로도 솔직해지자. 하나님 앞에서 당당하게 내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가장 공정하시고 공평하신 분 앞에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내 노력과 실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불합격을 주신 거고.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에 고민하던 나는, 문득 지금 나보다 더 상심이 크신 아버지 모습이 생각이나서, 일단 먼저 아버지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계신 아버지 옆에 앉아 용기를 내어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죄송해요 아버지…….”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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