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장인 김세평 Feb 10. 2023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61 멋진소통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소통형 인간> 김창옥


소통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날 때는 기존의 내 의상을 하나하나 벗고 소통해야 한다.


나를 버리는 그 첫 번째 문은 ‘유머’다. 두 번째 문은 ‘열등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둘은 가장 빠른 시간에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다.


열등감은 ‘벗어나야 할 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타인과 만날 수 있는 문’이 되는 사람도 있다.


열등감은 단지 문일 뿐이다. 하지만 이 문의 용도는 그 사람이 다루는 자세와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김창옥 <소통형 인간>



“저요? 저 완전 찐따인데요…….”


“하하하, 세평 씨! 그만 농담해요! 세평 씨가 무슨 찐따예요?”


“어? 저 진짜 찐따인데…….”


신입사원시절 나는 회사의 강요로(?) 선배들과 같이 주말에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다.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에 가서 일을 도와주는 그런 봉사활동이었는데, 회사에서는 조를 짜주어 각 조별로 이동하라고 했고, 나는 같은 조 선배들과 함께 어느 자리에 앉아 열심히 볼펜을 만드는 수공업 봉사(?)를 하고 있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좀 위계질서가 있던 그런 회사였던지라, 아무래도 막내였던 나는 선배들과 앉아있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그렇게 뻘쭘하게 볼펜을 만드는 내 모습이 그래도 불쌍해보였는지 한 선배가 말을 걸어주었다.


“아, 이놈의 회사는 무슨 주말까지 불러 봉사활동을 시켜. 그나저나 세평 씨도 모처럼 주말에 놀고 그래야 할 텐데 많이 아쉽겠어요.”


“네? 저요? 아, 저 딱히 주말에 할 것도 없고…….”


“왜요? 주말에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하고 놀기도 하고 그래야죠.”


“치, 친구요? 아…, 저 친구가 없어요. 제가 찐따여서…….”


“엥? 뭐요? 찐따? 푸흡! 세평 씨가 무슨 찐따예요? 농담이 심하시네~.”


“어? 농담 아닌데요. 저 진짜 찐따인데…….”


내가 찐따라는 말에 같은 조 선배들은 웃음꽃을 피웠고(?), 선배들은 내 찐따 썰이 궁금했던지 나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계속 물어봤고, 그렇게 자연스레 우리 조는 이런저런 이야기꽃까지 피우며 그날 봉사활동을 잘 마무리했다.


나는 어린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타지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유학생활을 포기하고, 귀국 후 검정고시를 준비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내가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하시고는 집 근처 고등학교로 강제 편입을 시켜버렸다. 심지어 그것도 남고였다.


미국 유학생활도 실패해서 혼란스러운 마냥에 갑자기 남고로 편입을 시켜버리니, 그것도 고등학교 3학년으로 말이다. 당시 편입한 학교는 얼마나 엄했던지 나는 머리도 삭발당하고, 이유 없이 선생님들한테 몽둥이로 맞고 뭐 말 그대로 총체적난국이었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상처가 컸던 탓일까? 나는 교실에서 진짜 거의 한마디도 안 했다. 나는 그저 억압적인 학교환경이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같은 반 친구들도 대학입시 준비하느라 딱히 나한테 관심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학교에서 매일 쥐 죽은 듯 외톨이로만 지냈다. 밥도 혼자 먹고, 교실책상에 늘 엎드려 잤고, 친구 하나 사귀지도 못하고 늘 외롭게만 지냈다.


고등학교 친구는 평생친구라던데 나는 고등학교에서 친구하나 사귀지 못했다보니 정말 평생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핸드폰 연락처를 보면 가족과 중학교 때 사귄 가족 같은 친구 하나를 제외하곤 정말 단 한명도 등록된 번호가 없었다. 말 그대로 친구 없는 찐따였다.


친구 하나 없는, 늘 외롭고 쓸쓸한 내 모습이 내겐 콤플렉스이자 열등감이었다. 그 누구와도 인간관계 맺는 것이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누가 내 이런 열등감을 알아보기라도 할까봐 두렵고 무서웠다.


그런데 이게 웬걸? 회사 사람들은 내 ‘찐따’라는 열등감에 오히려 나를 재밌어하고 좋아해주었다. 내 열등감이 사람들에게 ‘유머’로 다가간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회사에서 ‘찐따 개그’의 대명사로 불리게 되었고, 난생처음 최절정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천 번 이상의 강의를 한 것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최고 소통 강사 김창옥 강사는 자신의 저서 <소통형 인간>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소통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날 때는 기존의 내 의상을 하나하나 벗고 소통해야 한다.”


“나를 버리는 그 첫 번째 문은 ‘유머’다. 두 번째 문은 ‘열등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둘은 가장 빠른 시간에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소통하기 어려운 선배들과 소통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내 의상을 벗고 내가 지닌 ‘찐따’라는 열등감을 드러냈다. 만약 내가 나를 드러내지 않고 내 자신을 꽁꽁 숨겼더라면 선배들과의 그 어떤 소통도 불가능했을 거다.



"열등감은 ‘벗어나야 할 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타인과 만날 수 있는 문’이 되는 사람도 있다."


"열등감은 단지 문일 뿐이다. 하지만 이 문의 용도는 그 사람이 다루는 자세와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친구 하나 없던, 방황하던 나의 지난 청소년 시기가 내게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될 줄 알았다. 내 인생의 과제는 이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내가 나의 콤플렉스를 굳이 극복하려 하지 않아도, 그저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재로 사용하기만 해도 충분히 극복됐다. 그렇게 어느새 나의 콤플렉스는 나의 강력한 소통 무기가 되었다.


뜬금없고 부끄럽지만 어젯밤 나와 아내의 대화를 공개하며 글을 마치겠다.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당신은 도대체 왜 나랑 결혼한 거야?”


“응? 왜 여보랑 결혼했냐고? 여보는 찐따잖아. 그게 좋아서 결혼했어.”


“어라? 당신 이상형이 원래 찐따였어?”


“찐따니까 뭐 친구 하나도 없으니 어디 나가서 술도 안 먹고, 허구한 날 집구석에서 알아서 설거지랑 청소 잘 하고 있고, 또…….”


“그, 그만!”


혹시 당신은 직장생활 가운데 당신의 열등감을 그저 ‘벗어나야 할 문’으로만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제 당신의 열등감을 ‘타인과 만날 수 있는 문’으로 바꿔보자. 당신의 자세와 태도를 바꾸어 당신의 열등감을 이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으로 활짝 열어보자.


난 당신의 열등감을 통해 당신의 직장생활 가운데 멋진 소통이 펼쳐지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60 핑계말고 직장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