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왔다. 밤 열 시가 넘어야 해가 완전히 지는, 짧지만 강렬한 캐나다의 여름. 네일숍은 매일 예약이 가득 차고 사이사이 워크인 손님들도 받는다. 출근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집에서 싸 온 점심 도시락은커녕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패디큐어 스테이션과 네일 스테이션을 분주하게 오가며 일한다. 샵은 사람들로 꽉 차는데 에어컨은 시원찮아서 하루 종일 후덥지근하다. 문을 열어도 덥고 닫아도 덥다. 라디오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여름 팝송까지 더해져 공기에 더 이상 여유는 없다. 일을 시작한 첫 해의 여름은 거의 매일 울고 싶었고 어떤 날은 진짜 울었다. 계속 밀려드는 손님과 거기에 발맞추지 못하는 나의 속도. 급하게 하다 보니 결과물이 좋지 않을 때도 더러 생겼다.
하루는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 한분이 패디큐어 손님으로 오셨다. 발관리를 다 하고 일반 컬러를 발라드렸는데 건조 시간이 다 돼서 샌들을 신겨드리다 보니 엄지발톱 위에 있던 색이 신발에 닿으면서 주르륵 벗겨지는 게 아니겠는가. 나는 이미 다른 손님 관리를 시작한 상태였지만 얼른 벗겨진 색들을 지우고 이번에는 샌들을 신겨드린 채로 다시 색을 칠하고 15분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린 뒤 손님에게 돌아갔다.
잘 마르라고 선풍기도 틀어줬지만 15분 뒤에 다시 확인해도 엄지발톱은 말라있지 않았다. 할머니도 화가 나셨는지 검지 손가락을 뒤집은 채로 까딱하며 나를 부르셨다. 더 이상 샵에서 시간을 끌 수가 없다고 하셨다. 따님이 주차장에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나는 그야말로 멘탈붕괴 상태에 빠졌다. 다들 바빠서 도와달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하고 있던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할머니 발 앞에 앉았다. 아세톤으로 색을 지우고 알코올솜으로 구석구석 잘 닦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발톱 옆면 살을 살짝 밑으로 당겼더니 그 사이에 물기가 남아있었다. 옆면 살을 밑으로 당기면서 알코올솜으로 발톱 옆면 끝까지 닦아냈어야 했는데 대충 윗부분만 닦다 보니 물기와 유분기가 말끔히 제거되지 못한 것이다. 기본을 안 지켜서 여러 사람이 아까운 시간만 날렸다. 꼼꼼하게 닦고 다시 색을 칠해드리고는 다시 15분만 기다려달라고 말씀드리니 그럴 수가 없다시며 일어나서 나가버리셨다. 계산을 마친 보스가 괜찮다는 손짓을 해왔다. 나는 다시 손님 앞으로 돌아가 사과를 하고 멈췄던 관리를 다시 시작했다. 보안경과 마스크 사이로 눈물이 흘렀는데 모두가 바빴다. 다행히 알아차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