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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장인 김세평 Dec 24. 2022

책으로 버티는 직장생활, 책장인 #05 아니오맨 직장인

[직장인 책추천] <자기경영노트> 공병호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이 무한대가 아님을 기억하자.


우선순위에 따라 우리의 시간을 배분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판단하기에 그다지 가치가 없는 모임이나 자신이 반드시 가지 않아도 되는 모임이라면 단호히 '아니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일을 하기도 전에 사람관계에 치여 녹초가 될지도 모른다.

소중한 건강도 잃게 될지도.


공병호 <자기경영노트>



“우리 팀장님 진짜 별로지 않아?”


“얼마 전 온 신입 좀 개념 없는 것 같아!”


“걔는 일 진짜 못하더라.”


간만의 동료 직원들과 저녁모임이었다. 모임 중의 직원들의 주 대화 내용은 ‘사내 뒷담화’였다. 쇼미더머니도 저리가라 할 정도로 저녁밥 먹으면서도 뒷담화, 커피마시면서도 뒷담화다. 물론 나도 뒷담화를 아예 안 하지는 않는다. 나라고 왜 주위에 불만이 없겠는가? 그러나 몇 시간을 내내 누구 험담만 하고 있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지금 나는 도덕과 윤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회사 밖에서만큼은 좀 회사와 관련 없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거다.


점심시간도 다를 게 없다. 비록 짧은 한 시간이지만, 그 한 시간이라도 밥 먹고 잘 쉬어야 남은 일과를 잘 보낼 수 있다. 그런데 그 짧은 점심시간에도 직원들은 쉴 생각이 없다. 점심시간 자투리 시간을 내 쉬러 간 카페에서도 대화 내용은 회사 관련 이야기뿐이다. 물론 동료직원끼리 굳이 서로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대화의 주제가 회사와 관련될 필요는 없다. 차라리 오늘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다들 회사는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단 몇 분 몇 초라도 회사생각을 그만둘 생각은 없는 거 같다. 점심에도, 저녁에도, 그리고 밤에도 온통 회사 이야기뿐이니 이건 회사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 빠져있는 거다. 진정 나만 회사를 싫어하는 거 같다. 난 일과 후에는 회사 생각은 일절 안 하고 싶은데 말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일이 있던 와중 나는 우연히 공병호 소장의 <자기경영노트>를 읽게 되었는데, 책 몇몇 문구들이 마치 내 상황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이 무한대가 아님을 기억하자.”


“우선순위에 따라 우리의 시간을 배분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은 달랑 1시간이다. 그러나 나는 그 짧은 1시간도 잘 활용하면 충분히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건 시간이 길고 짧음의 문제가 아닌 우선순위 문제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1순위를 독서로 정했다. 독서만큼 회사로부터 떠날 수 있는 좋은 수단은 없다고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책 읽기에 집중하다보면 회사 생각은 일절 안 하게 된다. 비록 회사에 내 몸은 갇혔지만 내 사고만큼은 회사에서 갇혀 살고 싶지 않았다. 책은 내 사고를 회사로부터 지켜주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나의 우선순위에 따라 나는 점심시간에 혼자 도시락 먹으면서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나는 팀장님께 팀원들과 따로 점심을 먹겠다고 말씀드렸다. 내가 따로 점심을 먹겠다고 하니 팀장님은 불편한 기색을 보이셨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난 팀장님의 불편한 기색보다 내 우선순위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독서를 했고, 점심시간에만 독서를 했음에도 1~2주에 최소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하던 내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그다지 가치가 없는 모임이나 자신이 반드시 가지 않아도 되는 모임이라면 단호히 ‘아니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아니오 맨’이 되기로 결정했다. 누가 내게 회사 저녁모임에 나올 건지 물어보면 난 ‘아니오’로 대답했다. 지금도 충분히 동료들과의 관계는 같이 일하기에는 서로 불편함이 없을 정도 원만하다. 그래서 굳이 친목 목적으로 동료들과 저녁시간까지 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외부 독서모임을 알아봤다. 독서모임을 통해 책도 읽고, 회사 밖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도 만나보기로 했다.


물론 나의 이런 행동이 몇몇 분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나보다. 어느 상사 한 분이 나는 단체생활도 할 줄도 모른다며 나를 험담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 오호, 이제는 나도 직원들의 뒷담화의 소재가 되는 것인가? 그래도 상관없다. 나를 험담한 상사 분은 나처럼 매주 책 한권은커녕 책 한 페이지도 읽지도 못하고 있을 거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아니오 맨’을 넘어 ‘아니오 책맨’이 되었다.


후후, 앞으로 나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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