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보성 Jul 16. 2018

창가에 앉은 사람들과 어색한 그림자

스타벅스의 긴 바테이블

계룡시에 스타벅스가 생긴 지 꽤 됐다. 나는 음료를 받아 앉을자리를 찾았다. 서로가 마주 보게 설치된 네모난 테이블보다 창밖을 볼 수 있게 일자로 쭉 늘어선 바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그곳에 앉은 대부분의 사람은 책을 읽거나 랩탑을 하고 있었다. 나도 그 옆에 자리를 잡아 책을 꺼내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러한 인테리어를 보고 ‘바깥의 경치를 보게 하려고 만들었겠구나.’고 생각했겠지만 노출하고 싶은 현대인의 심리를 잘 이용한 인테리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노출하고자 하지만 일부러 치부를 보여주는 사람은 없다. 길게 늘어선 바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처럼 인스타그램에서 보여주는 일상의 사진들은 이미 우리 일상의 범위를 벗어났다. 이처럼 사람들은 인정받고자 하지만 현실의 씁쓸함을 맛보고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을 노출시킨다. 때로는 좋은 평가에 행복을 느끼지만 대개는 현실과의 괴리감을 느낀다. 가끔씩 마주하는 현실이 힘들어 다시 가상의 공간으로 도피한다. 현실을 변화시키기는 어렵지만 가상의 공간을 변화시키기는 비교적 쉽기 때문에 그곳에 현실처럼 살아간다. 혹자는 SNS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어리석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순간을 일상처럼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일 테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하고 유명인이 되고 싶어 한다. 현실에서 그럴 수 없기에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서 현실처럼 살아간다. SNS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내가 아닌 가상의 ‘나’를 만들어 노출시킨다. 그럴수록 현실은 더 외롭게 느껴진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허공을 응시한 채 책 몇 장을 감흥 없이 넘겼다. 

긴 바테이블 아래 늘어진 어색한 그림자가 그들을 부자연스럽게 한다.      


2018.7.16.     



이전 03화 로테를 위하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