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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Dec 15. 2023

지난 상처가 다시 엄습하는 가운데 당당히 맞서내는 말씀

<완전한 공시생> 제4부 일기장(2016) - 04 공시생 예비군


제4부 일기장(2016) - 04 공시생 예비군 (시 56:9)


내가 주께 부르짖을 때에 내 원수들이 물러가리니 하나님께서 내 편이시므로 이것을 내가 아나이다.

(시편 56:9, 킹제임스 흠정역)



내일은 예비군 훈련이 있어 아침 일찍 훈련장으로 나가봐야한다. 하…… 예비군 훈련을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하다. 예비군 훈련을 받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닌데, 혹시나 훈련장에서 중학생 시절 나를 괴롭히던 녀석들을 만나기라도 할까봐 걱정되어서 그렇다.

 

흔히 일진이라 불리었던 녀석들인데, 녀석들은 툭하면 별 이유도 없이 나를 괴롭히곤 했다. 다행히 내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나 대신 누군가 학교 학생부에 신고를 해주었다. 그렇게 녀석들은 학교로부터 주의라는 징계를(?) 받게 되었고, 그 이후에는 더 이상 나를 대놓고 괴롭히지 않았다.

 

그러나 말 그대로 대놓고 괴롭히지 않은 거지 녀석들은 어떻게든 나를 괴롭히려 했고, 그렇게 녀석들은 같은 반 아이들이 나를 따돌리게끔 분위기를 조성해서 나를 간접적으로라도 괴롭히려고 했다(덕분에 반 왕따가 되어 무지 외로운 시간을 보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집요했던 괴롭힘이었다. 뭐 나중에 각기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나는 녀석들의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났고 그 후로 거의 1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니 자연스레 녀석들을 잊게 되었다.

 

그런데 내일 예비군 훈련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간 잊고만 지냈던 녀석들이 불쑥 떠올라서는 내 머릿속을 마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젠장! 이게 다 내가 공무원시험에 계속 낙방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 백수로 지내고 있는 이런 내 모습을 만약 내일 예비군 훈련에서 녀석들에게 보이기라도 할까봐 이러는 거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사실 아까 전부터 가슴에 이상한 통증 같은 게 느껴졌다. 이걸 통증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뭐랄까 뭔기 숨이 턱 막히면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막 쏟을 것 같은 느낌? 이런 느낌의 통증이 계속되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싶어 휴게실에서 물 한잔이라도 좀 마시며 스스로를 진정시켜보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다행히 몸이 점점 괜찮아졌다. 에고, 정말이지 예비군 훈련이 지난 나의 학교폭력이란 상처를 다시 끄집어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런 기분으로는 아무래도 더는 공부하기 글렀다는 생각에 나는 독서실을 나와 동네를 좀 걸었다. 그러다 문득 친구C가 떠올라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그래, 비록 힘들었던 중학교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교회 중등부에서 만난 소중한 친구C가 있었기에 그 시절을 조금이나마 나는 버틸 수가 있었지.


전화를 받은 친구C는 내게 오랜만이라며 잘 지내고 있냐 물었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한 30분 정도 나누었다. 그러다 나는 친구C에게 내일 있을 예비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야, 내일 만약에 예비군 훈련장 갔다가 걔네들이라도 마주치면 나 어떡하냐?”

 

“야. 뭔 걱정을 하고 그래? 이따 시편 56편이나 읽어봐.”

 

“시편 56편?”



내가 주께 부르짖을 때에 내 원수들이 물러가리니 하나님께서 내 편이시므로 이것을 내가 아나이다.

(시편 56:9, 킹제임스 흠정역)



친구와 통화가 끝난 후 독서실로 돌아온 나는 바로 성경을 펴 시편 56편을 읽기 시작했다. 성경을 읽던 중 9절을 읽다가 나는 왜 친구C가 나보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하하하. 역시 내가 친구 하나는 잘 두었군! 그래~ 하나님께서 내 편이신 것을 내가 아는데 녀석들을 내가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지!


시편 56편 9절을 일기장에 필사하며 나는 이제는 더 이상 원수들이 준 상처들로 또 상처입지 않기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래 들림아, 걱정 하지 마. 하나님은 내 편이시니까 내일 예비군 훈련장에서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러니 마음 편히 예비군 잘 다녀오자고!’


‘그리고 언젠가는… 어딜 가더라도 과거의 상처 따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당당히 다니게 될 그런 날이 올 거야! 하나님께서 그날을 반드시 주실 것을 굳게 믿자. 알았지?’



다음화에 계속 됩니다.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김세평과 <연애는 전도다> 김들림의 콜라보 프로젝트 <완전한 공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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