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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Dec 24. 2022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03 편집달인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김창옥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이미 산 삶을 바꿀 수는 없어요. 못 돌려요.


그런데 우리는 자꾸 돌이킬 수 없는 삶에 대한 후회와 원망, 그 사건을 일으킨 인간에 대한 미움과 분노로 내 삶을 깎아요.


하지만 그 삶에 대한 종합편집권은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추천드려요.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꾸시라고.


삶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김창옥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내가 몸이 아파 회사를 쉬게 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았다.


나는 회사 일에 늘 열심이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분명 회사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침 올해 나는 새로운 부서로 발령 받았다. 새로운 곳에서도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부서에서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내가 발령받은 부서는 제로에서 시작하는 신생 부서였기에 기존 매뉴얼에 벗어나는 변수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매뉴얼 없이 변수들을 일일이 대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함께 발령받은 동료직원은 우리 부서 업무를 소화할 능력이 현저히 부족했다. 결국 내가 그 직원 몫까지 일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열심을 다해 일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새로운 부서에서 만난 어려움들은 잔인하게도 계속되었고, 나는 몇 달을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몸에 탈이 났다. 그렇게 내 몸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와 결국 나는 회사를 장기간 쉬게 되었다.


‘내가 몸이 아파 휴직을 내다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거지?’


휴직이 시작된 첫날, 지금쯤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하루일과를 준비하고 있을 시간에 나는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었다. 내게 있어 오늘의 일과는 오후 병원진료뿐이었다.


나는 그간 회사에서 어떤 어려움도 잘해내왔기에 이번 어려움도 아무렇지 않게 이겨낼 거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나는 몸이 아픈 휴직자였다.


그렇게 며칠을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무기력하게 지내던 중 유튜브로 우연히 김창옥 교수의 강의가 담긴 몇몇 동영상들을 시청하게 되었다. 나는 김창옥 교수의 강의들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나는 김창옥 교수가 쓴 책들도 모두 주문해서 읽었다. 그때 읽었던 책이 바로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였다.



이미 산 삶을 바꿀 수는 없어요. 못 돌려요.

하지만 그 삶에 대한 종합편집권은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책을 읽던 중 이 문구가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종합편집권, 내가 모르던 걸 이 책은 알려주었다. 살면서 내게 벌어진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편집하는지는 결국 내 자신이 하는 거다.


이렇게 당연한 걸 나는 모르고 있었다. 나라는 컴퓨터에 종합편집권 프로그램을 깔아놓고도 실행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깔아놓고도 쓰질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이제 나는 내 안의 종합편집권 프로그램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나의 인식과 시선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특히 나는 스스로를 실패자라 생각하는 인식부분을 편집하려 한다.


나는 먼저 이미 일어난 일은 되돌릴 순 없다는 걸 분명히 했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설사 타임머신으로 시간을 돌이킨다할지라도 여전히 나는 새 부서의 어려움들을 감당 못할 거다. 왜냐면 내 능력 밖의 일이니까.


내 능력 밖의 일에 대한 인식도 편집해보자. 생각해봐라. 그때 오히려 그 어려움들을 감당 못한 것이 다행일 수 있다. 그간 내가 감당할 수 있다고 착각하였기에 결국 과부하가 걸려 몸에 탈이 난 거 아닌가? 조금만 더 늦게 알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제는 내가 어디까지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깨달았다. 이제 앞으로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그 일을 어디까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를 지킬 수 있는 소중한 지혜를 얻은 것이다.



저는 이렇게 추천드려요.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꾸시라고.


삶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편집기를 계속 돌려보자. 자, 이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다. 고로 나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왜 나 스스로를 완벽한 사람으로 몰아갔는가? 설마 주위로부터 칭찬받으려고? 빨리 승진하려고? 아니, 고작 그런 것들 때문에 내 몸을 혹사시켜가며 완벽하게 일하려 했단 말인가? 세상에 이런 바보짓을 내가 했다니...


그리고 주위에 칭찬이 없고, 승진 좀 못하면 어떤가? 일단 내가 건강한 게 최고다. 하루하루를 건강한 나날들로 이루어가는 것만큼 소중한 건 없다. 결국 이렇게 몸에 탈이나니 가족들이 얼마나 걱정하는가? 다시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걱정게 하지 말자. 가족들에게는 내가 건강한 것 외에는 바라는 게 없다는 걸 잊지 말자.



책에서 김창옥 교수는 ‘종합편집권’에 대해 이렇게도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어렵습니다.


어렵다면 ‘어, 저 사람은 자기 삶을 괜찮은 시선으로 종합편집하네.’하는 사람 곁으로 가세요.



괜찮다면 내가 여러분의 그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지금은 노력 중이지만 어서 좋은 표본이 되어 여러분에게 움이 되고 싶다. 특별히 지금 회사에서 여러 어려움 가운데 있는 당신에게 말이다


최근에 당신은 회사에서 일 못한다고 주위로부터  소리 좀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 소리에 마음이 아플 수 있다. 회사 일에 능숙하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괜찮다. 왜냐면 당신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아, 글쎄 완벽한 사람이 이 세상에는 없다니까? 그러니 회사에서 안 좋은 소리도 들을 수 있고, 일 좀 못할 수도 있는 거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당연하고 아주 자연스러운 거다.


그러니 이제 당신 안의 인생 종합편집 프로그램을 실행해보자. 자연스럽게 지난날의 거창한 후회들을 아쉬움이란 단어 하나로 짧게 편집하자. 그리고 내 자신의 실망도 응원으로 좀 바꿔주고. 이런 식으로 몇 번 편집해주면 꽤 괜찮은 영화 한 편이 나올 거다. 심지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영화로 말이다.


아, 이 말도 잊을 뻔했다. 알다시피 어차피 회사는 안 바뀐다. 바뀔만한 녀석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뀔 수 있다. 왜냐면 우리 안에 최고급 종합편집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그러니 녀석이 바뀌는 걸 기대하느니 그냥 우리가 바뀌는 게 낫다.


아무튼 당신이 어서 멋진 편집달인이 되어 당신의 재미 백배, 감동 백배 영화 한 편 기대해본다.


난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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