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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Dec 28. 2022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27 크레센도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악동뮤지션 <목소리를 높여 high!>


내가 완강하게 나가자 제작진도 결국 내 의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내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이 여전히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때 내가 진땀을 흘리면서도 내 노래를 위해 목소리를 계속 높였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내 노래를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나니까.


악동뮤지션 <목소리를 높여 high!>



“죄송하지만 팀장님, 저는 A프로젝트를 다른 팀원에게 넘길 수 없습니다.”


“뭐라고? 김세평! 업무분담은 팀장 고유권한인 거 몰라?”


회사에서는 우리 팀에게 시범사업 중 하나인 ‘A프로젝트’ 사업 추진을 지시했고, 팀장님은 내가 A프로젝트 총괄을 맡아 진행하길 원하셨다.


이제 막 신입티를 벗은 나보고 프로젝트 하나를 통으로 맡아 진행하라고 하니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심지어 A프로젝트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신생사업이었기에, 따로 회사에서 만들어놓은 업무매뉴얼도 없었다. 뭐, 팀장님이 하라고 하시는데 어쩌겠나? 나는 그저 맨땅에 헤딩하듯 A프로젝트를 맡았고, 그렇게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힘겹게 추진했다.


그렇게 어느덧 3개월이 흘렀고, 감사하게도 A프로젝트는 별 탈 없이 잘 진행됐다. 마침 회사에서는 우리 팀의 A프로젝트 추진 경과를 알고 싶어 했고, 나는 총괄자로서 회사 직원들 앞에서 A프로젝트의 진행 경과와 향후계획을 발표했다.


발표는 나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내 발표가 괜찮았던지 A프로젝트 중간평가에 좋은 점수를 줬다. 나는 회사에서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를 나름 잘 이끌고 있다는 거에 뿌듯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뿌듯함은 몰라보고 팀장님은 내가 더 이상 A프로젝트를 맡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세평아, 발표 수고했다. 이제 A프로젝트는 네 선배가 맡을 거야.”


나는 팀장님의 갑작스런 팀 업무분담에 당황했다. 사실 나는 A프로젝트 말고도 팀 선배와 함께 B프로젝트를 분담해서 맡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 함께 B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선배가 최근 팀장님께 회사일이 너무 힘들다고 울면서 호소했다고 한다. 마음약하신 팀장님께서는 그 선배에게 A프로젝트를 넘기고, 내가 B프로젝트를 전부 도맡는 거로 업무분담을 새로 내셨다.


팀장님의 그런 결정에 나는 화가 났다. 아니, 불쌍하면 다 봐주고 그런 곳이 회사인가? 게다가 B프로젝트는 우리 팀에서 가장 기피하던 사업이었다. 오죽했으면 직원 둘이 분담해서 맡았겠는가? 그걸 나보고 혼자 전담하라고요?


그리고 A프로젝트는 내가 초석을 다져놓았기에 이제 간단한 절차만 남은 상황이었다. 단순히 선배가 힘들다는 이유로 나와 동고동락한 A프로젝트를 이렇게 허무하게 빼앗아 가다니요?


하... 무언가 우울해졌다. 회사를 때려쳐야 하나? 음... 그러고 보니 마침 평소 좋아하던 남매가수 악동뮤지션의 신보 소식을 들은 거 같은데... 그냥 악뮤 신보나 들으면서 위로나 받아야겠다는 심정으로 나는 인터넷에서 악동뮤지션을 검색해 봤다.


그렇게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어라? 악뮤가 음반 말고도 과거에 <목소리를 높여 high>라는 책도 출판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악뮤도 책이 있구나... 나는 궁금한 마음에 그들의 책을 주문해서 읽어봤다.


주문한 책을 읽던 중, 마치 내 상황을 악동뮤지션이 알아주기라도 한 듯 그들은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내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이 여전히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내 노래를 위해 목소리를 계속 높였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내 노래를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거니까.”


“내가 완강하게 나가자 제작진도 결국 내 의사를 받아들였다.”



악동뮤지션이 K팝스타2에서 ‘크레센도’라는 곡을 무대에서 부르게 되었는데, 해당 곡을 작사 작곡한 이찬혁 군은 이 곡의 무대를 아이돌 스타일로 부르고 싶었지만, 정작 제작진에서는 아이돌 스타일이 아닌 어쿠스틱 버전을 원했다고 한다.


당시 이찬혁 군은 겨우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그러나 어린 나이였음에도 본인이 작사 작곡한 곡이었기에, 무대에서만큼 본인의 의견을 제작진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용기를 내어 제작진에게 자신의 의견대로 무대를 꾸미겠다고 목소리를 냈고, 결국 제작진의 승인을 얻어냈다.


이찬혁 군의 이야기를 읽는데 무언가 용기가 생겼다. 그래, 이찬혁 군에게는 ‘크레센도’ 곡이 있었다면 내게는 'A프로젝트‘가 있었다. A프로젝트는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내 목소리도 내보지 못하고 무작정 빼앗길 순 없었다. 나는 내 목소리를 내보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팀장님을 찾아갔다. 나는 용기를 내 팀장님께 목소리를 냈다.


“죄송하지만 팀장님, 저는 A프로젝트를 다른 팀원에게 넘길 수 없습니다.”


“뭐라고? 김세평! 업무분담은 팀장 고유권한인 거 몰라?”


평소 차분하시던 모습과 달리 팀장님께서는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화를 내셨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목소리를 냈다.


“팀장님, B프로젝트는 다들 기피하는 사업인데 저보고 혼자서 도맡아서 하라니요? 그리고 A프로젝트는 제가 잘 진행해오던 건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선배에게 그냥 넘기라니요? 솔직히 이번 업무분담으로 팀장님께 서운했습니다.”


“흠... 그래, 세평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나는 당당하게 내 목소리를 냈고, 그렇게 팀장님과 10분 정도 대화했던 거 같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음... 뭐 별 소용은 없었다. 나는 B프로젝트를 도맡아서 하게 되었고, A프로젝트는 선배에게 넘어갔다.


후... 결국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모처럼 회사에서 용기를 내어 내 목소리를 내봤으니 후회는 없다. 만약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휘둘렸으면 분명 더 괴로웠을 거다. <목소리를 높여 high>를 통해 내게 용기를 준 악동뮤지션에게 감사를 표한다.


혹시 당신도 회사에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한번 용기를 내봤음 좋겠다. 지금 목소리를 내보지 못했다간 언젠가 후회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당당하게 당신의 목소리를 내봤으면 한다.


나는 당당하고 멋진 당신 목소리를 응원한다!

보이스 파이팅! 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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