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아르바이트
아이스크림이 몹시 당기는 날.
바람마저 뜨거운 여름인가 보다.
아마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이런 찜통더위엔 뭐니 뭐니 해도 차갑고 달달한 아이스크림만 한 게 없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맛 덕분에, 마트에서 1+1 특가로 파는 아이스크림은
한 번에 몇 개씩 쟁여두기 딱이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꺼내 먹을 때마다 흐뭇해지는 기분.
어떤 날은, 혀에 달라붙는 꽁꽁 언 하드보다는
부드럽게 스며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더 끌릴 때가 있다.
오늘 내 발걸음이 닿은 곳은 이탈리안 젤라또 가게였다.
그 많은 아이스크림 중에서 굳이 젤라또를 고른 이유는
노른자를 쓰지 않아 담백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조용히 접어두었던 기억 한 조각을
천천히 꺼내어 음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삶이 처음으로 무겁게 다가왔던 시절의 이야기.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대학 시절,
나는 젤라또 가게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했다.
말하자면, 젤라또는 내 삶을 다독여준 소중한 밥벌이였다.
고3쯤 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묵직한 고민에 빠진다.
‘대학은 어디로 갈까?’
그다음은 뻔하다. 등록금, 기숙사비, 교재비, 생활비…
끝도 없이 이어지는 돈 걱정들.
특히 사립대에 진학한 학생이라면
1년에 700~900만 원은 기본이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부모님께 드리기엔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내가 일하던 곳은 휴게소 구석에 자리한 작은 젤라또 매장이었다.
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젤라또 한번 맛보고 가세요! 테스트 맛 드실 수 있어요~
안 사셔도 괜찮아요, 한입만 드셔보세요~”
작은 플라스틱 숟가락을 흔들며,
하루 목표 100개를 팔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맛을 보게 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고, 전전긍긍했다.
기계 열기에 휘청거릴 만큼 더운 날도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에 놀라 “하나 주세요!” 하던 손님들.
결국 사장님이 월급에 10만 원을 올려주기도 했다.
그 시절,
익숙지 않은 일을 하나씩 배우며
불안과 두려움을 꿀꺽 삼키고
내 가능성을 테스트하던 나날들.
실수하면 눈치 보이고,
인정받고 싶어서 더 애썼던 그 시절.
첫 아르바이트는
누구에게나 생생하게 살아 있는 기억일 것이다.
꿈 많던 우리가 세상에 처음 내디뎠던, 작지만 또렷한 한 걸음.
복잡한 어른들의 세계 속에서
나도 사회의 한 일원이 된 것 같은 그 뿌듯함.
그 작은 씨앗 하나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한 나무로 자라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사는 게 늘 달콤할 수만은 없다.
때론 불편하고, 궂은 일을 견뎌야 할 때도 있다.
그게 어쩌면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길이 흐릿하게 보일 때,
불안하고 지칠 때마다
가끔은 첫 아르바이트의 초심을 떠올려본다.
지금 이 여름,
젤라또 한 스푼처럼
그 시절의 나를 조용히 음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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