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의 이기심을 이길 것인가?
아버지는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쇳조각을 긁어모아 버리는 일을 하셨다. 리어카에 가득 모여진 쇳조각의 무게는 두 어깨를 짓눌렀다. 부서져가는 몸뚱이를 버텨가며 아버지는 자식들을 건사하셨다.
2011년 6월 22일 자동차스프링을 제작하는 유성기업에서 노사 간의 충돌이 생겼다. 해결을 위해 투입된 합동수사본부의 인원이 127명이었다. 개구리소년 사건 때 60여명, 화성 연쇄살인 사건 때도 100명도 안되었다. 국가적 사태를 방불케 한다. 가혹한 법집행이 아닐 수 없다. 사측은 직장을 폐쇄하고 용역을 동원하여 노조원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왜 기업과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너그럽지 못할까? 요차이 벤클러가 쓴 <펭귄과 리바이어던>에선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조치라고 말한다. 통제하고 감시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며 경쟁을 부추긴다. '리바이어던'은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홉스의 책 제목이며 인간을 강력히 통제하는 절대 권력을 상징한다. 한글성경에선 ‘리워야단’으로 번역되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므로 정부가 개입하여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한다. 이윤을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하며 직급에 따른 불공평한 대우도 용납된다. 최고 경영자는 일반 노동자보다 평균 500배의 연봉을 받아간단다. 2000년의 자료인데 지금은 어떨지.
저자는 펭귄이라 부르는 협력의 역전을 제시한다. '인간의 이기심을 이기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것은 바로 협력이오!’라며 강펀치를 날린다. 도요타는 협력시스템을 통해 자동차업계의 혁신적인 모델로 부상했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협력 팀을 조직하여 자유롭게 업무환경을 개선해가는 방법을 택했다. 직원들의 동작을 지시하는 일도 없어졌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최고의 제품이 나왔다. 최고 경영자의 연봉은 타자동차 업체 경영자 연봉의 1/10 정도다. 협력의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리눅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위키피디아, 오바마 선거운동, 그 외의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벤클러는 위키피디아라는 온라인 백과사전 서비스에 대하여 공동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의 협력으로 지식정보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정보는 무료임에도 양적일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전문가들이 발행한 브리테니카를 능가한다. 이들은 주로 "대화와 자기 규제적인 규범을 통해" 운영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서 규범이라는 용어가 중요하다. 법으로 규정되어 강제화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적으로 내재화된 통념을 규범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상당한 시행착오를 걸쳐 내면화된다. 외부적인 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도덕률에 의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다양한 내면의 동기가 반영되었다. 협력을 위해선 단순히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만 이해해선 안 된다. 아주 복잡한 동기가 얽혀있다. 이익뿐 아니라 상호존중, 결속, 공평함과 도덕심 같은 동기들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지금까지 사회는 사람을 악당으로만 평가해 왔다. 저자는 데이비드 흄의 말을 인용한다. “모든 사람은 악당이라서 모든 행동에는 사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 그리고 250년이 흐른 뒤 올리버 웬델 홈스 주니어 판사는 이렇게 말했단다. “법을 지식 덕분에 예측할 수 있는 물질적인 결과만을 살피는 악인이라고 법을 생각해야 한다.” 한국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나쁜 사람을 구속하거나 감시하는 것을 목표로 ‘안전한' 선택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진정으로 남을 믿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결과를 놓칠 수 있다. 사람은 "이기적인 동시에 너그럽다.” 법으로 강제된 안전한 사회 그 이면은 인간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가 없다. 그래서 어쩌면 더 많은 이익을 발생시키려는 기업과 정부는 쉽게 손을 잡는 것일지도. 왜 유성기업에는 127명의 수사본부가 차려져야 했을까? 기업의 잘못은 법정에서만 드러나야만 하는 건가? 왜 현장에선 공정한 판단이 일어나지 않는가? 현장에선 살벌하게 노동자들만 연행한다. 진정 고통당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이다. 그들은 악당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