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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노트10화] 세상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

삶속에 지혜

by 민이

가을의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불이 나게 뛰어가는 한 여성이 있다.

“헉, 헉—” 붉은 신호등이 숫자 1을 가리킨다.

그녀는 환희의 미소를 지으며, 딱 맞춰 건넌다.


5층 사무실까지 폭넓은 걸음으로 두 계단씩 거침없이 올라간다.

출근 2분 전, 완벽한 골인이다.


이 여성에게 하루는 늘 분주하다.

24시간 중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밤 12시 이전 취침, 최소 7시간 수면.

아침 7시 기상 후에는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을 들으며 1시간을 걷는다.


산책을 마치면 아침 식사.

하루 네 끼를 채소, 과일, 탄수화물, 단백질로 균형 있게 구성하고, 도시락까지 챙긴다.

식사 중엔 OTT 예능으로 웃음을 챙기고, 식사가 끝나면 바로 설거지.

오메가3, 비오틴, 비타민, 양배추즙을 털어 넣고 나면 복근 운동, 그리고 독서 30분.


그녀는 오후 근무자다.

오전은 온전히 ‘자기 중심적 삶’을 실행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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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중심적 삶(Self-centered, not selfish)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관리와 자기 존중에 초점을 둔 삶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혹시 사람들과의 교류를 차단한 건 아닐까?”

“너무 기계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아니다.

그녀의 삶은 ‘고립’이 아니라 내적 질서다.

그녀는 외부의 평가나 비교에 반응하지 않고,

스스로의 리듬으로 하루를 설계한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루틴을 유지하는 사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꾸준한 일상의 흐름은 자기 통제력을 높이고, 감정 기복을 완화시킨다.

하버드 긍정심리학 연구에서도

‘자기 주도적 삶’을 사는 사람은 행복 지수가 평균 30% 높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우울과 불안이 낮고,

목표 달성률이 높으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자율적이고 안정적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유형을

‘에이전시(Agency)’가 높은 사람이라 부른다.

에이전시란 자기 결정력, 즉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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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자기 중심적으로 삶을 이끄는 사람,

삶의 질을 꾸준히 개선하는 사람을 보면

그 단단함과 매력에 끌린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친근감과 애정을 주되,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사람.

자기 존중감이 높은 사람이 결국 오래도록 사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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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그녀는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사람’이다.

몸이 근육으로 버티듯,

삶은 ‘자기 중심을 지키는 결정력’으로 버틴다.


이 힘이 있으면 외부의 평가, 타인의 반응,

예기치 못한 일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삶이란 깊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그녀의 ‘자기 중심’은 스스로 던진 구명튜브다.


오늘, 당신의 에이전시는 어디쯤인가.

삶의 리듬을 다시 내 안으로 돌려놓는 순간,

그 자체로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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