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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Feb 21. 2023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72 화해하는 직장인

[직장인 책 추천]  <오은영의 화해> 오은영 박사


화해는 ‘내’가 ‘나’와 하는 겁니다. 부모는 죽을 때까지 ‘나’에게 사과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는 죽을 때까지 부모를 용서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 그냥 그대로 두세요. 누구도 나 아닌 남을 어쩌지 못해요. 부모도 내가 아닌 이상 남입니다. 결국 ‘내’가 화해하는 것은 ‘나’예요.


속절없이 당했던 ‘나’와 화해하고, 이 사람들이 나를 망치면 어떻게 하지 했던 ‘나’와도 화해해야 합니다.


자신을 형편없이 생각했던 ‘나’와 화해하고, 자신을 비난했던 ‘나’와 화해하고, 자신의 나쁜 면에 진저리를 쳤던 ‘나’와 화해해야 합니다.


‘나’ 자신을 세상의 가장 초라하고 작은 존재라고 여겼던, 그래서 ‘나’는 어떤 것도 가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던 ‘나’와 화해해야 합니다.


오은영 <오은영의 화해>



“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너는 그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갈 생각이나 해라.”


대학교 졸업을 앞둔 당시 나는 아버지에게 내 졸업 후 진로를 말씀드렸는데, 아버지의 반응이 영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내게 그런 진로는 애초에 갈 생각도 하지도 말고, 무조건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갈 생각만 하라고 하셨다.


살면서 처음으로 무언가 도전해보고 싶던 꿈이 생긴 거였는데……. 제대로 내 이야기를 듣지도 않으시고 반대부터 하시는 아버지에게 나는 서운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무섭고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던 탓이었던지, 나는 아버지가 무서워 아무 말도 못했다. 그렇게 나는 내 꿈을 접고, 아버지가 바라시는 대로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취업준비를 했다.


그러나 학력도 없고 스펙도 없는 내가 들어가기엔 너무 진입장벽이 높았던 직장들이었다. 어떻게든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계속 진입문턱에서 좌절했고, 그런 나를 아버지는 나무라기만 했다.


아버지가 원하시는 직장에 들어갈 수 없었던 나는 취업을 준비하는 내내 스스로를 자책하고 원망했다. 취업으로 효도하지 못하는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싫어, 나는 계속 내 자신을 욕하고, 채찍질하고 다그쳤다.


그렇게 3년이란 시간이 걸려서야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원하시던 직장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무척 기뻐하셨다. 나도 처음으로 아버지의 자랑이 된 것 같아 뿌듯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3년 동안 너무 고통스러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모든 걸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시작한 직장생활로부터 어느덧 6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좋다고 해서 들어온 회사인데 도대체 뭐가 좋은 건지 전혀 모르겠고, 그리고 여기가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하는데, 반면 내 몸과 마음은 전혀 안정적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내 몸과 마음은 계속 병들기만 했다. 나는 이 직장이 나와는 맞지 않다는 걸 몸소 느꼈다. 결국에는 건강에 탈이 나버렸고, 나를 진료하시던 의사 선생님께선 내가 회사를 당장 쉬어야 한다고 회사에 제출할 진단서까지 끊어주셨다. 그렇게 나는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회사를 쉬게 되었다.


“아버지, 저 몸이 아파 회사를 좀 쉬게 되었어요.”


“뭐? 회사를 쉰다고? 그러면 나중에 너 승진할 때 불리한 거 아니야?”


회사를 쉬게 되는 걸 아버지에게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아버지와 통화 중 나는 내가 뭘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승진? 지금 아파서 전화한 아들에게 승진이요? 하…….


정작 나는 관심도 없고, 생각도 없는 그놈의 승진을 아버지는 왜 이렇게 집착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어쩌다 몸이 아프게 되었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뭐 걱정해주는 그 말 한마디 하시는 게 그리 어려운 것일까?


“아들아, 몸이 아파도 버틸 수 있으면 버텨야지. 아버지도 버티면서 회사생활하고 그랬어. 아버지 때도 다 그랬어.”


“…….”


어쩌다 몸이 아프게 되었는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게 어떤 것도 묻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그저 회사에서 못 버틴 아들에게 왜 버티지 못하였는지 실망감만 표하셨다. 그렇게 아버지와 통화를 마치고 나는 결국 아버지를 향한 울분이 폭발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 이따위 직장에나 들어가라고 그렇게 나를 몰아세우던 아버지에게 너무 화가 났다. 회사에서 다친 몸과 마음이 전부 아버지의 탓인 것만 같고, 앞으로 나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던 중 오은영 박사님의 <화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나는 눈에 들어온 책을 구입해 집에 가져와 읽기 시작했다.



“화해는 ‘내’가 ‘나’와 하는 겁니다. 부모는 죽을 때까지 ‘나’에게 사과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우리는 죽을 때까지 부모를 용서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 그냥 그대로 두세요. 누구도 나 아닌 남을 어쩌지 못해요. 부모도 내가 아닌 이상 남입니다. 결국 ‘내’가 화해하는 것은 ‘나’예요.”



아니, 내 자신과 화해를 해야 한다고? 그동안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었다. 지금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찬 내 마음은 오직 아버지와의 화해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아버지로부터 사과를 받아내야만 내 분이 풀릴 거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정작 용서를 구해야 했던 건 아버지가 아닌 바로 내 자신이었다. 나는 내 자신과 화해가 필요한 상황이었던 걸 이 책을 읽음으로 알게 되었다.



“속절없이 당했던 ‘나’와 화해하고, 이 사람들이 나를 망치면 어떻게 하지 했던 ‘나’와도 화해해야 합니다.”


“자신을 형편없이 생각했던 ‘나’와 화해하고, 자신을 비난했던 ‘나’와 화해하고, 자신의 나쁜 면에 진저리를 쳤던 ‘나’와 화해해야 합니다.”



나는 평생을 남과 내 자신을 비교했다. 그렇게 남들에 비해 뒤처지고, 갖추지 못한 점을 찾아내 내 자신을 비난하고 원망했다. 부모의 기대치를 충족해야만 한다고 늘 내 자신을 몰아세우고 채찍질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동안 나는 내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게 못되게 굴었음을 깨달았다.



“‘나’ 자신을 세상의 가장 초라하고 작은 존재라고 여겼던, 그래서 ‘나’는 어떤 것도 가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던 ‘나’와 화해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고 아껴야할 내 자신을 가장 초라하고, 심지어 쓰레기라고 여겼던 내 자신에게 너무 미안해 한참을 엉엉 울었다. 그깟 회사가 뭐라고, 부모님의 기대가 뭐라고 뭘 그리 스스로를 그렇게 매몰차게 몰아세우기만 했었는지 너무 후회되었다.


나는 내 자신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앞으로 내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다시는 내 자신에게 상처주지 않겠다고. 이제는 아프게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나는 내 자신과 화해다.

그리고 회사를, 아버지를 용서했다.


나는 당신의 바쁜 직장생활 중 당신이 잊지 고 꼭 자신을 아껴주고 보살펴주었음 좋겠다. 그리고 자신과 화해하고, 위로해줘야 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지금도 당신 자신은 당신과 화해하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나는 자신과 화해하는 직장인 당신을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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