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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Jan 30. 2023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50 안두려움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


숲에서 ‘큰곰’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 두 가지를 동시에 만났는데 하나만 죽일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죽일 것인가?


한 번 뿐인 기회를 앞에 있는 곰을 죽이는데 썼는데, 뒤에 곰이 또 있다면 어쩔 것인가?


두려움을 죽이자. 두려움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두려움을 물리치자.


맞서지 않고 피해간다면 영원히 그 두려움에 잡아먹힐 뿐이다.


두려움은 두려움 그 자체로 있을 때 위협적일 뿐, 맞서고자 마음먹으면 무력한 실체가 된다.


호아킴 데 포사다, 엘런 싱어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김세평 씨, 이거 말로해서 안 되겠네? 당신 부장 바꿔봐 당장!”


“본인이 직접 전화거세요. 저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시고요. 부장님 번호 아시잖아요?”


예전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 회사에 악명 높은 클라이언트 하나가 있었는데, 그 클라이언트는 툭하면 우리 회사로 찾아와 자신과 일적으로 관련된 직원들을 그냥 이유 없이 괴롭혔다. 그런데 직원들은 그의 괴롭힘을 그저 참기만 했다. 왜냐면 그 클라이언트는 사실 우리 부장님과 친분이 있던 사이었기 때문이다.


늘 그는 자신이 부장님과 친분이 있다는 걸 과시하며 직원들을 괴롭혔다. 그래서 괜히 그와 싸우기라도 했다간 혹시나 부장님한테 한소리라도 들을까봐, 직원들은 그저 그의 괴롭힘을 참기만 했다. 반면 그는 내 업무와는 관련 없던 클라이언트였기에 직접적으로 나랑 부딪칠 일은 없었다. 나는 당하고만 있는 동료들이 그저 안쓰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어디서 전화벨이 울려서 대신 전화를 받아줬는데, 이런! 하필 그 악명 높은 클라이언트였다.


“여보세요? 어라? 거기 담당하는 직원 자리 없어요? 처음 듣는 목소리인데.”


“아아, 제가 전화를 대신 받아서요. 잠깐 자리 비운 거 같은데 제가 메모 남겨드릴까요?”


나는 메모를 남겨주기로 하고 그렇게 클라이언트와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마침 그가 찾던 직원이 자리에 돌아와, 나는 그가 남긴 메모를 전해주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렇게 한 시간정도 지났을까? 내 사무실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았는데, 엥? 그 클라이언트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


“저기요, 메모 남겨준다면서요. 그런데 아직도 전화가 안 오는데요?”


“네? 통화하시려고 했던 직원 분에게 남기셨던 메모는 제가 잘 전해드렸어요.”


“아 글쎄, 전화가 안 왔다고요. 지금 저랑 통화하시는 분 이름 뭐예요?”


“저요? 제 이름은 김세평입니다.”


그 클라이언트는 다짜고짜 내게 전화를 걸더니 이런저런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면서 내게 항의했다. 그러더니 대뜸 자신이 부장이랑 친분이 있는 거 아냐면서 내게 사과까지 요구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던 상황이었다.


‘뭐지? 내가 이 사람한테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내가 왜 사과까지 해야하지?’


그러고 보니 이 사 부장님하고 친분이 있다데, 괜히 싸웠다간 일이 커질 수 있으니 그냥 사과하고 끝낼까?’


갑자기 닥친 이 상황에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문득 지난날에 읽었던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책이 떠올랐다.



“숲에서 ‘큰곰’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 두 가지를 동시에 만났는데 하나만 죽일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죽일 것인가?”



지금 내게는 수하기 너머 나를 괴롭히고 있는 ‘큰곰’ 클라이언트와, 이 인간 때문에 내가 부장님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공존했다.


내게는 선택지가 주어졌다. ‘큰곰’ 클라이언트에게 그저 사과하고 도망갈 것인가, 아니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당당히 억지 부리는 클라이언트에게 맞서 싸우던가. 수화기 너머로 대치 중이었던 나는 어서 선택을 해야만 했다.



“한 번 뿐인 기회를 앞에 있는 곰을 죽이는데 썼는데, 뒤에 곰이 또 있다면 어쩔 것인가?”


“두려움을 죽이자.”


“두려움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두려움을 물리치자.”



그래, 나는 곰이 아닌 두려움을 죽이기로 했다. 나는 억지를 부리며 사과를 요구하던 클라이언트에게 언성을 높였다.


“내가 왜 당신한테 사과를 합니까? 통화하려고 했던 직원이 바쁜가보죠. 다 큰 성인이 전화 하나 기다릴 줄도 모르세요?”


“뭐라고? 김세평 씨, 이거 말로해서 안 되겠네? 당신 부장 바꿔봐 당장!”


“본인이 직접 전화거세요. 저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시고요. 부장님 번호 아시잖아요?”


그렇게 10분 정도 나는 클라이언트와 서로 언성을 높이며 통화했다. 나는 이 인간과 통화할수록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고, 그래서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통화를 끊고 나니 내 주위에 직원들이 모여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직원들은 내게 고생했다며 내 어깨를 토닥여줬다.



“맞서지 않고 피해간다면 영원히 그 두려움에 잡아먹힐 뿐이다.”


“두려움은 두려움 그 자체로 있을 때 위협적일 뿐, 맞서고자 마음먹으면 무력한 실체가 된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아무 일도 없었다. 솔직히 나는 그 클라이언트가 그날 바로 나한테 해코지하러 올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부장님도 별말씀 없으셨다. 말 그대로 싱거웠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두려움은 실체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실체도 없는 두려움을 그저 무서워만 한다. 사실 두려움은 내 망상으로 만들어진 허상일 수도 있겠다. 그간 왜 그리 내가 만들어놓은 허상에 그렇게 휘둘리며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지난날 나의 망상과 허상의 두려움 때문에 도전해 보지도 못하고 놓쳤던 내 인생의 수많은 기회들이 아까울 뿐이다.


혹시 당신의 직장생활에서 ‘큰곰’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 두 가지를 동시에 만났는가? 그렇다면 고민하지 마라. 두려움을 죽여라. 두려움을 물리치라. 그러면 당신의 직장생활 가운데 앞으로 두려움은 당신에게 얼씬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직장생활 가운데 그 어떤 두려움도 물리치는 안두려움(no fear) 직장인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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