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숍은 작은 편의점과 귀클리닉과 피자가게가 있고 한쪽 구석에는 캐네디언들이 사랑하는 국민커피 팀홀튼이 있는 아담한 몰에 위치해 있었다. 밴이 숍 앞에 도착하자 문 앞에 앉아있던 내가 먼저 내렸고 뒤로 나머지 동료들이 차례로 내렸다. 오너가 열쇠로 문을 열자 신속하게 들어가 스텝룸에 일제히 소지품을 두고는 나와서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엉성하게 서있다가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보니 그곳에는 잘 말아진 흰색 수건들이 차곡차곡 수납되어 있었다. 그 수건들을 십 수개 꺼내 바로 옆 싱크대에서 물에 적신 뒤 꼭 짜서 스팀기계에 넣는 것이 아침 필수 일과였다. 다른 동료들은 소독된 도구들을 정리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TV를 켜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프로그램을 골랐다.
첫 손님으로 백인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동료 중 한 명이 할머니를 모셨다. 일을 하는 순서가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그때 눈치껏 돌아가면서 손님을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슬그머니 동료 뒤로 가서 조용히 견습을 시작했다. 그때 누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오너 부부 중 남편이었다.
숍은 꽤 널찍했는데 입구에 들어서면 리셉션이 있고 왼쪽은 네일숍, 오른쪽은 헤어숍이었다. 오너 부부의 부인은 네일숍을, 남편은 헤어숍을 담당했다. 그는 같이 갈 곳이 있다며 나를 살짝 불러냈다.
4살 때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온 그는 물론 영어가 유창했고 약간 속도가 빨라 알아듣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처음 2주는 무급으로 일을 배우기만 할 것이고 수습이 끝나면 정식으로 급여를 지급할 것이라는 말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기술이 필요한 일인 데다 출퇴근도 시켜주니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오케이를 외쳤다. 나중에 남편은 말도 안 된다고 당장 그만두라고 했지만 나는 왠지 일을 해보고 싶어 계속 출근을 하고 싶다고 그를 설득했다.
네일숍 뒤편에 작은 식료품점이 있었고 그는 나를 데리고 가 초록색이 선명한 라임 세 개를 손에 쥐어주었다.
“이제부터 라임이랑 친해져야 할 거야.”
그가 말한 대로 그날부터 나는 네일숍 구석 테이블에 앉아 라임과 친해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손톱과 피부의 경계에 있는 큐티클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니퍼와 친해지기였다. 반들반들한 라임 껍질을 니퍼 날로 세심하게 깎다 보니 손은 아팠지만 시간은 잘 갔다. 틈틈이 견습을 하고 사용한 수건들을 세탁기에 돌리고 건조된 수건을 말아 정리도 하니 어느새 문 닫을 시간이 다가왔다. 하루의 마무리는 청소. 숍 바닥을 쓸고 밀대로 닦는 것이 마지막 일과다. 그리고는 다시 모두 스텝룸으로 가 짐을 챙겨 차에 탔다. 오너가 문을 잠그고 각자의 집으로 데려다준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손가락들과 손목이 욱신거려 젓가락질하기도 힘이 들었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살면서 공부 말고 무엇을 배우려고 이렇게 노력했던 적이 있었나. 라임 세 개를 다 깎고 나면 나도 잘할 수 있는 것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출근해 보니 어제 냉장고에 넣어두고 간 라임 두 개가 아직 싱싱했다. 두 개 중에 더 커 보이는 것을 꺼내 들었다. 웃긴 상상이었지만 마치 칼과 한 몸이 되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수련하는 무림의 누군가가 된 기분으로 어제보다 조금 익숙해진 니퍼를 들고 라임을 깎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